겨울과 어울리는 빈 절터

사는이야기/여행음식 2018. 12. 2.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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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시 문막읍 부론면 정산리에 거돈사지가 있다. 상당히 큰 절이었지만 법당은 모두 사라지고 탑과 주춧돌만 남아 있다. 1000년 된 느티나무가 운치를 더한다. 석탑은 전형적인 신라 석탑으로 9세기 작품으로 추정된다고 쓰여 있다. 고려시대 원공국사(930~1018)의 행적을 기록한 비석이 있는데 해동공자로 불리던 대학자 최중이 글을 짓고 김거웅이 글씨를 썼다. 잘모르고 봐도 상당히 잘 쓴 글씨다. 고려 헌종 16년(1025)에 세웠다고 하니 거의 천 년이 다 되었다. 진짜 원공국사 승묘탑은 일제강점기 때 서울로 옮겨졌다가 지금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있고 2007년 새로 탑을 만들어 세웠다고 한다. 서울에 있는 진짜를 옮겨오자는 움직임이 있지만 여전할 걸로 보아 쉽지 않아 보인다. 

아무튼 이런 산골에 이렇게 큰 절이 있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잠깐 역사 공부를 하자면 통일신라 말에는 경전을 중시하는 교종과 달리 깊은 산중에서 깊은 참선을 중시하는 선종이 유행했는데 영월에 사자산파가 있었다. 아마도 사자산파의 절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가까운 곳에 있는 법천사지는 발굴 조사가 벌어지고 있는데 둘 중 하나라도 다시 절을 세운다면 관광 명소가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호젓한 빈 절터가 주는 느낌도 좋기는 하다. 원주 사는 사람도 잘 찾지 않는 곳이지만 부론에 들렀다면 한 번 둘러보면 참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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