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중학교 축제 백오제

사는이야기 2021. 12. 21.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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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오제'는 평창중학교 축제 이름이다. 아이들은 코로나19에게 축제를 반쯤 빼앗기고 말았다. 다 같이 모이지 못하니 온라인으로 열려고 했는데 그럴 바에는 차라리 하지 않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긴 보는 이도 없는 곳에서 열심히 춤추고 노래한들 무슨 흥이 나겠는가! 몇몇 반은 열심히 춤도 추고 했는데 안타깝다.

그래도 무대에 오르고 싶다는 아이들은 운동장에서 공연하기로 했다. 3개 팀이 찬바람에도 땀을 흘리며 연습 중이다. 자칫하면 텅 빈 운동장 공연이 될 수 있다. 그래도 좋다는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복도에는 이번 학기 동안 만든 작품을 모아 전시하고 있다. 확실히 중학교는 고등학교보다 아기자기한 활동을 많이 한다. 전시를 둘러보다 생각했다. '역시 사는데 수학은 그다지 필요가 없구나. 그래도 내년엔 수학 시간에도 작품을 한두 가지 만들어야겠다.'

미술 동아리에서 그린 그림엔 우리가 처한 상황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이 사진은 나중에 2021년을 기록한 역사가 될 듯하다. 한 해를 보냈는데 아직도 아이들 얼굴을 잘 모른다. 수업 시간에 눈빛만으로 겨우 이름을 외웠는데 점심시간에 마스크를 벗고 밥 먹는 모습을 보면 이름과 얼굴이 잘 이어지지 않는다.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 복면을 하는 까닭을 알겠다. 

판화에 새긴 뻔한 글귀가 새롭게 다가온다. "서로를 담다. 서로를 닮다.", "사람답게 살자." 설마 내년 축제까지 빼앗기진 않겠지! 봄이 오면 우리 모두 마스크를 벗고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환하게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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