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들이 항쟁을 알아!

사는이야기 2019. 10. 29.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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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원내대표 연설을 얼핏 보았다. 생각조차 못했다. 조국 장관 퇴진을 주장한 광화문 집회를 10월 항쟁으로 부르고 있다. 4.3. 제주항쟁, 부마항쟁, 5.18. 광주항쟁, 6월 항쟁. 이제까지 내가 알고 있었던 항쟁이다. 이런 항쟁 특히 5.18 과 6월 항쟁을 불러왔던 자들과 그리 멀어 보이지 않는 이들이 '항쟁'을 들먹이니 어이없다.

광화문 10월 항쟁은 전문 시위꾼이 분위기를 몰고, 화려한 무대와 치밀한 기획을 통해 억지로 만들어낸, 가짜 광장, 가짜 민심이 아니었습니다. 평생 일만 하며 살아온 우리 아버지, 집회라고는 상상조차 해보지 못한 우리 어머니, 아이들 키우느라 정신없는 젊은 부부, 공부하랴 취업 준비하랴 하루하루가 바쁜 학생들, 이 모두가 바로 광화문 10월 항쟁의 주인공입니다. 이것은 평범한 국민의 위대한 저항입니다.

모든 말은 정확한 곳에 써야 한다. 특히 정치인은 그래야 한다. 도대체 항쟁이 뭘까?

한자로 쓰면 抗爭이다. 우리말로 옮기면 무언가에 맞선 싸움이다. 모든 싸움을 그렇게 부르지 않는다. 커다란 힘을 가진 권력에 맞서 목숨을 거는 싸움이라야 한다. 명분이 옳은 싸움이어야 한다. 몇몇이 아닌 상당히 많은 사람이 함께한 싸움이라야 한다. 4.19를 혁명으로 부르는 것으로 보아 혁명보다 작지만 그래도 싸움에 이겨서 많은 사회 변혁을 가져온 싸움이다.

박정희나 전두환이 벌인 싸움은 쿠데타다. 박근혜를 끌어내린 광화문 촛불 집회가 항쟁으로 불리지 못하는 것은 승리로 얻은 개혁이 너무 적어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것은 지금 정권 탓이 아주 크다. 아직도 광화문에서 박근혜 석방을 외치며 불법을 저지르는 세력이 상당한 힘을 발휘하게 만든 것은 민주당 정권이다. 다 죽어가던 자유 한국당이 다시 살아나 헛소리를 크게 내는 것도 민주당 탓이다.

어쨌든 자유 한국당이 벌인 광화문 집회는 항쟁으로 부를 수 없다. 부도덕한 권력이 탄압하지도 않았고 국민 대다수가 참여하지도 뜻을 같이 하지도 않았다. 싸움으로 사회에 어떤 바람직한 변화도 가져오지 못했다.

나도 정시확대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정책에 반대한다. 하지만 자사고를 모두 일반고로 바꾸는 것은 찬성한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개천에서 용이 나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개천을 용은커녕 미꾸라지도 살지 못하게 더럽혀 놓고 이제는 개천에서 용을 만든다니 소가 웃을 일이다. 자사고에 사회적 배려 대상자로 몇 사람 넣어주는 걸 두고 개천에서 용이 났다고 말할 수 없다. 일류 대학에 가난한 학생이 특별 전형으로 몇몇 합격한다고 공정한 세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개천에도 생명이 살 수 있도록 해주는 정책이 개천에서 용을 만드는 정책보다 중요하다.

최저임금 올리고 나니 주휴수당을 없애자고 나서는 작자들이 개천 용타령이다. 가소롭다. 백남기 농민을 물대포로 죽이고 용산 철거민을 불태워 죽이던 자들이 이제와 항쟁을 들먹이니 황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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