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위해 사진을 찍는가?

사는이야기 2017. 2. 3.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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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오래 전에 샀지만 그냥 자동모드로 찍어와서 딱히 사진을 안다고 말하기 어렵다. 세월에 장사 없다고 카메라 내장 플래시가 망가진 다음부터 흐린 날이나 실내에서 사진을 찍을 수 없게 되었다. 수동모드로 찍을 때 번들렌즈로는 셔터빠르기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 답답해 렌즈를 하나 샀다. 35mm 1.8 단렌즈. 렌즈를 바꾸고 처음 찍은 사진은 정말 멋졌다. 뭔가 있어보이는 아웃포커싱과 한결 깨끗해진 화질도 맘에 쏙 들었다.

수동모드로 찍기 시작하자 생각해야 할 것이 많아졌다. 조리개, 셔터 빠르기, 화이트 밸런스, 화각, 초점모드, 감도. 요즘 카메라 공부를 시작했다. 그런데 공부때문에 문제가 생겼다. 눈에 띄는 렌즈와 몸체가 많아졌다. 크롭바디보다 풀프레임이 단렌즈보다는 줌이 뛰어난 망원렌즈가 부족한 실력을 보완해 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생겼다.

1999년 처음 산 카메라는 로모였다. 충동 구매였다. 러시아 스파이 어쩌구 비네팅이 어쩌구. 결코 싸지 않는 장난감같은 로모를 들고 몇 년을 보냈다. 언제나 초점이 나가 버린 사진이 많았다. 2003년 신혼여행도 로모와 함께 했다. 호주로 갔었는데 뭔가 답답하고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돌아오는 길에 공항 면세점에서 미놀타 카메라를 샀다. 아무 생각없이 샀다. 아이가 태어나고 한동안 미놀타를 잘 썼는데 어느날 고장난 다음 우리나라에서는 미놀타 서비스가 잘 되지 않음을 알았다. 특히 지방에는 고쳐주는 곳이 없어 장롱에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 그후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디카가 필요했다. 올림푸스 똑딱이를 샀는데 한두 해가 지나자 렌즈에 흠이 가서 뿌옇게 나오기 시작했다. 또 다시 아무 생각없이 산 니콘 D60 카메라를 지금까지 쓰고 있다. 뭔가 재고 따지며 산 카메라는 없다. 하지만 풀프레임에 렌즈 둘 정도면 아무리 싸게 잡아도 4백 만원 언저리다. 슬슬 지름신이 꼬드기는 유혹에 빠져 들다가 생각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사진을 찍는가?

카메라 앞에서도 재롱을 피우던 아이들은 이제 다 자랐다. 특히 중학생이 되는 아들은 사진 찍히기를 이제는 좋아하지 않는다. 시장에서 사람 사는 모습을 담고 싶은 생각은 있지만 낯가림이 심한 나는 모르는 사람에게 모델이 되어달라고 부탁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아주 가끔 집회에 참여할 때는 역사를 기록하고 싶기도 하지만 모르는 사람에게 카메라를 들이댈 용기가 없다. 인물 사진은 어렵고 아들이 만든 레고나 딸이 만든 미니어쳐를 찍는다. 그저 여행하면서 좋은 풍경이 있으면 담아 블로그에 올리는 것이 전부다. 가로 1000픽셀로 줄여서 올린다.

그렇다. 무슨 작가도 아닌 내게 수백 만원이 넘는 장비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당분간 슬슬 사진 공부를 하면서 부지런히 찍어 보기로 했다. 한 십 년쯤 찍어보고 소질이 계발되어 작품을 찍을 때가 되면 퇴직금으로 최첨단 장비를 구입할 작정이다. 물론 마음은 바람과 같아서 언제 바뀔 줄 나도 잘 모른다.

카메라 공부 첫 번째 꼭지로 오늘은 화각과 초점거리에 대하여 정리해 둔다.

그림에서 $\overline{AB}//\overline{ab}$라고 하면 $\triangle OAB$와 $\triangle Oab$는 세 각이 모두 같으므로 닮음이다.

초점거리와 화각 사이 관계는 간단한 닮음만 알면 쉽게 알 수 있다. 초점거리는 렌즈중심 O에서 상이 맺히는 센서까지 거리를 말한다. 눈동자를 그대로 두고 손을 위아래로 흔들어 보자. 손이 보이는 범위를 나타내는 각이 화각이다. 풀프레임이라 센서크기($w\times h$)가 커지면 당연히 화각이 커지고 센서 크기는 같은데 초점거리가 짧아져도 화각이 커진다. 초점거리가 짧은 렌즈를 광각렌즈로 부르는 까닭이다. 보통 35mm렌즈가 사람 눈과 비슷한 화각을 가지고 있는데 이보다 짧으면 '광각' 더 길면 '망원' 렌즈로 부른다.

피사체까지 거리가 같을 때 그림보다 초점거리가 긴 망원 렌즈로 찍으면 화각이 작아지므로 사과가 다 찍히지 않을 것이다. 한편 초점거리가 하나로 고정되지 않고 돌려서 바꿀 수 있는 렌즈는 '줌 렌즈'라고 한다. 고정 초점 렌즈는 피사체에 다가가거나 멀리 움직여서 화각을 조정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우스개로 고정 초점 렌즈를 발로줌 렌즈라고 한다. 줌 렌즈는 발로 뛰는 불편함은 없지만 화질은 가격대비 고정 렌즈가 우수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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