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엠씨 자승

수학이야기 2018. 6. 14.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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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슈타인은 말했다. $$E=mc^2$$ 이 방정식을 소리 내어 읽어보자. ‘이는 엠씨 제곱’으로 읽거나 ‘이 이퀄 엠씨 스퀘어’로 읽을 것이다. 설마 ‘이는 엠씨 자승’으로 읽는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아직도 많다. 요즘 젊은 사람은 아예 자승을 몰라야 정상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세제곱은 여전히 ‘삼승’으로 읽는 사람이 제법 많다. 한자는 뜻글자라 뜻을 알면 참 좋은데 뜻을 모르면 마치 암호처럼 파악하기 어렵다. 

자승(自乘)이 그렇다. '자기와 같은 수를 거듭해서 곱하는 것'이니 '거듭제곱' 줄여서 '제곱'으로 옮긴 까닭이 여기에 있다. 대한수학회는 어려운 한자말을 쉬운 우리말로 바꾸려 힘쓰고 있다. '최대치'를 '최댓값'으로 바꾼 것이 그런 예이다. 그런데 이제는 영어로 말하는 것이 대세가 되다 보니 우리말로 애써 바꾼 보람이 없다. 맥시멈maximum으로 부르면 똑똑해 보이는 세상이니 말이다.  

거듭제곱은 영어로는 뭘까? 답은 파워(power)다. 미적분에 power series가 나온다. 아래와 같이 생긴 급수다. $$\sum_{n=0}^{\infty} c_n x^n =c_0 +c_1 x +c_2 x^2 +\cdots+c_n x^n+\cdots$$많은 책이 멱급수(冪級數)로 옮긴다. 나도 그렇게 배웠다. 갑자기 멱이 궁금해졌다. 찾아보니 ‘덮을 멱’이다. 같은 것을 거듭하여 포개어 놓는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사실 '등급이 있는 수'라는 '급수'란 말도 확 와 닿지 않지만 아직 다른 말을 찾지 못했으니 그대로 쓴다고 하더라도 멱은 거듭제곱으로 옮겨야 옳다. 

 우리말이 뜻을 알아채기 쉽다고 한자말을 모두 버릴 수는 없다. 한자는 글자 하나로 긴 뜻을 나타내지만 우리말은 소리로 뜻을 나타내야 하므로 글자 수가 늘어난다. 글자 길어져 불편하기로는 따지면 영어도 우리말 못지않다. 참고로 지수함수는 엑스퍼넨셜펑션(exponential function)이므로 1.75배로 길다. 영어, 한자말 그리고 우리말 사이에 알맞은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우리말로 시와 소설을 쓰려는 사람도 교양으로 수학을 공부해야 하고 수학이나 물리를 공부하는 사람도 우리말을 깊이 공부해야 한다. 새로 나오는 모든 지식이 영어로 쓰이고 있으니 학문을 하려는 사람은 누구나 영어를 알아야 한다. 하지만 영어로만 아는 것에 그쳐선 안 된다. 모든 지식인이 제 머릿속 지식을 쉬운 우리말로 풀어내 초등학생도 쉽게 알아챌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혁명으로 가는 길이다.

우리 아들이 유치원 다닐 때는 차 유리 닦는 것을 ‘물지우개’로 불렀다. 그때 아들이 천재가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와이퍼’로 부른다. 조만간 ‘wiper’로 적지 않을까 걱정이다.

대한수학회 수학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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