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소는 살아 있다

사는이야기 2018. 6. 23.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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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전 쯤 정말 오랜만에 이발소에서 머리를 깎았다. 머리를 자르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은 매우 지루하다. 아들과 나는 늘 손님이 없는 미장원을 찾는다. 머리 모양에 별 관심이 없는 나는 실력이 그다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동네 미장원이 꽤 많은데 그날 따라 모두 붐비고 있었다. 다음에 올까 생각하는 순간 이발소가 눈에 띄었다. 

손님이 없었다. 이발사는 홀로 저녁을 먹고 있었다. 기다렸다가 의자에 앉으니 별다른 질문없이 머리를 자른다. 생각없이 들렀다가 이발소가 미장원보다 좋은 점을 찾았다.

파파약 냄새가 없다. 미장원에서 나는 냄새는 늘 불편하다. 이발소도 진한 스킨 냄새는 나지만 참을 만 하다. 아니 추억이 떠오르는 냄새다. 요즘 이발소는 인기가 바닥이라 웬만하면 차례를 기다리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거의 모든 이발사가 남자다. 잘 모르는 여성 앞에 뒤로 누워서 머리를 감는 일은 불편하다.  머리를 깎던 중에 손님이 들이닥쳐 온통 여자들 틈에 있게 되었을 때는 영 불편하다. 반대로 미용사와 단둘이 있게 되면 더 불편하다.

이발소를 멀리하고 미장원을 들르게 된 때는 아마도 고등학교 때부터일 것이다. 특별한 까닭은 없다. 남들 따라 그랬던 것 같다. 어떤 이발소는 음침했다. 위기에 몰린 이발소가 면도해주는 여성을 고용하기도 했다. 그때 면도를 맡기지는 않아서 실제로 본 일은 없지만, 아무튼 친구들 대부분 미장원에서 머리를 잘랐다. 신경쓰지 않을 때는 요즘 이발소는 모두 사라지고 없는 줄 알았다. 그렇지만 여전히 꽤 많은 이발소가 살아 있다. 무려 35년 전 중학생 시절들렀던 유한 이용원도 여전히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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