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은 소수로 지켜라::::수학과 사는 이야기

비밀은 소수로 지켜라

수학이야기 2011. 4. 24.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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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밀을 유지하고 싶을땐 ‘소수’를 이용하라

논리로 배우는 수학

최근 한겨레신문 스포츠 면을 보다가 우연히 눈에 띤 것은 ‘7년 기다린 그라운드의 매미, 짧게 울고 끝나진 않는다’라는 제목이었다. 또 7년이란 숫자와 매미가 소재가 되는 글이 나온 것이다. 그것은 프로축구 수원 삼성 팀의 수문장 박호진을 두고 쓴 글이다. 문지기 박호진은 대학을 졸업하고 2000년부터 수원 삼성에서 뛰었지만, 우리가 잘 아는 이운재의 벽을 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러던 그가 요즘 이운재 선수의 몸 상태가 좋지 않은 틈을 타서 선발로 출전했는데 너무 성적이 좋아서 오히려 이운재 선수를 벤치로 밀어내고 있다는 글이었다.

그런데 기자는 왜 그를 매미에 비유했을까?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수학적 배경 지식이 필요하다. 즉, 기자는 7년이라는 세월을 조용히 기다린 후보 선수의 입장을 같은 주기를 가진 매미와 연상시켜 제목을 달았지만, 실상 그 깊은 뜻을 이해할 일반인이 많지 않을 것이다.

매미의 생존 주기는 5년, 7년, 13년, 17년 등의 소수(素數)라고 알려져 있다. 왜 하필 소수를 주기로 생활할까라는 의문에 대한 설명으로 유력한 두 학설이 있는데, 한 가지는 주기가 소수가 되면 매미가 천적을 피하기 쉽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학설은 동종간의 경쟁을 피하기 위한 스스로의 조정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 중에서 천적과 관련된 부분은 재미있는 얘기이다. 매미의 천적은 거미, 사마귀, 땅강아지, 매미충, 노린재 등 많이 있다. 만일 매미의 주기가 17년이 아니라 16년이었다고 하면 4년이 주기인 천적에게 나오는 즉시 먹혔을 것이며, 멸종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17년이 주기이므로 4년 주기인 천적과는 그 최소공배수인 68년만에야 만나기 때문에 그 사이에 종족을 늘려서 보존할 수가 있다는 설명이다.

우선 어떤 수가 소수인가? 잘 알고 있겠지만 1보다 큰 자연수 중에서 1과 자기 자신 외의 약수를 갖지 않는 수가 소수이다. 예를 들면, `2, 3, 5, 7, 11, 13, 17, 19, 23, 29, 31, 37, 41, 43, 47, 53, 59, …… `등이 있으며, 뒤로 갈수록 그 출현 빈도가 줄어들고 있는 특색을 볼 수 있다. 언뜻 보기에는 소수가 별 것 아닌 것처럼 느낄 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신용카드와 전자 상거래, 암호 제작 등에 깊숙이 관련되어 있다. 주민등록번호와 같이 우리 신상에 관련된 자료가 나쁜 곳에 도용이 되면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은 철저히 암호화되어야 하며, 그래서 소수를 적절히 사용하여 가급적 기밀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소수(素數)의 중요한 성질인 1과 자기 자신 외의 약수가 없다는 사실은 생활에서도 쓸모가 꽤 있는 듯하다.

그런데 수학에서 소수는 꽤 쓸모가 있는 정도가 아니라 대단히 큰 쓸모가 있다. 중학교 1학년이 되어서 배우게 되는 소수는 초등학교 때까지 무작정 구했던 약수를 좀더 명확하고 수학적으로 구할 수 있도록 해준다. 72의 약수를 구할 때에는 `72`보다 작은 수로 `72`를 나누는 머릿속의 암산으로 계산해야 했기 때문에 잘못 계산할 수도 있고 빠뜨릴 위험도 피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중학교 1학년에 오면 5학년 때 배웠던 약수와 배수가 다시 반복되면서 소인수분해를 통해 약수를 구하는 새로운 방법과 약수의 개수까지도 척척 구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72`의 양의 약수를 모두 구하려면 우선 72를 소인수분해한다. 그 결과는 $2^3⋅3^2$ 이다. 소인수분해는 보통 시계를 분해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 속에 있는 부속들을 모두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72`라고 포장된 커다란 수를 뜯어보니 기껏 `2`와 `3`의 적당한 결합으로만 이루어진 단순함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72`의 약수는 $2^m⋅3^n$의 꼴로 되어 있다. $2^m$ 은 4가지, $2^n$은 3가지의 경우가 있다. 이 4가지`(1, 2, 4, 8) `중 어느 것이든 관계없이 $2^n $은 항상 3가지`(1, 3, 9)`가 존재하므로 그냥 합의 법칙을 이용하면 `3+3+3+3=12(개)`, 곱의 법칙을 이용하여도 $3\times 4=12$(개)임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소인수분해를 하면 약수를 일일이 구하지 않고도 그 개수를 알 수 있으니 신기한 방법이 아닐 수 없다.

어디 그뿐인가? 두 수의 최대공약수와 최소공배수를 구할 때에도 일일이 그 약수와 배수를 나열하지 않고도 소인수분해의 결과만 가지고 능히 구할 수 있음을 중학교 1학년이라면 배웠을 것이다.

소수의 성질은 중학교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고등학교 2학년에 배우는 조합을 보자. 조합은 학급에서 대의원을 뽑는 것과 같이 서로 다른 $n$개에서 서로 다른 $r$개를 뽑는 경우의 수를 말한다. 이것을 기호로 ${}_n C_r$ 이라 한다. 그런데 최초의 뽑는 대상인 n이 소수일 경우는 특이한 성질이 하나 성립하는데, 그것은 은 모두 n으로 나누어 떨어진다는 것이다. 즉, $n$의 배수가 된다는 성질이다. 간단하게 `n=5`일 때와 `n=6`일 때를 계산해 보면 이해할 수 있다.

$n=5$일 때 ${}_5 C_r $은 모두 5의 배수이지만, $n=6$일 때 ${}_6 C_r$ 중에는 `6`의 배수가 아닌 것이 섞여 있다. 이것은 소수만이 가지는 중요한 성질이다.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그것은 조합의 기호의 뜻과 소수의 정의를 이용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조합의 기호 ${}_n C_r$ 의 뜻은 $$\frac{n!}{r!(n-r)!}$$
 여기서 $n$이 소수이면 $r=0$일 때와 $r=n$일 때를 제외하고는 분모에 있는 어떤 수로도 분자의 $n$을 나눌 수 없다. 왜 그런가를 설명해 보자. 분자에 곱해진 가장 큰 수는 `n`이며 이것은 지금은 소수로 정해 놓았다. 그러므로 자기 자신 이외의 약수가 없기 때문에 $n$보다 작은 수로는 나누어 떨어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분자의 $n$은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에 ${}_n C_r$ 은 $n$의 배수가 된다.

한편, 소수(素數)는 소수점이 붙은 수를 의미하는 소수(小數)와 그 표기가 같기 때문에 혼동의 우려가 있어 최근 용어를 바꾸자는 여론이 대두되었다. 그래서 나온 의견이 씨수로 쓰자는 것이다. 이것은 현재 북한에서 사용하는 용어이다. 소수(素數)가 자연수 중에서 아주 핵심이고 중요한 수이므로 씨수라고 쓴 북한의 용어는 그 의미를 함축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소수(素數)’를 ‘씨수’로 바꾸면 ‘소인수분해’는 ‘씨인수분해’로 표현해야 한다든가 하는 또 다른 어색함이 나타나게 되어 아직은 바뀌지 않고 있다. 하여튼 수학에서 쓰는 용어는 한자어가 너무 많아 학생들의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하여는 모두가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끊임없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최수일/서울 용산고 교사 choisi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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