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하라, 오로지 수학자처럼::::수학과 사는 이야기

절망하라, 오로지 수학자처럼

수학이야기 2014. 12. 16.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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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출판사에서 책을 하나 보내왔다. 어떤 경로로 알았는지 수학선생이라 보내준 것으로 보인다. 이제까지 공짜로 받은 책은 수학 문제집 밖에 없었는데 참 고마운 출판사이다. 공짜에 대한 보답으로 잠깐 소개는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펼쳤는데 단숨에 읽었다. 수학에 흥미가 있다면 더욱 재미있을 것이고 흥미가 없어도 나름대로 재미있을 것 같아 소개해 둔다.

지난 주말 내년에 가르칠 영재학교 학생을 뽑기 위한 면접을 진행하였다. 영재학교는 우리 학교(과학고)에서 토요일에 중학교 학생을 뽑아서 수학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이다. 면접에서 처음으로 던진 질문은 "수학을 좋아합니까?"였다. 모든 학생이 "예"라고 대답했다. 그다음 질문인 "왜 좋아하나요?" 여러 가지 대답이 나왔다. 그 가운데 '답이 척척 구해져서'라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 그다지 맘에 들지 않는 대답이다. 수학이 재미있는 것은 답이 정해져서가 아니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요즘 특목고인 과학고 입학을 위한 스펙으로 영재학교를 지원하는 학생이 많다 보니 예상 질문에 대한 대답을 훈련시키는 학원이 있다. 어떤 두 학생은 마치 녹음기처럼 똑같은 대답을 하기도 했다. 이 책을 읽었다는 학생이 있었다. 그 학생은 여러 질문에서 남다른 대답을 해서 눈에 띄었다. 오랜 고민 끝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을 때 느낀 희열 때문에 수학을 좋아한다고 했다. 책 속에 나오는 수학자처럼 풀리는 않는 문제에 인생을 바칠 수 있느냐는 물음에 아직 확신은 없지만 그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연립방정식의 기계적인 계산에서 즐거움을 느낀다고 대답한 아이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초중고를 다니면서 그토록 수학에 매달리는 나라에서 이렇다 할 수학자가 나오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나라 대다수 학생들이 매달리고 있는 것은 수학이 아닌 산수이기 때문이다. 수학을 그저 복잡하기만 한 계산의 반복으로 만나는 경우가 많다. 수학이 품은 아름다움을 살짝이라도 엿볼 기회를 전혀 가지지 못한다. 중학교 학생에게 미적분을 가르치는 선행학습은 수학에 뛰어난 재능을 타고난 아이까지 수학에서 멀어지게 만든다. 실제로 물어보니 80% 학생이 고등학교 과정을 선행하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슬펐다.

골드바흐의 추측은 아주 유명한 난제 가운데 하나다. 페르마의 정리나 지도에서 4색 문제가 해결되는 동안에도 더 해결되지 않고 있다. 러시아 수학자 골드바흐가 오일러에게 보낸 편지에 나온다. 추측으로 옮겨지는 conjecture는 수학에서 참인 것으로 여겨지는데 아직 증명되지 않은 것이다. 증명을 통해 추측이 아닌 정리로 만들 수 있다면 수학사에 영원히 이름을 새겨 넣을 수 있다. 골드바흐의 추측은 아래와 같이 아주 간단하다.

2보다 큰 짝수는 모두 소수 둘을 더해서 나온 것이다.
예)) $4 = 2 + 2,
6 = 3 + 38 = 3 + 5, 10 = 3 + 7 = 5 + 5,$

$\cdots$

$100 = 3 + 97 = 11 + 89 = 17 + 83 = 29 + 71 = 41 + 59 = 47 + 53$


http://www.ltg.ed.ac.uk/~richard/goldbach.html

 

Goldbach's conjecture

Goldbach's cometRichard Tobin This graph (sometimes known as "Goldbach's Comet") shows the number of ways in which each even number up to a million can be expressed as the sum of two primes. For Goldbach's conjecture to be false, there must be a zero value

www.cogsci.ed.ac.uk

아주 간단한 정수론 문제처럼 여겨지지만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미적분학, 함수, 복소함수, 해석학 거의 모든 수학 분야를 공부해야 할 것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중고등학교 다닐 때 이런 상상력을 자극하는 문제를 만나지 못했다. 요즘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수업시간에 이런 문제를 다룬다면 이상한 선생 취급을 받기 십상이다. 수학 올림피아드를 준비하는 학생들도 수학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어떤 다른 목적으로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에 필요한 상상력을 기르지 못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수학공부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공부라고 불평한다. '기하학을 모르는 자는 이 문을 들어오지 말라.'는 말도 있듯이 수학은 수학을 좋아하는 이에게만 맡겨두는 것은 어떨까라는 생각도 한다.  하지만 누구나 진리에 이르는 길에서 느끼는 아름다움을 즐길 자격이 있다. 내 아이가 그저 수학 문제를 잘 푸는 아이가 아니라 수학사에 발자취를 남기는 아이로 자라길 바라는 학부모라면 한 번 읽도록 해 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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