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물가에서 시작한다

사는이야기/여행음식 2018. 3. 2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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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라고 온전히 죽은 것만 있지는 않건만 봄이 와야 우리는 살아 있음을 노래한다. 옛 사람은 추운 겨울을 이기고 마침내 돋아난 새싹과 마른 나무 끝에 움트는 새순을 보고 많은 상춘곡을 남겼다. 여기 저기서 날마다 미세먼지를 조심하라 이르지만 방 안에서만 봄을 맞을 순 없다. 카메라를 메고 자전거를 탔다. 봄은 물가에서 시작한다. 물없이 사는 생물이 없으니 당연한 일이다. 누런 겨울을 비집고 파릇한 봄이 뾰족 올라왔다. '물 오른다'는 말은 이런 걸 일컽는 말이리라.

제법 자란 어린 오리 사이로 이제 막 알에서 깨어난 듯한 아주 작은 아기 오리가 눈에 띄지만 좀처럼 찍을 수 없다. 아쉽다. 이래서 망원 렌즈를 사는 모양이다. 물 건너에 파릇한 빛깔이 느껴지지만 미세먼지 탓인가 사진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모든 것이 그러하듯 봄은 한꺼번에 오지 않는다. 철 모르고 남들보다 먼저 핀 개나리가 봄을 앞당긴다. 벚꽃이 피기 전에 산수유가 먼저 핀다. 진달래 피고 질 무렵 철쭉이 핀다. 요즘은 옛날보다 봄이 짧아진 느낌이다. 봄을 제대로 느끼지도 못하고 여름을 맞으면 억울하다. 부지런히 봄을 찾아 나서 보자. 은행 나무에 물이 오르고 잎이 무성해지면 여름일 것이다.

생명은 공평하고 그 자체가 진실입니다. 그리고 풀 한포기 꽃 한송이일지라도 생명에는 다 존재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예술은 생명에 접근하려는 행위입니다. -----------------박경리 문학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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