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과 사는 이야기

살며 가르치며 배우는 수학샘이 기록하는 이야기

백담사에서 영시암까지

여행맛집 2026. 10. 18.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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툇마루 같은 곳에 걸터앉아 김밥을 먹고 영시암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백담사에서 영시암까지 3.5km는 편안한 산길을 걷는 코스에 가깝다. 숲으로 들어서자 온 사방이 붉게 물든 기운으로 가득하다. 바닥에 드리운 그림자마저 붉게 물든 듯했다. 영시암으로 가는 길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을 찍으며 쉬엄쉬엄 걸었더니 두 시간가량 걸렸다.

여행할 때는 정해진 틀에 얽매이지 않고 발길 닿는 대로 다닌다. 이른바 대문자 P, ‘계획이 없는 것이 계획’인 사람이다. 처음에는 봉정암까지 갈 생각이었으나 셔틀버스를 놓치면서 오세암으로 목적지를 줄였다. 영시암에 닿아 숨을 돌리며 인공지능에게 오세암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물었다. 거리를 비롯해 자세히 안내하더니 지금 영시암에 있느냐고 되묻는다. 해 질 녘 버스를 놓칠 수 있으니 나라면 영시암에서 발길을 돌리겠다고 조언한다.

시계를 보니 이미 10km 넘게 걸었고 발바닥도 아프다. 현명한 충고를 받아들여 하산하기로 했다. 참 편하고 신통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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