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는 보았나? 피타고리안 다이어트

수학이야기 2020. 10. 22. 13:29
반응형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지난해 문제를 풀고 답하는 면접시험을 치르던 대학들 가운데 상당수가 비대면 면접으로 바꿨다. 이런 일은 처음이라 학생들 면접 준비를 어떻게 시켜야 할까 고민이 많다. 아무래도 원격으로 치르는 시험은 문제 유출을 막기 어려워서 생활기록부를 바탕으로 질문을 하는 형태가 되지 않을까 예상한다. 그래도 면접관들은 교과 지식수준을 평가할 수 있는 질문을 개발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면접 연습에서 쓰려고 이런저런 수학 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우연히 알게 된 피타고라스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그렇다. 중학교만 마친 사람도 다 아는 피타고라스에 얽힌 이야기다.

피타고라스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기원전 570년부터 495년까지 살았다고 한다. 피타고라스는 철학, 수학, 음악, 천문학 손대지 않은 분야가 없는 당대 최고 학자였다. 이미 잘 알고 있는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루고 음식 이야기를 적는다. 피타고라스는 워낙 뛰어난 천재이고 서양보다는 동양에 가까운 아이오니안(Ionians)으로 동시대 그리스 사람들과 생각이 조금 달랐다. 음식에 대한 생각도 그렇다.

‘피타고리안 다이어트: Pythagorean diet’란 말을 들어보았는가? 중세 시대 몇몇 사람이 주장한 고기, 콩, 생선을 먹지 않는 식단을 일컫는 말이다. 피타고리안은 피타고라스 학파로 옮길 수 있는데 피타고라스와 그를 따르는 이들을 뜻하는 말로 교육과 종교 공동체에 가깝다. 그들은 왜 고기와 생선을 먹지 않았을까? 그들이 가지고 있던 생각을 엿보기로 하자.

인간도 동물이다. 다만 인간은 조금 뛰어난 지능을 가지고 있어서 훈련으로 스스로를 정화할 수 있다. 건강한 몸에 올바른 혼이 깃든다는 말처럼 인간의 몸과 혼은 서로 영향을 미친다. 자연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인간이 죽으면 혼은 다른 존재로 다시 태어난다. 인간이 아닌 동물로 태어날 수도 있다. 동물을 고통스럽지 않게 죽일 수 없다. 따라서 동물을 고통스럽게 죽여서 얻은 고기를 먹으면 안 된다.

여기서 잠깐 콩은 동물도 아닌데 왜 먹지 않았을까? 정확한 근거는 없지만 피타고라스가 콩 알레르기가 있었을 것이라는 설이 있다. 반대파에 쫓기던 피타고라스가 콩밭을 가로지르지 못해서 죽임을 당했다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도 있다.

브로콜리: 픽사베이

윤회와 채식 혹시 피타고라스가 불교를 믿지 않았을까? 인도와 그리스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혹시나 하며 찾아보니 붓다가 살던 시기가 비슷하기는 해도 피타고라스보다는 훗날이다. 따라서 불교와 인연이 있지는 않고 있다고 하더라도 불제자는 아니다. 어쨌든 동물을 제물로 바치고 고기를 먹으며 축제를 즐기던 여느 사람들과 피타고리안은 생각이 많이 달랐다.

피타고라스는 전통에 따라 어머니, 아내, 딸도 모임에 함께 하였는데 여성도 피타고리안으로 공부하는데 동등한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문헌에 남아 있는 많은 피타고리안인 여성 철학자가 있다. 이처럼 다른 이들과 생각이 크게 다른 피타고리안은 반대파로부터 박해를 당해서 현재는 이탈리아 땅인 크로토네(Crotone)로 갔다고 전한다.

피타고리안은 남녀 차별이 없다.

훗날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에게도 영향을 끼친 피타고라스의 철학을 살피고 있자면 현대인이 과연 고대인보다 뛰어난 것이 있을까 의심스럽다. 마녀 재판으로 여성을 불태워 죽이던 중세가 아닌 오늘날에도 종교라는 허울을 쓰고 벌어지는 온갖 비이성인 사건과 사고를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피타고리안은 술을 마셨을까? 내맘대로 생각하면 많이는 아니고 적당히는 마셨을 것이다. 술은 잔인하게 동물을 죽여서 만들지 않고 곡물이나 과일을 천천히 발효시켜 만들기 때문이다. 아! 슬프다. 이런 건 시험에 나오지 않는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