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위는 던져졌다.

어느 가수가 노래했다. "알 수 없는 우리의 미래가 나를 더욱 더 힘들게 해" 내일보다 먼 훗날의 날씨도 예측하는 시대가 되었어도 여전히 우리에게 미래는 어둠이다. 어둠 속에 나타난 갈림길에 서서 인간은 주사위를 던졌다. 학력고사 세대는 시험장에서 연필이나 모나미 볼펜을 굴렸다. 요즘 아이들은 무엇을 굴릴까? 전교조수학교사회에서 펴낸 '사람과 수학'이라는 책에서 주사위 역사를 보았다.

아주 먼 옛날엔 동물의 복사뼈를 던져서 점을 쳤다고 한다. 한동안 주사위는 아무나 던지는 것이 아니라 신탁을 받은 이들이 던지는 것이었다고 한다. 세상 모든 일을 점친다는 주역의 64괘도 우연으로 미래를 점친다는 점에서 주사위와 크게 다르지 않다. 놀이가 된 다음부터 주사위는 주로 도박장에서 모습을 드러냈지만 경주 안압지에서 나온 주사위는 술판에서 쓰였다고 한다. 14면을 가진 주사위는 삼각형과 사각형 모양의 면에 아래와 같이 글을 적어 놓았다고 한다. 나라를 책임진 귀족들이 이런 놀이를 하고 놀았다고 하니 한심해 보이기도 한다.^^

飮盡大咲(음진대소): 술 한 잔 마시고 큰 소리로 웃기
三盡一去(삼진일거): 한 번에 술 석잔 마시기 또는 술 석잔 마시고 한걸음 걷기
自唱自飮(자창자음): 혼자 노래 부르고 술 마시기
禁聲作舞(금성작무); 술 마신 뒤 소리 내지 않고 춤추기
衆人打鼻(중인타비): 여러 사람이 코 때리기
有犯空過(유범공과): 여러 사람이 덤벼들어 장난쳐도 가만히 있기
醜物莫放(추물막방): 더러워도 버리지 않기
兩盞則放(양잔즉방): 술 두 잔이면 쏟아버리기
曲費則盡(곡비즉진): 팔을 구부린 채 술 다 마시기
任意請歌(임의청가): 마음대로 사람을 지목해 노래 청하기
弄面孔過(농면공과): 얼굴을 간질여도 가만히 있기
月鏡一曲(월경일곡): ‘월경’이라는 노래 부르기
空詠詩過(공영시과): 시 한 수 읊기
自唱怪來晩(자창괴래만): 스스로 ‘괴래만’이라는 노래 부르기

여러 모양을 가진 주사위들이 있지만 정다면체인 것은 오로지 4.6.8.12.20면체 딱 다섯 뿐이다. 왜 그럴까? 이미 그리스 시대 유클리드님이 증명을 남겼으니 한 번 증명해 보시라. 가장 많이 쓰는 정육면체 주사위 눈은 마주보는 눈의 합이 7이다. 여섯 면에 1에서 6까지 아무렇게나 쓴다면 무려 서른 가지의 주사위를 만들 수 있다. 왜 그런데 한 종류만 쓰게 되었을까? 도박판에서 사기치는 인간들이 있었나 보다. 사기꾼들이 주사위에 같은 수를 둘 적기도 했는데 이를 쉽게 확인하기 위해서 그런 것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