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 이삭이 팰 무렵, 판운 섶다리

사는이야기/여행음식 2021. 5. 12.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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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햇살이 좋다. 이런 날은 퇴근길에 차를 세우고 섶다리를 오가며 사진을 찍는다. 하루 종일 쓰고 있던 마스크를 벗고 진한 초록이 내뿜는 기운을 들이마신다. 기분이 좋다. 동네 이름이 특이하다. 사진에서 오른쪽은  '판운리'이고 강 건너 왼쪽은 '미다리'이다. 미나리 아니고 미다리이다. 며칠 전에 페북에 올렸더니 베트남 어느 동네 느낌이 난다고 하는 이가 있었다. 듣고 보니 그렇게 느껴지기도 한다.

나무는 무성해서 이미 여름이지만 아직까지 아침엔 쌀쌀하다. 자연에 가깝게 살면 인디언처럼 말하게 된다. 요즘은 여름이라 부르기보다 보리 이삭이 팰 무렵으로 부르고 싶다. 물속을 헤치며 고기를 잡던 새가 돌 위에 서서 날개를 말린다. 흔하게 보이는 온몸이 까만 녀석인데 오리는 아니고 이름도 모른다. 어찌 알고 이리도 좋은 곳에 터를 잡았을까? 아마 대대로 물려받았을 것이다. 아등바등 살지 않고도 행복해 보여서 녀석이 조금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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