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이야기_분수와 소수

수학이야기/중학수학2 2022. 3. 7.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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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playstyle{\frac{1}{2}, \frac{1}{3}, \frac{2}{3}, \cdots}$는 분수이고 $0.5,\; \;\;0.25,\;\;\; 0.125,\cdots$는 소수이다. 둘 다 아주 익숙한 표기법이다. 분수와 소수 어느 것이 더 먼저 출현했을까? 중학교 2학년 수학을 이제 막 시작하는 학생들을 위해 간단하게 분수와 소수의 역사를 정리해 둔다.

분수는 왜 쓰게 되었을까?

인류 역사는 수와 함께 발전해왔다. 까마득한 먼 옛날 초기 인류는 그저 하나, 둘, 셋만 구분했을 것이다. 차츰 셀 수 있는 범위를 넓혀서 자연수를 인식하게 되었을 것이다. 자연수 모임은 보통 $\mathbb{N}$으로 나타낸다.

$$\mathbb{N}:\quad 1,2,3,4, \cdots$$

$1$보다 작은 수도 필요했을 것이다. 사냥을 시작한 인류는 여럿이 힘을 모아도 한 번에 한 마리를 잡았을 것이다. 사슴 한 마리를 사냥에 참가한 사람 수만큼 똑같이 나누어야 했을 것이다. 1학년에서 주어진 선분을 이등분하는 작도법을 배웠다. 주어진 선분의 길이를 $1$이라고 할 때, 조각난 선분의 길이를 나타내는 수가 필요했을 것이다. 대충 3700여 년 전에 피라미드를 세운 고대 이집트 사람들이 분수를 썼다는 기록이 있다.  물론 요즘 우리가 쓰는 표기법과는 다르지만 린드 파피루스에 분수가 나온다고 한다. 이집트인은 분자가 1인 단위 분수를 주로 사용하였다.

고대 이집트인 8명이 피자를 주문했다. 이럴 때 그들은 '우리는 피자 $\displaystyle{\frac{1}{8}}$을 먹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어쨌든 분수는 더 정밀한 측정을 위해 인류가 만들어낸 수임이 분명하다.

같이 보면 좋은 영상: 문명과 수학(이집트 분수)

1보다 작은 수를 나타내기 위해 만든 분수지만 자꾸 쓰다보면 쓰는 범위가 늘어난다. 두 사람이 입맛이 없다며 어떤 사람에게 자신들의 조각을 넘긴다면 조각을 받은 이는 얼마나 먹을 수 있는가? 

$$\frac{1}{8}+\frac{1}{8}+\frac{1}{8}=\frac{1}{8}\times 3= \frac{3}{8}$$

이렇게 범위를 넓히다 보면 자연스럽게 1보다 큰 수가 된다.

$$\frac{1}{8}\times 9= \frac{9}{8}=1+\frac{1}{8} $$

이런 분수를 구별하기 위해 1보다 작은 수는 진분수(진짜 분수), 1보다 큰 수는 가분수(가짜 분수)로 부르고 가분수를 정수와 진분수를 같이 써서 $\displaystyle{1\frac{1}{8}}$로 쓰는 대분수(帶分數)도 있다.(참고: 대(帶)는 허리띠를 두른 모습을 뜻한다.) 초등학생은 잘 구별하지만 중학생부터는 굳이 이들을 구별하지 않고 그냥 모두 분수라고 부른다. 특히, 대분수는 정수와 진분수를 곱하는 모양과 혼동하기 쉬우므로 가능한 쓰지 않는 것이 좋다. 

정리하자.

분수는 두 정수 $a,\;\;b\;\;(b\not=0)$가 주어졌을 때 $a$를 $b$로 나눈 수를 '분수 막대'를 써서 나타낸 수이다. 위에 있는 수는 분자, 아래 있는 수는 분모로 부른다.

$$a\div b=\frac{a}{b}$$

분수는 부분을 나타낼 때는 좋지만 크기를 비교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예를 들어 보자.

두 수 $\displaystyle{\frac{7}{16},\;\;\frac{3}{7}}$ 가운데 어느 것이 더 큰가?

느낌으로 알아채기는 쉽지 않다. 분자나 분모가 같다면 크기를 비교하기 쉽다. 보통 분모가 같아지도록 알맞은 수를 분모와 분자에 곱한다. 서로 다른 분모의 최소공배수를 구해서 같아지도록 하는 일을 '통분한다'고 한다. 통분해 보자. $$\displaystyle{\frac{7\times 7}{16\times 7}=\frac{49}{112},\;\;\frac{3\times 16}{7\times 16}=\frac{48}{112}}$$ 비로소 크기를 비교할 수 있다.

통분은 생각보다 매우 번거로운 일이다. 분수로 나타낸 수를 더하고 빼는 것은 더더욱 번거롭다. 이런 번거로움을 해결하기 위해 소수 표기법이다. 오늘날은 소수가 너무나 당연하고 쉽게 여겨지지만 소수를 완벽하게 표기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소수는 누가 왜 만들었을까?

분수를 소수로 나타내기 시작한 사람 가운데 시몬 스테빈(Simon Stevin)이 있다. 군대에서 회계를 맡았던 시몬 스테빈은 이자율을 계산을 쉽게 하고 싶었다. 당시엔 단위 분수만 사용하였기 때문에 이자율이 1/10이면 쉽지만 1/11, 1/12라면 매우 복잡했다. 처음엔 1/11을 값이 비슷한 91/1000로 1/12은 8/100로 쓰곤 했다.

분모가 10의 거듭제곱이면 분모를 쓰지 않고 간단하게 쓰고 싶었다. 하지만 분모를 지우고 7/10은 7로 8/100을 8로 쓰면 자연수와 구별할 수 없다. 자연수와 구별을 위해 오늘날 소수점 자리에 ⓞ을 쓰고 아래로 ①, ②, ③을 써서 자리를 구분하였다.

시몬 스테빈(Simon Stevin): 위키피디아 사진

 

이와 비슷하게 크리스토프 루돌프는 소수점 대신 콤마를 써서 구분하였다. 훗날 1619년 네이피어가 처음 ‘소수점’을 사용하였고, 존 윌리스가 소수점을 이용한 소수를 자주 사용함으로써 오늘날의 소수 표기법이 완성되었다. 처음에 윌리스는 '12? 345'로 쓰다가 소수점을 사용하였다. 문명이 발달하면서 큰 수도 쓰게 되지만 반대로 아주 작은 수도 써야 하는데 소수 표기법이 없었다면 불편함은 물론 문명의 발달이 더디게 진행되었을 수도 있다.

분수보다 훨씬 계산이 편한 소수 표현이 나타나기까지 수천 년이 걸린 까닭은 정밀한 계산을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10진법이 60진법이나 12진법을 대체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익숙한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를 망설이는 경향이 있다. 아직도 곳곳에서 무게를 나타낼 때 10진법을 기반으로 하는 킬로그램이 아닌 16진법을 기반으로 하는 온스와 같은 단위가 쓰이고 있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12진법을 기반으로 하는 달력과 60진법을 기반으로 하는 시간 표기법을 바꾸는 일은 불가능하다. 참고: 달력과 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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