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의 시작! 사건이란 무엇인가
수학이야기/중학수학2 2022. 11. 30. 22:41기원전 49년 1월 12일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군대를 이끌고 루비콘 강을 건너면서 말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연구해 보면 주사위와 도박의 역사는 꽤나 오래되었을 것이다. 주사위도 처음에는 점을 치는 데 사용하지 않았을까?
로마에 정육면체 주사위가 있었듯이 통일신라시대 경주엔 14면체 주사위가 있었다. 주사위 이름은 주령구(酒令具)이다.
주령구는 1975년 경주 동궁과 월지(안압지)에서 출토된 14면체의 참나무 주사위이다. '술을 마실 때 그 방법을 알려 주는 주사위'라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직경 5센티미터 정도의 작은 크기로, 정사각형 면 6개와 육각형 면 8개로 구성돼 있고, 각 면에 여러 놀이 규칙이 적혀 있다. 주령구는 일반 주사위와 달리 사각형과 육각형 면이 섞여 있지만, 모든 면의 면적을 거의 같게 제작해서 각 면이 나올 확률은 1/14로 비슷하다. 전통문화포털
가만히 보면 정사각형과 삼각형으로 만들어서 다듬었다고 보는 것이 좋겠다. 딱 보이는 면에 '삼잔일거(三盞一去) - 술 석 잔 한 번에 마시고 한 걸음 가기'가 적혀 있다. 우리나라는 삼국시대부터 술 마시며 놀이를 즐겼나 보다.
주령구를 던졌을 때, 일어나는 일을 말해보자. '사각형인 면이 나온다.', '육각형인 면이 나온다.'와 같이 말할 수 있다. 이렇게 뭔가를 시행했을 때 벌어지는 일이 사건인데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중학교 수학 2 교과서에 등장하는 사건과 경우의 수에 대한 설명이다. 처음 읽는 사람은 뭔 소린가 싶을 것이다. 중학생에게 엄밀한 정의를 투입하기 어렵다면 훗날로 미루어도 좋을 듯한데 어쨌든 확률을 가르쳐야 하니까 이렇게 도입하는 것이다. 이렇게 시작하다 보니 중학교 학생들 가운데 사건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이 제법 많다.
이 질문에 6개라고 답했다면 당신은 사건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사건을 몇 가지 말해보자.
벌써 사건을 6개를 적었다. 이거 말고도 사건은 아주 많다. 이래서 수학을 쉽게 가르치기 어렵다. 조금 힘들어도 처음부터 엄밀하게 접근하면 좋다. 확률은 집합을 배우고 난 다음에 배우면 좋다고 생각한다.
이제 위에 적은 사건의 경우의 수를 생각해 보자.
경우의 수가 1부터 6까지 나올 수 있다. 고등학생이면 순열과 조합으로 간단하게 셀 수 있지만 중학생은 모두 다 세려면 시간이 조금 걸릴 것이다. 정답은 주사위 하나를 던질 때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은 모두 $2^6=64$가지이다. 일단 조금 뒤로 미루고 경우의 수를 세는 법을 공부해 보자.
경우의 수를 세는 가장 기본은 합의 법칙과 곱의 법칙이다.
사건 $A,\;\;B$가 일어나는 경우의 수가 각각 $m,\;\;n$라고 하자.
두 사건 $A,\;\;B$가 동시에 일어나지 않을 때, 사건 $A$ 또는 $B$가 일어나는 경우의 수는 $m+n$이다.
이것도 법칙인가 싶을 정도로 시시하지만 사실 경우의 수에서 이것만 제대로 알아도 아주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두 사건이 동시에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해야 한다.
예를 들면 주사위 한 개를 던졌을 때, 5 또는 짝수의 눈이 나오는 사건의 경우의 수는 1+3=4이지만 짝수 또는 소수인 눈이 나오는 사건의 경우의 수는 3+3=6이 아니라 3+3-1=5이다. 짝수이면서 동시에 소수인 2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건 $A,\;\;B$가 일어나는 경우의 수가 각각 $m,\;\;n$라고 하자.
두 사건 $A,\;\;B$가 잇달아 일어나는 경우의 수는 $m\times n$이다.
윗옷은 빨강 또는 파랑 또는 녹색을 고르고 잇달아 바지는 흰색과 검정 중에 하나를 고르는 것이다. 윗옷을 고르는 사건은 동시에 일어나지 않으므로 합의 법칙을 따라 $2+2+2$로 구할 수도 있다. 하지만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곱의 법칙으로 따로 분류해 두는 것이다. 당연히 덧셈에서 곱셈으로 바꾸는 과정을 알면 매우 좋다.
$$2+2+2=3\times 2$$
어떤 법칙을 쓸 것인가는 두 사건이 동시에 일어날 수 있는가를 따져보면 쉽게 구별할 수 있다.
이제 주사위 하나를 던질 때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은 모두 몇 가지인지 구해보자.
주사위를 던질 때 일어나는 사건은 모두 위에 예를 든 것처럼 1,2,3,4,5,6에서 적당한 숫자를 택하는 것과 같다. 이것을 다르게 표현해 보자. 숫자를 택하는 것은 O, 택하지 않는 것은 X으로 표시할 수 있다.
예를 들면 2의 배수인 눈이 나오는 사건은 2,4,6으로 표현할 수 있는데 이것은 XOXOXO로 나타낼 수도 있다. 사건이 여섯 차례 잇달아 일어나는데 각 사건의 경우의 수는 2이므로 곱의 법칙을 써서 $$2\times 2\times 2 \times 2 \times2 \times 2=2^6 =64$$임을 알 수 있다. 이것은 훗날 배우는 중복순열이지만 굳이 이름을 모르더라도 계산할 수 있다. 중학생이라면 오히려 공식을 쓰지 않고 찾아내는 연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건이 일어날 확률을 구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실험이나 관찰을 반복하여 상대도수를 구하는 방법과 경우의 수를 계산하여 얻는 방법이 있다.
동일한 조건에서 실험이나 관찰을 여러 번 반복할 때, 반복 횟수가 많아짐에 따라 어떤 사건 $A$가 일어나는 상대도수가 일정한 값에 가까워지면 이 일정한 값을 사건 $A$가 일어날 확률이라고 한다.
어떤 실험이나 관찰에서 각 경우가 일어날 가능성이 같을 때, 일어나는 모든 경우의 수를 $n$, 사건 $A$가 일어나는 경우의 수를 $a$라고 한다면 사건 $A$가 일어날 확률 $p$는 $$p=\frac{a}{n}$$ 이다.
여기서 각 경우가 일어날 가능성이 같아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주사위 두 개를 던졌을 때 두 눈의 합이 6이 되는 확률을 구할 때, 두 눈의 합은 2부터 12까지 나올 수 있으므로 모든 경우의 수는 11이라고 하면 안 된다. 확률을 $1/11$로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당연히 모든 경우의 수를 36으로 놓고 확률을 계산해야 한다. 합이 6이 되는 경우는 (1,5), (2,4), (3,3), (4,2), (5,1)이므로 경우의 수는 5이다. 따라서 확률은 $5/36$이다.
이탈리아 수학자 갈릴레이(Galilei, Galileo : 1564~1642)가 받은 질문이다.
3개의 주사위를 동시에 던졌을 때, 눈의 수의 합이 $9$가 되는 경우의 수와 $10$이 되는 경우의 수는 같지만 실제로 눈의 수의 합이 $10$인 경우가 더 많이 나오는 이유가 무엇일까?
합이 9인 사건은 (1,2,6), (1,3,5), (1,4,4), (2,2,5), (2,3,4), (3,3,3)이므로 경우의 수는 6
합이 10인 사건은 (1,3,6), (1,4,5), (2,2,6), (2,3,5), (2,4,4), (3,3,4)이므로 경우의 수는 6
두 사건은 확률이 같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합이 10인 사건이 더 잘 일어난다. 일어날 가능성이 모두 같은 전체 경우의 수는 $6\times 6\times 6=216$이다. 경우의 수를 셀 때 순서까지 고려해야 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위에 있는 경우의 수는 각각 25와 27으로 계산해야 한다. 세 수가 모두 다르면 6가지, 둘이 같으면 3가지, 셋이 모두 같으면 1가지로 세는 것이 옳다.
반복 횟수가 아주 많아지면 실험으로 얻은 통계적 확률과 경우의 수를 계산하여 얻은 수학적 확률이 같아진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