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학년도 대입에서 수학은 어떻게 바뀌나
수학이야기 2023. 10. 13. 11:08교육부는 2023년 현재 중학교 2학년 학생이 치르게 될 2028학년도 대입제도 시안을 발표하였다. 제목은 [미래 사회를 대비하는 2028 대입제도 개편 시안]이다. 과연 미래 사회를 대비할 수 있을까는 여러 가지 방면에서 검토해야 하는 일이므로 다른 이에게 맡기고 수학교사로서 살펴볼 내용만 정리해 본다. 교육부 계획대로 바꾸면 과연 미래 사회를 대비할 수 있을까?
현재 운영하는 2015 개정 교육과정과 바뀌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은 아래와 같다.
공통 과목 | 일반 선택 | 진로 선택 |
---|---|---|
수학 | 수학Ⅰ · 수학Ⅱ · 미적분 · 확률과 통계 | 기하 · 실용 수학 · 경제 수학 · 수학과제 탐구 · 기본 수학 · 인공지능 수학 |
공통 과목 | 일반 선택 | 진로 선택 | 융합 선택 |
---|---|---|---|
공통수학1,공통수학2 | 대수, 미적분Ⅰ, 확률과 통계 | 미적분Ⅱ, 기하, 경제 수학, 인공지능 수학, 직무 수학 | 수학과 문화, 실용 통계, 수학과제 탐구 |
기본수학1, 기본수학2 | 전문 수학, 이산 수학, 고급 대수, 고급 미적분, 고급 기하 |
우리나라 교육과정 변천사를 살피면 생각보다 자주 바뀐다. 교직에 있는 동안 여러 차례 교육과정이 바뀌었지만 교과를 부르는 이름이 달라진 걸 빼면 가르치는 내용은 거기서 거기다. 다만 특정 교과 내용이 공통 과목이냐 선택 과목이냐가 달라졌다. 실용수학이나 인공지능수학처럼 이름은 그럴듯해도 수학은 그냥 수학일 때 오히려 더 강력하다.
공통과목과 일반 선택 과목까지는 2022 개정 교육과정도 다 들여다보지 못했지만 단원명을 보면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심하게 이야기하자면 수학 교과는 교육과정을 아무리 뜯어고쳐도 변하지 않는 뭔가가 있다. 고윳값(eigenvalue)과 고유벡터(eigenvector)가 아주 많은 학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교육부는 이번 개정의 중점으로 아래와 같은 점을 들고 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이전과 달리 절대평가제와 고교학점제를 주축으로 삼는다. 우리나라 학교를 지배하던 상대평가에 따른 줄 세우기를 완화할 것을 기대하기도 했지만 어려울 듯하다.
2023.10.10. 교육부가 발표한 2028학년도 대입제도 시안에 따르면 수능 출제 과목이 달라진다.
현재는 수능 시험에서 수학 1, 수학 2는 공통으로 하고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3과목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이었다. 여기서 선택하는 과목에 따라 난이도에 따른 점수차이가 발생한다. 이것을 완화하기 위해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대수, 미적분 1, 확률과 통계를 모두 수능 공통으로 삼는다고 한다.
문과와 이과는 옛날식 표현이다. 이전까지는 인문계와 자연계를 수학과 국어에서 선택하는 과목과 사탐이냐 과탐이냐에 따라 뚜렷하게 구분하였다. 2015 개정 교육과정부터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을 표방하며 계열 분리를 완화하고 대학을 지원할 때 교차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등학교에서 여전히 선택과목에 따라 자연스럽게 계열이 나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수능 과목을 모두 같게 국어, 수학, 과탐, 사탐 모두를 보는 것으로 하므로 계열 구분이 아예 사라진다고 할 수 있다.
대학 입시에서 수학 교과가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높아진다. 이렇게 되면 인문계열 학과에 진학하려는 학생에게도 수학 교과는 매우 중요한 과목이 될 것이다. 결국 수학 관련 사교육이 기승을 부르지 않을까 걱정이다. 킬러 문제 운운하면서 평가원장까지 갈아치우며 벌인 소동에도 불구하고 9월 모평에서 수학은 상당한 변별력을 발휘하고 있다. 모의고사 점수가 나오지 않는 학생과 학부모는 불안한 마음에 학원을 찾을 것이 분명하다.
고등학교는 교육과정 편성의 자율성이 줄어들 것이다. 아마도 교육과정을 편성할 때 진로 선택 과목 가운데 미적분 2와 기하를 편성해야 하는가도 고민될 것이다. 아무래도 수능 출제 과목은 단위수를 최대로 하고 그렇지 않은 과목은 최소로 편성해야 할 것이다. 어쩌면 과목을 편성해 두고 출제 과목 문제를 푸는 수업이 될 수도 있다. 아무도 듣지 않는 수업을 진행하는 일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올해 중학교 3학년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수업하다가 소식을 전하자 우리는 피했다며 안도하는 분위기다. 그래서 덧붙였다. 너희는 절대로 재수하면 안 되고 졸업하는 바로 그 해 2027년에 원하는 대학에 반드시 입학하기를 바란다. 수학 교사인 내게는 수학 교과의 비중이 높아지면 반갑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수능이 중요해지는 만큼 문제 풀이 위주로 수업을 해야 해서 달갑지 않기도 하다.
◦ (미국) 고교 내신 평가방식은 주(state)별, 학구(district)별, 과목별, 교사별로 매우 다양하며, 대입도 대학마다 고유한 방식 채택
- 대학들은 SAT·ACT 시험 점수, 고교 내신, 에세이·추천서 등을 주로 평가해 왔으나, 최근 SAT·ACT 미반영 대학 증가 경향
* * (주요 원인) 시험 점수가 실제 대학 적응 수준을 예측하지 못하며, SAT 등은 연 7~8회 치러지므로 부유한 학생은 반복 응시해 높은 점수를 얻는다는 비판
- 대학의 방침 변화에 따라 SAT도 핵심 지식 위주로 평가하고 문항 수를 줄여 풀이 시간을 충분히 제공하는 등의 방향으로 변화 추세
◦ (일본) 고교 내신은 절대평가 5등급(A~E) 적용되나, 보통 대입에 반영되지 않고 사립대학의 학교장 추천전형 위주로 활용
- 국가수준 대입 시험은 30년간 실시된 ‘센터시험’을 폐지(’20.)하고 사고력·판단력·표현력 중심의 ‘대학입학 공통테스트’*로 개정
* 당초 논술형 문항 도입 예정이었으나, 민간사업자에게 채점을 위탁하는 과정에서 채점자의 질 확보, 채점기준 타당성, 일정 문제 등이 제기되면서 연기 결정
◦ (프랑스) 대입에 국가수준 대입 시험인 ‘바칼로레아’ 60%, 고교 내신 40% 반영, 고교 내신이 ‘공통 시험’과 ‘학생부’로 구분
- 국가가 관리하는 ‘공통 시험’은 고교 2~3학년 때 치르며, 학교별 시험인 ‘학생부’보다 대입 반영비율 높음(공통 시험 30%, 학생부 10%)
- ‘바칼로레아’ 개편으로 계열 구분(문학, 경제·사회, 과학)이 폐지되고 응시 과목 수도 개인차가 없게 5개로 축소(계열별 10~15개→5개)
◦ (중국) 대부분 내신 절대평가 4등급(A~D) 적용*되나, 통상 대입은 국가수준 대입 시험인 ‘가오카오’가 가장 중요
* 학교가 아니라 성(省) 단위의 학업능력고사로 평가, 안휘성(省)은 상대평가 4등급
- ‘가오카오’는 영어·수학 등 다양한 과목에서 800자 이상 논술형 평가 실시, 지역(省) 교육평가원 및 지정 대학에서 나누어 채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