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부쟁이

사는이야기/들꽃 2014. 9. 18.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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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푸르게 푸르게 높아지고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면 쑥부쟁이가 꽃을 피운다. 쑥부쟁이가 피어야 비로소 가을이다. 학교에 쑥부쟁이가 피었다. 쑥부쟁이와 개미취가 헷갈렸는데 찾아보니 쑥부쟁이는 키가 작고 한 줄기에 꽃이 여럿이 피고 개미취는 키가 크고 한 줄기에 꽃이 하나만 핀단다. 둘다 빛깔은 고운데 이름은 쑥부쟁이가 조금 더 듣기 좋다. 중학교 교과서에 나온다는 쑥부쟁이 전설을 옮겨 놓는다.

쑥부쟁이 꽃에는 슬픈 전설이 하나 있다. 옛날 아주 깊은 산골에 가난한 대장장이 가족이 살고 있었다. 이 대장장이의 큰딸은 병든 어머니와 11명이나 되는 동생들을 돌보며 쑥을 캐러 다녔기에 마을 사람들은 그녀를 '쑥을 캐러 다니는 불쟁이네 딸'이라는 뜻으로 쑥부쟁이라고 불렀다.

어느 날, 쑥부쟁이가 산에서 쑥을 캐다 상처를 입고 쫓기는 노루를 보았다. 쑥부쟁이는 노루를 숨겨 주고 상처까지 치료해서 보내 주었다. 쑥부쟁이가 다시 산길을 가는데 이번에는 멧돼지를 잡으려고 파 놓은 함정에 빠진 사냥꾼을 보게 되었다. 사냥꾼을 구해 주고 보니 아주 잘생기고 씩씩한 청년이었다. 첫눈에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청년은 다음해 가을에 다시 오겠다는 약속만 남기고 떠나 버렸다.

청년을 기다리며 한해 두해 가을이 지났지만 청년은 오지 않았다. 그리움을 이기지 못한 쑥부쟁이가 산신령에게 빌었더니 몇 해 전 목숨을 구해 주었던 노루가 나타났다. 그 노루가 바로 산신령이었던 것이다.

노루는 보랏빛 주머니에 담긴 노란 구슬 세 개를 주었다. "구슬을 하나씩 입에 물고 소원을 말하면 세 가지 소원이 이루어 질 것입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져 버렸다. 쑥부쟁이는 첫째 번 구슬을 입에 물고 어머니의 병환을 낫게 해 달라고 했다. 산신령의 말처럼 어머니는 순식간에 건강을 되찾았다. 둘째 번 구슬을 입에 물고는 사냥꾼 청년을 보게 해 달라고 소원을 빌었다. 그러자 바로 그 자리에 애타게 기다리던 청년이 나타났다. 그러나 그는 이미 결혼하여 아이까지 두고 있었다. 쑥부쟁이는 청년이 원망스러웠지만, 아버지를 잃을 아이들이 불쌍하여, 그 청년이 가족들에게 돌아가게 해 달라고 마지막 소원을 빌었다.

그 후 쑥부쟁이는 청년을 잊지 못하다가, 어느 날 그만 절벽에서 발을 헛디뎌 죽고 말았다. 쑥부쟁이가 죽고 난 뒤, 그 자리에는 아름다운 꽃이 피어났다.  사람들은 이 꽃을 보고 쑥부쟁이가 죽어서도 배고픈 동생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라 믿었다. 마을 사람들은 이 꽃을 쑥부쟁이라고 부르고 쑥부쟁이의 보랏빛 꽃잎과 노란 꽃술은 노루가 준 주머니와 세 개의 구슬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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