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호 그곳에 가면

사는이야기/여행음식 2017. 1. 4.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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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호에 가면 논골담길을 둘러본다. 요즘 벽화를 그려 놓은 마을이 많다. 동피랑이나 감천마을처럼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볼거리가 쏠쏠하다. 사실 묵호라는 지명도 모르는 이가 많다. 묵호는 동해시에 있는데 묵호항에서 울릉도 가는 배를 탈 수 있다. 묵호항에 있는 회센터에서는 그 어디보다 값싸게 먹을 수 있다. 이번엔 게를 3만원어치 사서 우리 식구 넷이서 실컷 먹었다. 포구에서 사서 시장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쪄주는 식당이 있다. 쪄주는 값은 만 원이고 상차림은 사람당 이천 원이다. 아들과 나는 게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므로 즐기는 사람 넷이서 먹으려면 오만 원어치는 사야할 듯하다. 그래도 싸다. 게를 찌는데 시간이 좀 걸리니까 게를 사서 맡겨두고 논골담길 둘러보고 오면 좋을 것이다.

옛날 묵호가 잘나가던 시절에는 개도 만 원짜리를 물고 다녔다고 한다. 바다 훤히 내려다보이는 집에 사는 팔자 좋은 개도 만 원짜리를 물고 있지는 않았다. 옛날 탄광이 잘 되던 시절엔 태백이나 정선 영월 사는 개도 만 원짜리 물고 다녔다고 한다. 탄광도 거의 다 문을 닫은 요즘 강원도에서도 후미진 구석이다 보니 묵호도 쇠락할대로 쇠락했다. 그래도 몇 해 사이에 많이 바뀌긴 했다. 묵호에 그곳에 가면 꼭 논골담길을 둘러보기를 권한다.

너무나 빨리 달려온 우리나라는 잃어버린 풍경이 많다. 그 많던 골목길은 모두 아파트 단지로 바뀌었다. 골목이 사라지자 말타기하던 아이들도 사라졌다. 이제 학교 다닐 아이가 없어 문 닫는 학교가 늘고 있다. 옛날 이 언덕을 오르내리며 학교 다니던 꼬마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궁금하다. 몇몇은 명절 때나 되어야 동창들을 만나며 추억을 곱씹고 있을 것이다. 이마저도 못하고 삶에 치여 추억 따위를 되새길 새도 없이 바쁘게 살고있는 이는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저녁이면 낯선 도시 어느 허름한 술집에서 그렇게 늙어 가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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