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위를 걷다_설악산 대청봉

사는이야기/여행음식 2017. 7. 30.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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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을 다녀왔다. 오색에서 대청을 올랐다 중청, 끝청을 돌아 한계령 휴게소로 내려오는 길을 골랐다. 처음엔 한계령에서 오색으로 내려오려 했는데 굉장히 가팔라 어렵다는 이야길 듣고 계획을 바꿨다.


강원도에 살지만 대청봉은 처음이다. 가족이 함께 하는 산행이라 살짝 걱정이 돼서 나름 꼼꼼히 챙겼다. 국립공원 관리공단에서 지도도 내려받아 휴대폰에 넣어 두었다. 오이와 방울토마토 과자와 물 그리고 건빵도 배낭에 넣었다. 오색에서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주먹밥을 챙겼다. 주먹밥은 1인분에 4000원 김밥보다 맛있다.

지난주 비가 많아 입산 통제를 했던 탓인지 생각보다 한산했다. 늘 그런지는 모르지만 식당 주차장에 차를 세워도 된다고 했다. 9시 10분쯤 출발해서 한계령 휴게소에 내려온 시각이 8시쯤 되었으니 무려 11시간이나 산을 탔다. 지도로는 13.3km다. 아이와 함께 대청봉을 간다는 말에 주위에 걱정하는 이가 많았다. 아이들 관절에 무리라고 말리는 이도 있었다.

결론을 말하자면 아이들 생각보다 산을 잘 탄다. 초등 6학년인 딸이 조금 힘들어 했지만 중1인 아들은 힘들어 하는 엄마를 대신해 배낭을 메고도 날아다녔다. 산에서 만난 많은 이들이 아이들과 함께하는 우리를 부러워했다. 오르는 길에 초등 2학년 딸과 함께 올라온 가족도 만났다. 속도만 잘 조절하면 어린아이와 함께 오를 만하다. 너무 어린 아이가 있다면 오색으로 다시 내려오는 것이 나을 듯하다. 한계령까지는 경치는 참 좋지만 거리가 좀 멀다.

왜 힘든 산에 아이까지 데리고 오냐고 묻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대답으로 부족하지만 사진으로 대신한다. 사진이 좀 많다. 그냥 막 찍어도 작품이 될 줄 알았는데 실력이 부족해 본대로 나오지 않아 아쉽다. 살짝 풀프레임으로 바꿀까 생각도 하게 된다. 땀을 흘리며 오르다 보면 어느새 구름이 발아래 있다. 대청에서 보이는 공룡능선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풍광이다. 이런 걸 평생 못보고 사는 이도 많은데 어릴 때 보면 좋지 않은가! 공자님은 열다섯에 몽산에 올라 노나라가 작음을 알았고 훗날 태산에 올라 천하가 작음을 알았다고 한다.

대청을 지나 한계령까지는 구름 위를 걷는다. 사춘기라 아빠와 데면데면했던 딸과 손을 꼭 잡고 몇 시간을 함께 걸을 수 있었다. 아직까지 다리는 뻐근하지만 가슴에 품어온 풍경은 생생하다. 아이들은 회복이 어른보다 빠른지 다리가 뻐근하지도 않다고 한다.

경험에 비추어 결론을 내린다. 설악산 대청봉 쉽지는 않지만 아이와 함께 오를 만하다. 공자님과는 달리 우리나라가 크고 넓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얻는 것이 참 많다. 구름 위를 걷고 싶다면 대청봉을 오르자. 설악이 이런데 금강은어떨까? 금강산을 보지 못함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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