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 학교 사진
사는이야기 2018. 12. 4. 11:46
파일을 정리하다 지난 가을 학교 사진을 보았다. 며칠 전에 읽은 책 <어디서 살 것인가>에 학교와 교도소가 닮았다고 쓰여 있다. 맞는 말이다. 운동장은 연병장 조회대는 사열대로 보고 군부대 사진이라고 해도 믿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강원도 산골에 있는 아무개 부대와 닮아도 너무 닮았다. 우리 학교는 기숙학교라 학창 시절을 군대 생활처럼 느끼는 학생도 있다. 겨울에 눈이 내리면 제설 작업도 한다.^^
책을 쓴 유현준 교수는 알쓸신잡2에 나왔던 분이다. 책 제목 <어디서 살 것인가>에서 복잡한 도시를 벗어나 자연을 벗 삼아 사는 삶을 다루지 않았을까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다. 전원주택을 짓는 법이라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착각이었다. 교도소와 학교가 닮아서 우리나라 학교에서 창의력을 기르기 어렵다는 첫 장이 맘에 들어서 단숨에 읽었다. 학교 건축을 바꾸고자 힘썼지만 실패한 이야기에 큰 안타까움을 느낀다. 학교에 몸 담고 있기에 건축을 결정하는 교육부 관료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방해했을까 상상이 간다.
우리네 학교 풍경은 이렇다. 시작 종이 울리면 아이들은 힘없이 자리에 앉는다. 50분이 지나고 종이 울리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복도로 나간다. 화장실 갔다와서 복도에 있는 컴퓨터를 만지작거리거나 친구와 수다를 떨다보면 다시 종이 울린다. 쉬는 시간은 늘 짧아서 아쉽다. 종소리는 아주 슬픈 곡조를 띤 외국 민요다.
네 번을 되풀이하면 점심 시간이다. 급식소에는 쇠로 된 식판을 든 아이들이 길게 이어진 줄이 만들어진다. 학년이 높아야 먼저 먹을 수 있다. 영화에선 죄수들도 점심 먹고 운동장에서 운동을 하지만 1학년 학생들은 밥 먹고 잠깐 공을 찰 시간도 없다. 스페인에 있다는 시에스타(낮잠)이 부럽다. 학교는 입학과 퇴학을 스스로 정할 수 있다는 것을 빼면 교도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저자는 도시를 사람이 살기 좋게 만드는 방법을 고민한다. 살기 좋은 도시는 걷기 좋은 도시를 말한다. 주말 대형마트에 가서 수레 가득 물건을 사고 같은 건물 안에서 영화를 보고 밥을 사 먹는 삶보다는 느릿느릿 동네를 걸으며 밥도 사먹고 장도 보는 삶을 좋아한다. 나도 그렇다. 옛날 누구나 그랬던 것처럼 마당이 있는 집에서 나와 동네 골목에서 동무와 뛰놀아야 잘 사는 것이다. 아무개 캐슬로 불리는 아파트에 갇혀 러닝머신 위에서 다람쥐처럼 뛰는 삶은 그렇게 잘 사는 것이 아니다.
대체로 공감가는 이야기라 좋았지만 몇 군데는 공감이 가지 않는다. 서울에서 걷기 좋은 길로 알려진 몇몇을 들고 있다. 서울에 살지 않아서 다 가보진 못했으나 북촌이나 익선동은 가보았다. 그러나 그리 걷기 좋다고 여겨지진 않았다. 명동도 내겐 너무 어지러운 곳이었다. 아메리카에 간다면 뉴욕보다 로키산맥을 보고 싶어하는 것은 서울 살이를 전혀 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리라.
건축에 별 다른 지식이 없는 사람도 아주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특히 서울에 살고 있는 이라면 읽어 보아야 한다. 서울을 어떻게 바꿔야 더 많은 사람들이 더 화목하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게 해주는 좋은 책이다. 다른 책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도 읽고 있는데 참 재밌고 유익하다.
우리 모두가 다 건축가가 될 수는 없지만, 우리 모두는 일종의 건축주이다. 사진 집을 고를 때, 데이트할 거리를 선택할 때, 개발 정책에 따라서 정치 후보자에게 표를 던질 때 등 여러 가지 형태로 건축주의 입장에 서게 된다. 훌륭한 건축은 결국 훌륭한 건축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훌륭한 건축주가 되는 첫걸음은 관심을 가지고 건축적으로 주변을 읽고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여러분 모두가 이 나라의 건축을 더욱 발전시킬 훌륭한 건축주가 되기를 바라면서 이 책을 마무리하려 한다.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맺음말에서
아래 공감 단추 꾸욱 눌러주시면 복 받으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