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은 배우자를 선택하는 전략?
수학이야기/확률통계 2020. 10. 12. 14:31해마다 이맘때 피는 쑥부쟁이를 좋아한다. 젊은 시절엔 울긋불긋 화려한 꽃이 좋더니 이제 은은한 빛깔로 수줍게 피는 꽃이 더 좋다. 새하얀 구절초도 좋지만 은은한 보랏빛으로 피는 쑥부쟁이도 좋다. 흔한 들꽃이지만 도심에선 좀처럼 만나기 어렵다. 자전거를 타고 얼마 안 가서 쑥부쟁이를 만난다. 반가운 마음에 바로 내려서 사진을 찍는다. 덤불을 헤치고 들어가 몇 장 찍고 다시 자전거를 타다가 지천으로 핀 쑥부쟁이를 만난다. 조금 참고 기다리면 훨씬 예쁜 사진을 쉽게 찍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웃음 짓는다. 인생사 너무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다.
이런 상황에서 뜬금없이 수학 문제를 떠올리는 직업병이 있다. 수학 선생만 재미있다고 우기는 생활 속 수학 문제를 하나 소개한다. 옛날에 수업 시간에 냈다가 별다른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던 문제다.
지금 사귀고 있는 사람과 결혼을 망설이고 있는가? 혹시 운명 같은 사람이 나타날까 걱정된다면 지금 사랑은 몇 번째인가 따져보라. 헤어진 사람이 셋이 넘는다면 망설이지 말고 결혼해도 된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날 가능성은 점점 낮아진다.
맘에 드는 이가 어떤 사람이라도 그 사람과 사귈 수 있는 능력자라고 가정하고 10명을 만날 수 있다고 가정하자.
A1,A2A3,⋯,A10와 만날 수 있고 번호가 빠른 이가 더 좋은 인연이라고 놓자. 누가 더 먼저 당신 앞에 나타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이제 가장 좋은 사람인 A1과 결혼하는 전략을 세워보자.
전략 1. 첫사랑과 무조건 결혼한다.
첫사랑이 바로 A1일 확률은 0.1이다.
전략 2. 다음으로 첫사랑과는 헤어지고 2번째 이후에 첫사랑보다 좋은 사람이 나타나면 결혼하기로 하자.
확률을 계산해 보자.
정리하면 Ak가 첫사랑이면 A1과 결혼한 확률은 110×1k−1이다. (단, k>1인 자연수)
그러므로 확률을 모두 더하면
11010∑k=2(1k−1)=110(11+12+⋯+18+19)=0.283
이다.
전략 3. 두 번째까지는 무조건 헤어지고 그 다음으로 두 번째까지 보다 더 나은 사람이 나타나면 결혼하는 전략을 쓰기로 할 때 A1과 결혼할 확률은 이보다는 복잡하다.
첫사랑과 두 번째에 A1이 있었다면 확률은 0이다.
첫사랑과 두 번째에 A2가 있을 확률은 2×810×9=845이고 둘보다 나은 이는 A1 뿐이므로 확률은 845×1=845이다.
A3,A4와 같이 첫째나 둘째에 A3이 가장 좋은 사람일 확률은2×710×9=745이고 그 뒤로 A1이 A2보다 앞에 만날 확률은 13이다.
첫째나 둘째에 있는 가장 좋은 사람이 Ak이고 그 뒤로 A1와 결혼할 확률은
2×10−kP110P2×1k−1=10−k45×1k−1
이다. 그러므로 확률은
145(81+72+63+⋯+18)=0.366.
r번째까지 지나치고 그 다음에 이전 보다 좋은 사람이 나타나면 결혼하는 전략을 쓴다고 하고 일반적인 식을 적어보면 아래와 같다.
10−r+1∑k=2r×10−kPr−110Pr×1k−1
계속해서 계산을 이어간다면 아래와 같은 표를 얻을 수 있다.
헤어진 사람 수 | 0 | 1 | 2 | 3 | 4 |
확률 | 0.1 | 0.283 | 0.366 | 0.399 | 0.398 |
헤어진 사람 수 | 5 | 6 | 7 | 8 | 9 |
확률 | 0.373 | 0.327 | 0.265 | 0.189 | 0.1 |
종합하면 세 사람을 사귀어 보고 다음에 찾아오는 인연이 앞에 만난 사람보다 더 좋으면 결혼하는 전략이 가장 확률이 높다. 앞에서 밝혔듯이 별로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진 못했다. 다른 데서 이야기하면 사랑도 확률로 계산하는 이상한 사람이라는 따가운 눈총을 받을 수 있으므로 그냥 재미로 읽고 잊기를 바란다. 참고로 원래 문제는 가장 기름값이 싼 주유소를 찾는 전략을 세우는 문제다.
수학이야기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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