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는 블로거를 위한 도움말

사는이야기 2020. 11. 1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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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먼 옛날 '피씨 통신'이란 것이 있었다. 영화 '접속'으로 널리 알려진 바로 그 피씨 통신이다. '천리안', '하이텔', '나우누리', '유니텔' 어느 하나를 안다면 당신은 이미 옛날 사람이다. '싸이월드'가 나오기도 전에 천리안에 홈페이지를 만들었으니 나름 웹(WWW) 세대다. 홈페이지에 '제로보드' 게시판을 달기도 했고 나중엔 '태터툴즈'로 블로그를 만들고 블로거가 되었다.

이제는 사라진 '오마이블로그'에도 아주 오래 글을 썼다. 그러고 보니 그 시절 자료를 사진으로 남기지 못한 것이 아쉽다. 세상이 이렇게 빨리 변할 줄 몰랐다. 티스토리도 태터툴즈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로고를 'T'로 쓴다고 짐작한다. 아무튼 누군가에게 초대장을 부탁하던 시절도 있었다. 현재 누적 방문수 163만 8823이니까 새로 시작하는 블로거를 위해 작은 도움말을 할 자격은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남긴다.

Pixabay로부터 입수된 William Iven님의 이미지 입니다.

블로그의 역사

다 알고 있겠지만 말뿌리를 알아보자. 블로그는 'Web log'를 간단하게 적은 말이다. 'Wlog'가 아니라 'Blog'인 것이 이채롭다. 'log'는 옛 그리스말 'λόγος'에서 온 'logos'에서 왔는데 로고스는 아주 많은 뜻으로 쓰인다. 그 가운데 블로그의 로그는 '말씀'을 뜻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설마 수학 시간에 배우는 로그를 뜻한다고 본 사람은 없겠지!

위에 적었듯이 처음엔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게시판을 통해 의견을 주고받던 사람들이 개인 홈페이지 시대를 지나 블로그 시대가 왔다고 봐야 한다. 블로그가 처음 시작된 1995년에도 '일기'를 쓰듯이 글을 쓰는 블로거가 많았던 까닭은 블로거는 다른 사람들에게 말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영원할 것 같던 블로그도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에스엔에스'를 만나고 이제는 '유튜브'라는 말도 안 되는 강적을 만나 그 열기가 많이 식었다. 그러나 블로거로서 아무리 유튜브가 번영하더라도 블로그는 살아남는다는 희망을 품고 있다. 마치 텔레비전 때문에 금방이라도 사라질 듯하던 라디오가 살아남은 것처럼 말이다.

이제 새로 시작하는 블로거를 위한 도움말을 적는다.

무엇을 쓸 것인가?

당연히 시작할 때 무엇을 쓸 것인가를 고민한다. 하지만 처음엔 거창한 목표나 주제가 없어도 좋다. 그냥 일기처럼 뭔가를 자꾸 쓰다가 보면 집중하고 싶은 주제는 저절로 생긴다. 목표도 그렇다. 수학을 가르치면서 만든 자료를 올려두려고 홈페이지를 만들었으나 방문한 학생들과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니 수학보다는 사는 이야기가 많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가장 많이 아는 것이 수학이라 '수학 이야기'가 쓰기 쉽다. 수학 선생이니까 저절로 교재 연구가 되어서 좋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수학 이야기는 별로 궁금해하지 않는 듯하여 아쉽다.

취미이든 직업이든 나름대로 공부한 그래서 도움이 되는 정보가 있는 블로그가 좋다. 진솔한 사는 이야기도 좋아한다. 아주 가끔 볼 때도 있으나 연예와 주식은 싫어하는 편이다. 연예는 쓸데없는 험담이 많고 주식은 봐도 뭔 소린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 분야도 나름대로 전문가라 참신한 글을 쓸 수 있다면 주제로 삼아도 좋겠지만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그날그날 달라지는 관심에만 집중한 글은 오늘이 지나고 내일이 되면 필요 없는 글이 되고 만다. 글을 쓰기 위해 들인 시간과 노력이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마는 셈이다.

수익성

이제 막 시작하는 블로거에게 수익성을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요즘 관심을 가진 블로거도 많아 보여서 한 마디 거든다.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일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므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다만 지나치게 수익을 추구하는 것이 빤히 보이는 블로거를 보면 블로그를 왜 하는가 의문이 든다. 그 시간에 알바를 하는 것이 훨씬 나아 보이기도 한다. 방문수를 늘리기 위한 비책?을 적은 글도 상당히 인기가 좋다. 요즘도 허락도 없이 남이 쓴 글을 퍼다 옮기는 블로거가 있다.

애드센스나 애드핏으로 대박이 나려면 블로그 자체가 가진 정보 없이 불가능하다. 요즘 날마다 방문수 2천과 3천 사이를 오가는데 대부분 아주 옛날에 쓴 수학 이야기가 구글 검색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새로 쓰는 글이 꾸준히 네이버나 다음 대문에 걸리지 않는다면 광고로 큰돈을 벌기는 불가능하지만 많이 검색하는 주제를 다룬 글이 검색 화면 맨 위에 위치한다면 상당히 많은 유입으로 쏠쏠한 수익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아쉽게도 수학 공부하러 블로그를 찾는 사람들은 광고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 많다. 옛날에 두발자유에 대해 이야기한 글을 쓴 날 갑자기 중고등학생이 찾아와 댓글을 주르륵 달고 광고도 상당히 많이 눌러 주었다.

결론

블로그는 아무나 누구나 쓰는 것이다. 한 삼 년쯤 좋아하는 분야를 공부하면서 이런저런 글을 부지런히 쓰다 보면 그 가운데 몇몇 인기를 얻는 글이 드러난다. 그러면 알 게 된다. 블로그 하는 재미를. 그다음에 애드센스나 애드핏을 달고 이제는 잘하는 분야가 된 것에 대한 이야기를 집중해서 꾸준히 쓴다. 제발 광고를 너무 많이 달지는 말자. 백 원쯤 되는 돈을 벌겠다고 자판기를 두드리고 있는 모습은 안쓰러울 뿐이다. 블로그는 좀 고급스러운 취미 생활로 여기면 좋겠다. 일기도 좋다. 아주 가끔 옛날 오마이블로그에 썼던 글을 읽는데 아이들이 태어나서 자라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티스토리에 띄워 볼 욕심으로 가끔 내 글에 공감을 누르기도 한다. 트위터나 페이스북도 사실은 블로그 글을 퍼뜨릴 욕심으로 했었다. 이제 와 생각하니 다 부질없다. 요즘 논어를 읽고 있다. 논어 일기라는 꼭지로 글을 쓰려고 블로그를 하나 더 만들었다. 아직까지 방문자는 거의 없다. 어제는 2, 전체 91.

논어 학이편은 아래와 같은 구절로 끝난다.

子曰 不患人之不己知 患不知人也

공자님이 말씀하셨다. "남이 나를 알아봐 주지 않음을 걱정하지 말아라. 내가 남을 알아보지 못함을 걱정하라."

suhak.tistory.com/1201

 

아주 오래된 글 하나

'새로운 블로거를 위한 도움말'을 적다가 생각나서 지금은 없는 옛 블로그에 있는 글을 하나 옮겨 놓는다. 집안에 텐트 치다 2009년 7월 26일에 쓴 글 올여름엔 야영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늘 성

suhak.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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