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율의 연대기
수학이야기 2022. 12. 29. 16:17차례
원주율 몇 째 자리까지 외우고 있는가? 2005년 중국 대학생인 '려초'는 24시간 4분 동안 소수점 67,890번째 자리까지 외워서 기네스 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어린 시절 원주율을 배우고 남들보다 더 많이 외우려고 애써서 제법 많이 외웠는데 이제는 여기까지다.
$$\pi=3.141592653589793238\cdots$$
바퀴, 병뚜껑, 베어링$\cdots$. 우리 주위에 원으로 보이는 물건이 참 많다. 그러나 모두 완전한 원은 아니다. 종교 때문에 바퀴를 만들지 않은 잉카를 제외한 다른 모든 문명은 바퀴가 있다. 수레바퀴를 원에 가깝게 만들수록 잘 구른다.
아래 그림은 $n=3$부터 $n=30$까지 정$n$각형을 차례대로 그렸다. 보이는 대로 점점 둥글어진다. 마지막 정 30 각형은 원이라고 해도 믿을 것이다. 사실 완벽한 원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옛날 사람들은 완전한 원에 가까운 바퀴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수레바퀴가 한 바퀴 돌면 얼마나 앞으로 나가게 될까? 실험에 의해 $3$보다 크다는 것을 고대인도 알고 있었다. 나아가 지름과 원둘레 사이의 비율은 상수임을 알고 있었다. 이 비율을 정확하게 구하기 위한 도전도 시작되었다.
원둘레의 길이를 지름의 길이로 나눈 값이 원주율이다. 오일러 이후로 원주율은 $\pi$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1706년 영국의 수학자 윌리엄 존스는 원주율을 $\pi$로 나타내자고 제안했다. 고대 그리스어로 둘레를 뜻하는 말은 "페리페레스"(περιφηρής) 또는 "페리메트론"(περίμετρον) 이다. 윌리엄 존스는 “특정 도형의 길이나 넓이를 구하는 매우 유용한 방법이 있다. 원을 예로 들면 지름이 1인 원의 둘레인 $3.14159\cdots$를 $ \pi$로 표기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위키백과/원주율
BC 2000년경 고대 바빌로니아에선 원주율로 $\displaystyle{\frac{25}{8}\sim 3.125}$을 썼다. 고대 이집트 사람은 원의 넓이를 어떻게 계산했을까? 린드 파피루스에 나오는 50번 문제다.
문제 50 지름이 9 케트인 원의 넓이를 구하여라.
풀이)) 지름의 길이에서 1/9만큼을 뺀다. 남은 길이는 8이다. 8에 8을 곱한다. 64가 원의 넓이다.
지름이 9인 원의 넓이와 한 변의 길이가 8인 정사각형의 넓이가 같다고 본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식으로 $\pi$의 근삿값을 계산해 보자.
$$\pi\times \bigg(\frac{9}{2}\bigg)^2=8^2 $$
$$\therefore \pi=4\times\bigg(\frac{8}{9}\bigg)^2=3.16045\cdots$$
이쯤이면 상당히 정확한 값이다. 무려 BC 1650년 경 자료임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고대 문명에선 대부분 3으로 계산했는데 아마도 바퀴를 굴려서 얻었을 것으로 짐작한다.
수학적으로 의미 있는 접근은 아르키메데스가 시작했다. 원에 내접하는 다각형과 외접하는 다각형의 둘레를 계산하여 구했다.
지름이 1인 원에 내접과 외접하는 육각형으로 구하면 아래와 같다.
아르키메데스는 무려 정 96 각형까지 계산하였다.
$$\frac{223}{71}<\pi<\frac{22}{7}\quad (3.1408<\pi<3.1429)$$
263년 위나라 유희는 정 $3\times 2^{3072}$각형을 계산하여 3.14159까지 계산했다.
지름의 길이의 절반과 원둘레 길이의 절반을 곱하면 넓이가 나온다. --유희
480년 조충지는 $\displaystyle{\frac{355}{113}}$를 구했는데 3.141592까지 맞았다.
정다각형으로 구하는 근삿값은 생각보다는 빠르게 자릿수를 늘려가기 어렵다.
1400년 인도 수학자 마다바(Madhava)가 오늘날 표현으로 쓰면 아래와 같은 무한급수로 소수점 아래 열 자리(3.14159265359)까지 정확하게 구했다.
$$\tan^{-1}\theta=\theta-\frac{1}{3}\theta^3+\frac{1}{5}\theta^5-\cdots=\sum_{n=1}^{\infty}\frac{(-1)^{n+1}}{2n-1}\theta^{2n-1}\tag{1}$$
$\theta=1$을 대입하면 근삿값을 구할 수 있다.
$$\frac{\pi}{4}=1-\frac{1}{3}+\frac{1}{5}-\frac{1}{7}+\frac{1}{9}-\cdots$$
1671년 스코틀랜드의 제임스 그레고리는 아래와 같은 급수를 찾았다. 마다바가 찾은 급수와 표현만 다르다.
$$\theta=\tan\theta-\frac{1}{3}\tan\theta +\frac{1}{5}\tan\theta-\frac{1}{7}\tan\theta+\frac{1}{9} \tan\theta-\cdots$$
$\displaystyle{\theta=\frac{\pi}{4}}$일 때는 아래와 같다.
$$\pi=4\bigg(1-\frac{1}{3}+\frac{1}{5}-\frac{1}{7}+\frac{1}{9} - \frac{1}{11}+\cdots\bigg)$$
이 급수는 $\pi$로 수렴하지만 불행하게도 300개 항을 더해도 소수 둘째 자리까지만 정확하다. 하지만 단지 분수 급수의 합으로 원주율의 근삿값을 구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
이때부터 수학자들은 더 빠르게 수렴하는 급수를 찾기 시작한다.
뉴턴은 아크 사인 함수를 나타내는 무한급수로 $\pi$의 근삿값을 찾았다. $\arcsin (z)$에서 $z=1$일 때, 무한급수의 값은 $\pi/2$이다.
$$\begin{align} \arcsin(z) & = z + \left( \frac{1}{2} \right) \frac{z^3}{3} + \left( \frac{1 \cdot 3}{2 \cdot 4} \right) \frac{z^5}{5} + \left( \frac{1 \cdot 3 \cdot 5}{2 \cdot 4 \cdot 6} \right) \frac{z^7}{7} + \cdots \\[5pt] & = \sum_{n=0}^\infty \frac{(2n-1)!!}{(2n)!!}\frac{z^{2n+1}}{2n+1} \\[5pt] & = \sum_{n=0}^\infty \frac{(2n)!}{(2^n n!)^2} \frac{z^{2n+1}}{2n+1} \, ; \qquad |z| \le 1 \end{align}\tag{2}$$
뉴턴은 1665년에서 1666년에 걸쳐 이 급수로 $\pi$의 값을 소수점 아래 열다섯 자리까지 구했다. 이 계산을 하는 동안은 다른 일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2)에 $z=1/2$을 대입하면 아래와 같은 결과를 얻는다. 뉴턴 급수로 알려진 이 급수는 처음 4개 항으로 $3.14115$를 얻을 수 있다.
$$\begin{split}\pi=6 \bigg(&\frac{1}{2}+\frac{1}{2\cdot3\cdot2^3}+\frac{1\cdot 3}{2\cdot4\cdot 5\cdot2^5 }+\frac{1\cdot 3\cdot5}{2\cdot4\cdot 6\cdot7\cdot 2^7 }\\&+ \frac{1\cdot 3\cdot5\cdot7}{2\cdot4\cdot 6\cdot8\cdot9\cdot 2^9 }+\frac{1\cdot 3\cdot5\cdot7\cdot9}{2\cdot4\cdot 6\cdot8\cdot10\cdot11\cdot 2^{11} }+\cdots \bigg)\end{split}$$
그런데 처음 네 개 항만 계산하는 일도 손으로는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다.
1873년 윌리엄 샹크스(William Shanks)는 15년에 걸쳐 707자리까지 계산했으나 나중에 계산해 보니 불행하게도 527자리까지만 맞고 528자리부터는 틀렸다.
한편 $\pi$는 무한곱으로 나타낼 수도 있다. 아래와 같은 월리스 곱이 그것이다.
$${\displaystyle {\begin{aligned}{\frac {\pi }{2}}&=\prod _{n=1}^{\infty }{\frac {4n^{2}}{4n^{2}-1}}=\prod _{n=1}^{\infty }\left({\frac {2n}{2n-1}}\cdot {\frac {2n}{2n+1}}\right)\\[6pt]&={\Big (}{\frac {2}{1}}\cdot {\frac {2}{3}}{\Big )}\cdot {\Big (}{\frac {4}{3}}\cdot {\frac {4}{5}}{\Big )}\cdot {\Big (}{\frac {6}{5}}\cdot {\frac {6}{7}}{\Big )}\cdot {\Big (}{\frac {8}{7}}\cdot {\frac {8}{9}}{\Big )}\cdot \;\cdots \\\end{aligned}}}\tag{3}$$
컴퓨터의 등장으로 이제 원주율을 구하는 일은 인간의 손을 떠났다. 요즘 슈퍼 컴퓨터의 성능은 무한급수로 $\pi$의 근삿값을 얼마나 빨리 구할 수 있는가로 측정한다고 한다.
참고: 스코틀랜드 성 앤드류 대학에 연대기가 아주 잘 정리되어 있다.
https://mathshistory.st-andrews.ac.uk/HistTopics/Pi_chronolog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