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수시모집 이대로 좋은가?

사는이야기 2018. 12. 17.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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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고서성한중경외시”를 들어 본 일이 있는가? 서울에 있는 대학을 줄을 세운 것이다. 지난주 서울대가 수시모집 최종합격자를 발표하였다. 이번 주는 서울대를 정점으로 줄을 세워진 순위에 따라 합격생들이 옮겨가고 결원이 생긴 대학은 충원합격자를 발표한다. 대부분 대학이 충원합격자를 발표하는 20일이 지나면 또다시 이동이 시작된다. 미리 냈던 등록금을 되돌려 받아 앞선 순위에 있는 대학으로 옮기는 것이다.

서울대학교 누리집 갈무리

왜 우리나라 대학은 한 줄로 순위가 매겨져 있을까? 가장 큰 까닭은 수시모집에 6개 대학에 지원할 수 있게 한 제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딱 하나만 지원하던 옛날에도 순위는 매겨져 있었지만, 오늘날보다는 덜 했다. 현 제도로 생기는 문제점 두 가지를 꼽아 보자.

가고 싶지 않은 대학을 지원하는 학생이 너무 많다.

6개나 지원하기 때문에 입학할 뜻이 없는 대학에 지원하는 학생이 너무 많다. 어떤 대학은 충원율이 100%를 훌쩍 넘는다. 충원율 100% 모든 1차 합격자가 다른 대학으로 옮겼다는 것과 비슷하다. 대학은 등록하지도 않을 학생을 뽑기 위해서 서류평가와 면접평가를 하는 셈이고, 학생은 가지도 않을 대학에 원서접수비를 내는 셈이다. 학교마다 다르지만, 원서접수비는 면접이 있는 전형은 10만 원쯤이다. 대학에 등록한 다음 다시 입시를 준비하는 것을 반수라고 부른다. 마음에 들지 않는 대학이나 학과에만 합격한 학생들 상당수가 반수를 하고 있다.

교육부가 아닌 미래부에 속해 국가 예산으로 엄청난 지원을 하는 과학기술원대학에 입학한 학생 가운데도 반수를 하기도 한다. 간절히 원하는 누군가에게 돌아갔어야 할 자리를 비워두는 셈이다.

성적이 낮은 학생은 기회가 전혀 없다.

내신성적이 낮은 학생들은 현재와 같은 제도에서 기회가 전혀 없다. 고등학교 3개년 동안 관리한 성적은 수학능력을 평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지표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고교 성적이 전부는 아니다. 1, 2학년 때는 부족했지만 3학년 때 비로소 능력을 발휘하는 학생도 많다. 심지어는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 뜻을 세워 능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물론 수시모집은 성적이 가파르게 향상된 학생을 선발하기도 하므로 대학수학능력시험 한 번으로 모든 걸 결정하는 정시모집보다는 덜 하지만, 성적이 낮은 학생들의 기회를 극단적으로 제한한다.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요즘은 취업으로 대학을 평가한다. 사회가 대학 구성원이 기울인 노력이 아니라 선발되는 순위에 따라 평가하기 때문에 대학 순위는 졸업생 취업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옛날에는 어느 정도 높은 위상을 차지했던 지방국립대가 몰락해 지잡대로 불리는 까닭도 바로 대학 순위에 있다. 같은 대학 안에서도 전형이 다르면 중복으로 지원할 수 있는 경우 학과도 선호에 따라 서열이 매겨진다.

옛날처럼 돌아가면 재수생이 많아질 우려가 있으므로 수시모집도 정시모집처럼 군을 나누어 3개만 지원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면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조심스럽게 제안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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