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성호수길
사는이야기 2019. 4. 7. 19:17횡성호수길은 횡성댐으로 생긴 호수 둘레를 따라 낸 길이다. 6구간으로 나뉘어 있고 27Km에 이른다. 오늘은 그 가운데 1구간 횡성댐 길 3km를 걸었다. 이름만으로는 호수 옆으로 평평한 길이 떠오르는데 제법 가파른 산길이다. 강원도는 아직 바람이 쌀쌀하다. 그래도 물가에 선 나무에는 제법 물이 올랐고 산에는 진달래가 피었다. 4월엔 신동엽 님 시를 꼭 읽어야 한다.
진달래 山川 시: 신동엽
길가엔 진달래 몇 뿌리
꽃 펴 있고,
바위 모서리엔
이름 모를 나비 하나
머물고 있었어요.
잔디밭엔 장총(長銃)을 버려 던진 채
당신은
잠이 들었죠.
햇빛 맑은 그 옛날
후고구렷적 장수들이
의형제를 묻던,
거기가 바로
그 바위라 하더군요.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은
산으로 갔어요
뼛섬은 썩어 꽃죽 널리도록
남햇가,
두고 온 마을에선
언제인가, 눈먼 식구들이
굶고 있다고 담배를 말으며
당신은 쓸쓸히 웃었지요.
지까다비 속에 든 누군가의
발목을
과수원 모래밭에선 보고 왔어요.
꽃 살이 튀는 산허리를 무너
온종일
탄환을 퍼부었지요.
길가엔 진달래 몇 뿌리
꽃 펴 있고,
바위 그늘 밑엔
얼굴 고운 사람 하나
서늘히 잠들어 있었어요.
꽃다운 산골 비행기가
지나다
기관포 쏟아 놓고 가버리더군요.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은
산으로 갔어요.
그리움은 회올려
하늘에 불붙도록
뻣섬은 썩어
꽃죽 널리도록.
바람 따신 그 옛날
후고구렷적 장수들이
의형제를 묻던
거기가 바로
그 바위라 하더군요.
잔디밭엔 담뱃갑 버려 던진 채
당신은 피
흘리고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