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손수레::::수학과 사는 이야기

최첨단 손수레

사는이야기 2020. 8. 28.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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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모처럼 자전거로 학교에 출근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손수레를 하나 보았다. 쓰인 글씨 Kt telecop과 손수레 사이에 있는 부조화가 재밌어서 페북에 올렸다. 오늘 찾아보니 한국통신에서 판매하는 감시 카메라 서비스다. 리어카와 손수레, 구르마로도 부르던 이것은 이제 폐지를 줍는 분들이나 쓰는 걸로 바뀌었지만 옛날엔 학교에서도 꽤나 여러 가지 쓸모로 사용되던 녀석이다.

방학이지만 3학년 학생들 다음 주 등교 개학에 관하여 대책을 논의하였다. 학부모 설문 결과 60%가 등교를 바랐으나 아무래도 원주 상황이 상당히 심각해서 1주일은 원격 수업을 하면서 지켜보기로 하였다. 이번 결정에 불만이 있는 학부모가 많을 것이다. 아마도 벌써 여기저기 민원을 제기한 학부모도 있을 것이다. 원망은 전광훈에게 돌리고 감염병에 맞서 힘겹게 버티고 있는 학교를 조금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길 당부한다.

어젯밤 1학기에 쓰던 클래스룸을 다시 쓰기 위해 원격 수업을 할 고급수학 교실을 만들고 학생들을 초대해 두었다. 1학기와 마찬가지로 쌍방향으로 실시간 수업을 하려고 한다. 생각보다 빠르게 학생들 반응이 돌아왔다. 메일을 보내자마자 바로 들어온 학생도 있다. 직접 소통하는 대면 수업이 좋지만 원격 수업도 나름대로 장점이 많다. 실제로 1학기 원격수업이 좋았다고 말하는 학생도 생각보다 많다.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해 나간다면 코로나 유행 상황이 끝난 다음에도 쓸모가 있는 수업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재택근무는 노동자를 감시하지 못하기 때문에 능률이 떨어질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재택근무로 오히려 성과가 높아진 사업장도 많다고 한다. 비록 원격수업으로 학습격차가 더 벌어졌다는 보고도 있지만 원격수업을 마냥 내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학습은 배우는 학생이 얼마나 흥미를 가지고 참여하느냐에 달렸지 수업 형태에 달려있지는 않다. 낙타를 물가로 데리고 갈 수 있으나 물을 강제로 마시게 할 수는 없다는 말이 있다. 배움에 대한 목마름이 없는 학생은 먼저 목이 마를 때까지 기다려 주어야 한다.

시간이 흐른 먼 훗날 우리는 지금 손수레를 보며 추억에 잠기듯이 모든 학생이 정해진 시간에 등교해서 수업을 받는 학교를 빛바랜 추억으로 여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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