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판결문을 읽으며
사는이야기 2020. 9. 4. 15:07무려 7년이 걸렸다. 박근혜 정권은 조합 활동을 하다가 해고된 조합원을 조합에서 내보내지 않았다는 까닭으로 시행령으로 법외 노조를 만들어 버렸다. 법률신문에서 판결문을 전하는 기사를 읽었다.
"법외 노조"법외 노조 통보는 형식적으로는 노동조합법에 의한 특별한 보호만을 제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 3권을 본질적으로 제약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적법한 절차를 거쳐 설립된 노동조합에 대한 법외 노조 통보는 아직 법상 노동조합이 아닌 단체에 대한 설립신고서 반려에 비해 그 침익성이 더욱 크기 때문에 강력한 기본권 관련성을 가지는 법외 노조 통보에 관해서는 법률에 분명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노동조합법은 설립신고서 반려에 관해서는 직접 규정하면서도, 그보다 더 침익적인 법외노조 통보에 관해서는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시행령에서 규정하도록 위임하고 있지도 않다"며 "그런데도 노동조합법 시행령은 '법외 노조 통보 제도'를 규정했는데, 이는 법률이 정하고 있지 않은 사항에 관해, 법률의 구체적이고 명시적인 위임도 없이,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 3권에 대한 본질적인 제한을 규정한 것으로 법률유보 원칙에 반해 무효"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해당 시행령 조항에 기초한 전교조 법외 노조 통보는 법적 근거를 상실해 위법하다"며 원심을 파기했다.
간단하게 적으면 "법외노조 통보는 법률에 분명한 근거가 부족하므로 위법하다."이다. 당연한 판결이다. 해직된 노동자를 노조원으로 두면 안 된다는 규정은 노동 3권을 보장하는 헌법에 위배된다고 생각한다. 반대한 법관의 의견은 아래와 같다.
"법외 노조 통보처분의 근거가 된 법령의 규정은 매우 일의적이고 명확하므로 다른 해석의 여지가 없다."라며 "(전교조는) 설립 후 활동 중인 노동조합이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한 사실이 밝혀졌고, 이에 대한 행정관청의 시정요구에도 응하지 않았으므로, 행정관청은 노동조합에게 재량의 여지없이 법외 노조임을 통보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다수의견은 완벽한 법체계를 애써 무시하면서 입법과 사법의 경계를 허물고, 법률 규정에 관한 분명한 해석을 회피한 채 시행령 조항의 정당성을 부정하고 있다"며 "시행령 조항은 모법인 노동조합법의 구체적 위임이 없더라도 적법·유효하다."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법이 정한 요건은 지키지 않으면서 그 요건을 충족했을 경우 주어지는 법적 지위와 보호만 달라는 식의 억지 주장이 받아들여지는 법체계는 법치주의에 기반한 현대 문명사회에서 존재한 바 없고 앞으로도 있어서는 안 된다"라고 꼬집었다.
완벽한 법체계는 없다. 모든 규정이 다른 해석의 여지가 없도록 분명하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법관과 변호사가 필요하다. 법관은 억울한 피해를 입는 사람이 없도록 규정에 쓰인 문구를 적극 해석해야할 의무가 있다. 또한 누구나 누려야 할 기본권을 해치는 법이 있다면 찾아서 알려서 국회가 법률을 고치게 하는 일도 해야 한다. 악법인 줄 뻔히 알면서 악법도 법이라며 기계처럼 판결하기만 한다면 차라리 인공지능에게 판결을 맡기는 편이 낫다.
큰 죄를 저지른 재벌 총수에겐 한없이 너그러운 재판관이 작은 죄를 저지를 가난한 이에게는 법정 최고형을 내리기도 한다. 시행령 조항이 모법에 없어도 적법하고 유효하다는 말도 법관이 할 말은 아니다. 법과 양심에 따라서가 아니라 그냥 전교조가 싫어서 한 말이 아닐까 싶다.
아무튼 결론을 보면 아직 절반의 승리다. 앞으로 달라질 수 있지만 여전히 전교조는 법외노조인 상황이다. 민주당도 환영한다고 말은 하고 있으나 이제까지 몇 년을 아무 일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전교조를 합법 노조로 만들 의지는 없다고 보인다. 띄어쓰기가 애매하게 '국민의힘'이란 이름으로 당 이름을 빠꾼 당은 "'국민의 눈높이'를 내세운 인민재판식 재판이나, '정권의 노선'을 따르려는 주문맞춤형 재판이 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평했다. 웃기는 작자들이다. '국민의 힘'이라면서 '국민의 눈높이'를 고려하면 인민재판이란다. 저들은 전교조가 왜 법외 노조가 되었는가 알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냥 '전교조는 종북, 좌빨'을 외치며 성조기와 일장기를 흔들어대는 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7년 동안 법외 노조였다고 전교조 조합원으로서 해야 할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다시 한 번 데카르트가 남긴 말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스스로 생각할 수 있어야 깨어 있는 사람이다. 수구 세력은 시민과 학생이 깨어 있기를 바라지 않는다. 앞으로도 쭈욱,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 깨어 있는 시민으로 자랄 수 있도록 가르치겠다고 다짐한다. 진실을 외면하고 제 이익만 챙기려는 투쟁에 골몰하는 반정부 세력이 발 붙일 수 없는 세상을 만들고 말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