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끝나지 않았다
사는이야기 2020. 9. 6. 17:11민주당 신동근 의원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벌인 설전을 지켜보았다. 신 의원은 '재난 기본소득, 철학으로 보나 정책으로 보나 납득이 안 가는데 왜 미련을 못 버리시는지.'라고 말했다. 같은 당에 속해 있다고 하더라도 철학과 정책은 당연히 다를 수 있다. 자기와 철학이 다르다고 최고위원이나 되신 분이 같은 당 소속 도지사 놀리는 모습은 좀 그렇다. 그냥 임명직에 불과한 홍남기 총리는 1차 때에도 끝까지 딴지를 걸더니 이번엔 이재명 지사에게 철없다고 놀렸다. 여권의 무능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총선에서 이기고 난 다음엔 오만함까지 느껴진다.
재난지원에 쓸 총액은 정해져 있으니 국가 재정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같다. 문제를 단순하게 말하면 '모든 국민에게 20만 원씩이냐? 절반에게 40만 원이냐?'이다. 모두가 인정하는 공정한 선별은 불가능하다. 아무리 공정한 선별을 하더라도 51%에 있는 차상위에 대한 지원 문제가 남는다. 선정 과정에서 피해와 가난을 증명하기 위해 모멸감을 느끼는 이도 있겠고 지원금을 쓸 때도 표가 난다면 특히 아이들 마음에 상처를 입힐 것이 분명하다.
'국민의힘'은 원래 그러려니 생각해야 한다. 홍남기, 신동근과 같은 이들은 왜 선별지급을 주장할까? 소득이 높을수록 민주당, 낮을수록 '국민의힘' 지지자가 많다는 사실은 상식이다. 민주당 최고의원이 '국민의힘' 지지자만 챙겨야한다고 우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소신'인지 '만용'인지 모르겠다. 도대체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을까 궁금하다. 그냥 혼자서 곰곰이 추리를 해본다.
대체로 보수는 세금을 많이 걷어서 골고루 혜택을 주자는 주장을 사회주의로 몰아세운다. 종부세와 같은 '부자 증세'는 당연히 반대한다. 법인세 인상도 당연히 반대, 소득세와 같은 직접세를 올리지 않고 각종 간접세로 세수를 채운다. 당연히 소득 격차가 벌어진다. 기본 생활조차 어려운 계층이 늘어나면 선별하여 지원한다. 너무 열심히 일해서 소득이 늘면 지원을 받지 못하므로 덜 열심히 사는 사람이 생긴다. 오히려 서류상으로만 기초생활 수급자인 사람까지 생긴다.
1차에 이어 2차도 모든 국민에게 재난 지원금을 지급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공평함을 다시 생각하게 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절반에게 주는 40만 원보다 모두에게 주는 20만 원이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증명될 수도 있다. 부자 증세나 소득세와 같은 직접세를 올려서 보편 복지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다. 어쩌면 사회주의면 어떤가를 외치는 사람이 다수가 될 수도 있다. 민주당에도 '자유 시장경제' 체제 유지가 '정권 재창출'보다 중요한 이들이 많다.
도지사나 국회의원은 재난 지원금 필요 없을 수 있다. 사실 교사인 나도 코로나-19로 입은 경제적 피해는 없으니 지원금을 받지 않아도 된다. 그러니 연말 정산 때 세금으로 다시 떼어가도 불만은 없다. 하지만 피해를 명확하게 증명하기 어렵지만 엄청난 피해를 입은 사람이 아주 많다. 이들은 나라와 사회에 대한 믿음을 버리고 각자도생을 택할 것이다. 사적인 '건강보험'을 많이 든 사람은 공적인 '건강보험'에 내는 돈을 아까워하게 된다. '임대 아파트'에 살거나 정부 지원을 받는 이들을 향한 멸시와 조롱을 일삼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다.
가난한 이들은 자신의 무능 탓하며 무기력하게 지원금에 기대어 살고, 수많은 젊은이들이 부동산과 주식 투기에 영혼을 걸고 있는 세상은 어딘가 잘못되었다. 하지만 선별지급을 끝까지 관철하는 이들은 우리 사회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능력에 따라 재화를 배분하는 공정함과 가난한 이들을 선별하여 지원하는 따뜻함이 있는 조화로운 사회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들 대부분은 미국을 세상에거 가장 아름다운 나라로 여기고 있다. 적어도 흑인은 아니니까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리라.
기독교가 미국에서 이룩한 가장 큰 기적은 백인 기독교도의 손아귀에 있는 흑인들이 전혀 폭력적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2200만이나 되는 흑인들이 그들을 억누르는 압제자들에게 맞서서 분연히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야말로 기적이다! 무슨 도덕적 기준으로 보든지, 심지어 민주주의 전통으로 보더라도 그들의 봉기는 정당한 것이었을 텐데도 말이다. 흑인들이 그렇게 계속해서 열렬하게 '오른뺨을 맞으면 왼뺨을 대주는', 그리고 '죽어서 천당에 가는' 철학을 믿어온 것도 기적이다! 미국 흑인들이 여기 백인의 천국에서 내내 지옥의 생활을 당해 오면서도 평화스러운 국민으로 있어왔다는 것도 기적이다! <말콤 엑스>(창작과 비평사 1978)
무슨 까닭인지 정권이 끝나가는데 폐지를 약속한 '부양 의무제'를 결국 없애지 못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대법원 판결이 날 때까지 '전교조 원상 회복'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문재인 정권은 정권을 바꾸고 총선을 이긴 다음 게임은 끝났다고 여기는 모양인데 아직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 어쩌면 게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