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 은은한 난의 향기가 퍼진다

사는이야기 2020. 10. 1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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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에 선물로 주고받은 아주 흔한 난이 있다. 누가 두고 갔는지도 모르는 화분이다. 아마도 옛날 교감 선생님 발령 나셨을 때 누군가 보낸 걸 사무실마다 하나씩 나누어 주었던 것 같다. 우리 사무실에 자리를 잡은 지 4년은 족히 된 듯하다. 이렇게 의례적인 선물로 오고 가는 화분에 심어진 화초들은 아무도 오래 살기를 기대하지 않는다. 언젠가 분갈이하다가 보니 눈에 보이지 않는 화분 아래는 스티로폼으로 채워져 있었다. 사람 손길이 필요한 화초보다 들에 산에 아무렇게나 피는 들꽃을 더 좋아한다. 하지만 멀쩡한 생명을 버리기는 뭐해서 가끔씩 물도 주면서 보살피고 있다. 

이 녀석은 이상하게도 잘 돌보지 않으면 꽃을 피운다. 물 주는 것도 잊고 지내다 보니 잎이 검게 변해서 걱정했는데 꽃대가 올라오고 꽃을 피운다. 이전에도 한 번 꽃을 피운 때가 있는데 씨앗을 보지는 못했다. 오늘에서야 이름을 찾아보니 '철골소심'이고 동양란이다. 겨우내 빈 사무실에 그냥 두어도 죽지 않으니 꽤 생명력이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름에 '철골(쇠로 된 뼈)'가 들어 있다. '소심'은 꽃을 보고 붙인 이름으로 아름다운 마음으로 뜻을 새기면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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