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수를 나타내는 방법에 대한 생각

수학이야기 2020. 10. 26.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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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에서 처음으로 함수를 만난다. 처음엔 간단하고 그래서 재미있는 함수가 배신을 한다. 자꾸 모양을 바꾸고 복잡해진다. 일차함수, 이차함수, 삼차 함수, 분수 함수, 삼각함수, 지수함수, 로그함수 그리고 합성 함수와 역함수. 마침내 미적분에 이르면 학생들을 괴롭히는 골칫덩어리가 된다. 함수를 모르고는 현대 수학을 제대로 공부할 수 없다. 또한 물리를 비롯한 과학은 물론 경제학, 그리고 프로그래밍에 이르기까지 함수의 영토는 끝없이 넓어지고 있으므로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함수의 역사와 정의

이전에 함수의 정의와 역사를 정리한 글을 올려두었다. 이글에선 다시 역사와 정의를 간단하게 정리하고 표기법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두려고 한다.

함수를 쓰자고 처음으로 말한 사람은 라이프니츠다. 1673년 라이프니츠(Gottfried Leibniz)는 곡선과 관련된 변량을 기술하기 하기 위해 함수를 쓰자고 하였다. 라이프니츠가 생각한 함수는 오늘날은 도함수로 부른다. 변화량에 대한 변화량 사이 관계를 측정하는 함수는 미적분의 뿌리가 된다. 다음으로 베르누이(Johann Bernoulli)는 변수와 상수로 표현하였고, 오일러(Leonhard Euler)는 오늘날 쓰고 있는 $y=f(x)$로 표현했다. 어쨌든 19세기 초까지 함수는 미분 가능한 함수만을 다루었다. 퓨리에(Fourier ), 코시( Cauchy), 로바체프스키(Nikolai Lobachevsky), 디리클레(Peter Gustav Lejeune Dirichlet), 데데킨트(Dedekind)를 거치며 오늘날 우리가 배우는대로 함수가 정의되었다. 대수와 기하에서 시작한 수학을 함수로 새로 쓰기 시작하면서 혁명이 일어났다. 요즘은 수학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 있는 모든 관계를 함수로 파악하려고 한다.

함수라는 이름으로 부르기 전에도 많은 수학자가 함수와 같은 개념을 파악하고 있었다. 한 변이 결정되면 정사각형의 넓이가 결정된다. 변과 넓이 사이의 관계가 바로 함수 관계다. 수학에 쓰는 이항 관계 가운데 함수 관계가 아닌 것을 찾기가 더 어렵다.

19세기 말에 이르러서 집합론이 정립된 다음 오늘날과 같이 두 집합 사이의 관계로 정의하였다. 먼저 오늘날 쓰고 있는 함수는 아래와 같이 정의한다.

집합 $\mathbf{X}$에서 집합 $\mathbf{Y}$로의 함수 $f$는 $x\in \mathbf{X}$인 $x$에 $f(x)\in\mathbf{Y}$가 오직 하나만 정해지는 관계이다. 기호로는 아래와 같이 적는다.
$$ f: \mathbf{X}\rightarrow \mathbf{Y}\quad or \quad \mathbf{X}\stackrel{f}{\rightarrow} \mathbf{Y}$$ 이때, 집합 $\mathbf{X}$는 정의역(domain), 집합 $\mathbf{Y}$는 공역(codomain)으로 부른다.

17세기 처음 등장한 함수를 오늘날처럼 엄밀하게 정의한 때가 19세기 말이므로 대략 200년이 걸렸다. 뛰어난 수학자들이 이렇게 오랜 세월에 걸쳐 만든 개념을 우리와 같은 보통 사람이 쉽게 이해하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일 수도 있다.

함수를 배우면서 만나는 아주 낯익은 그림이다. 'function'을 한자로 '함수(函數)'으로 옮긴 사람은 이선란이다. 우리가 쓰고 있는 많은 수학 용어는 이선란이 옮긴 말이다. 기능이 아닌 함수로 옮겼을까? 함수라는 이름도 아래 오른쪽에 보이는 상자(函)를 생각해서 붙인 이름일 것이다.

이선란은 "이 변수가 저 변수를 포함한다면, 이는 저의 함수이다. (凡此變數中函彼變數者,則此為彼之函數)"로 적었다. 위키피디아

중학교에서 쓰는 함수의 정의

중학교에서 처음 만나는 함수는 어떤 모습일까? 중학교에서는 집합을 배우지 않는다. 따라서 위와 같이 정의하지 못한다.

두 변수 $x,y$에 대하여 $x$의 값이 정해짐에 따라 $y$의 값이 오직 하나씩 정해지는 관계가 있을 때, $y$를 $x$의 함수라 하고 기호로 $y=f(x)$와 같이 나타낸다.

함수를 변하는 두 양 사이의 관계로 보는 것과 두 집합의 원소 사이의 대응으로 보는 것, 중간쯤으로 정의했다고 볼 수 있다. 변수라는 개념도 쉽지 않은데 두 변수 사이인 함수, 비록 아주 간단한 일차함수라고 하더라도 개념을 명확하게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또한 함수를 간단하게 나타내려고 쓰는 방법에도 문제가 있어 학생들을 혼란스럽게 한다고 생각한다.

아래와 같이 쓰는 오일러의 표기법은 오늘날 가장 널리 쓰인다. $$f: \mathbf{R}\rightarrow \mathbf{R} \quad\quad f(x)=x^2$$

위와 같이 적으면 완벽하지만 너무 길다. 위에 있는 함수를 간단하게 부르고자 할 때 어떻게 적어야 할까 생각해 보자.

1. 함수 $f ;\quad$ 2. 함수 $y=f(x) ;\quad$ 3. 함수 $f(x);\quad$ 4. 함수 $f(x)=x^2 ;\quad$ 5. 함수 $y=x^2$

이 가운데 가장 문제가 되는 표현은 3. 함수 $f(x)$라고 생각한다. 위에 주어진 그림을 보면 함수 $f$와 함숫값 $f(x)$을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 이 둘을 구분하지 않는 것은 자판기와 음료수를 구분하지 않는 것과 같다. 정육점에서 고기를 자르는 톱날과 잘려 나온 삼겹살을 구분하지 못하면 문제가 크다. 아무튼 함수 $f(x)$를 허용하면 함수 $x^2$과 같은 포현도 허용해야 한다. 함수는 둘 사이의 관계이므로 관계가 잘 드러나도록 관계식으로 적거나 이름만 따로 떼어내 함수 $f$로 적어야 한다.

역사를 보면 먼저 데카르트가 곡선을 좌표평면에 그리고 곡선을 방정식으로 나타내었다. 곡선의 방정식에서 $y$를 $x$의 함수로 보고 다루는 음함수 개념은 나중에 나왔다. 따라서 방정식을 함수로 다룰 때에는 가능하면 독립변수와 종속변수가 잘 구별되도록 $f(x)=x^2$이나 함수 $y=x^2$으로 쓰고 $x^2 -y=0$처럼 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식 $f(x)$을 읽을 때 영어로 'f of x'로 읽는데 우리는 그냥 '에프엑스'로 읽는 것도 문제다. 정확하게는 'x의 함수 f 값'으로 읽어야 할 것이다. 간단하지 않은 함수 관계를 자꾸 간단하게 말하고 쓰려고 하다보니 함수와 함숫값의 경계가 모호하게 되어 버리는 느낌이다. 중학교에서는 일차함수나 이차함수를 그냥 도형의 방정식으로 가르치면 된다고 생각한다. 굳이 함수를 가르칠 필요가 있다면 함수 $y=x+2$보다 함수 $f(x)=x+2$로 쓰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과학 과목에서 함수가 나오기 때문에 수학에서 함수를 넣은 것이 아닐까 추측한다.

중학교 수학책에서는 함수를 더 옛스럽게 다루면 어떨까? 두 변수 사이의 대응보다 시간에 따라 변하는 양으로 가르치면 어떨까 생각한다. 수도 꼭지를 열고 관찰하면 흐르는 시간에 따라 흘러 나온 물의 양이 정해진다. 다시 말해 물의 양은 시간의 함수이다. 이렇게 속도와 가속도와 같은 시간에 따라 정해지는 함수만 다루면 '오직 하나만 정해진다.'를 말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함수 관계를 이해할 수 있다. 엄밀한 정의는 고등학교에서 집합을 배운 다음으로 미루어도 괜찮다.

미적분을 하지도 않는 중학생은 방정식으로 주어진 곡선을 데카르트 평면에 그릴 수 있고 곡선 위에 있는 점을 찾을 수 있으면 충분하다. 조금 더 욕심낸다면 차라리 곡선을 매개변수 방정식으로 나타내는 일을 연습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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