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는 빵이 아니다!

사는이야기 2020. 12. 1.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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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아파트가 빵이라면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겠다."라고 말한 것을 두고 유승민 전 의원은 "누가 정부더러 아파트를 직접 만들라고 했나. 정부는 건설업자가 아니다"라며 "공산주의 국가가 아니라면 아파트는 시장에서 공급자가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 기사

유승민 전 의원은 대권을 꿈꾸는 사람 치고는 눈에 띄는 뭔가가 없다. 이 사람이 경제통이라는 설도 있었는데 도통 무슨 전문가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이제까지 건설사가 마음대로 아무 데나 아파트를 짓지 못하게 해서 아파트 값이 올랐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아예 대놓고 건설업자를 대통령으로 만든 당에서 이렇게 말하니 우습다. 그리고 김 장관이 한 말과 앙투아네트와 연결 짓는 것도 억지스럽다. 정부는 시장에만 맡겨두고 나 몰라라 해서는 안 된다. 아파트는 간식이나 한 끼니만 해결하면 되는 빵이 아니니 더욱 그렇다.

지금 우리 아파트 바로 옆에 새로 짓는 아파트 분양가가 평당 천만 원이 넘었다. 서울에 비하면 헐값이지만 원주에선 아주 비싼 값이다. 그런데도 소문에 따르면 아주 큰 웃돈을 주어야만 분양권을 살 수 있다고 한다. 분양을 받아 볼까를 고민하던 아내에게 당장 살지도 않을 집을 사지 말자고 말리며 나중에 이사 가고 싶으면 웃돈을 조금 더 주고 사면된다고 말했던 내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우리나라 주택 보급률을 보아도 그렇고 요즘 원주에 남아도는 아파트를 보아도 도저히 일억이나 웃돈을 얹어 주고 살 아파트가 아니다. 원인은 하나다. 아파트 시장이 일하지 않고 쉽게 돈을 버는 투기꾼들의 놀이판이 된 까닭이다. 답은 하나다 실거래가를 반영하여 보유세를 크게 올리고 시세 차익이 있다면 세금으로 불로소득을 환수하면 끝이다. 

여당도 야당도 아파트 값을 단숨에 잡을 수 있는 간단한 해법은 나 몰라라 하면서 서로를 탓하고 있다. 도박판을 많이 만든다고 도박꾼들이 사라지지 않는다. 아파트를 아무리 많이 지어도 투기꾼들 돈줄을 죄지 않는다면 거품이 꺼질 때까지 투기 열풍은 식지 않을 것이다. 

서울 평균 전셋값이 5억이 넘었다는 소리가 있다. 5억이면 원주에선 사진에 있는 새로 짓는 40평형 아파트를 살 수 있는 돈이다. 물론 직장 때문에 지방으로 옮길 수 없어서 서울에서 힘들게 버티고 있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원주 혁신도시에 직장을 두고도 굳이 서울 아파트를 버리지 못하고 힘들게 출퇴근하는 사람들을 보면 서울 사람이 대충 지방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냉정하게 말하면 요즘 부동산 시장은 세입자들이 전세금 대출을 받아서 투기꾼들 뒷돈 대주는 셈이다. 평생 대출이자 갚느라 일하고 싶지 않다면 과감하게 서울과 수도권을 버리고 지방으로 향해야 한다. 지방으로 지방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저절로 해결되는 일이 아주 많다. 지방에 사는 아주 돈 많은 사람은 서울에 아파트를 사고 서울에 사는 어떤 이들은 영혼까지 끌어 모아 지방에 아파트를 사고 있다. 두 부류 모두 아파트를 살려고 사지 않는다.

일단 당장 내년에 국회와 청와대부터 세종시로 옮겨 보자. 혁신도시로 내려간 공기업 직원 가운데 지방으로 이주한 사람에게 승진 가산점을 부여해 보자. 지방 공무원은 지방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로만 채워 보자. 딱 10년 동안만 절대로 바뀌지 않을 정책임을 보장한다면 아파트 값이 안정될 것이다.

분노가 정확한 지점을 향할 때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아파트 시장과 상관도 없는 사람들이 왜 집값 떨어지고 오르는 일로 일희일비하는지 모르겠다. 불로소득은 사회를 좀 먹는다. 불로소득에 확실한 세금이 매겨지도록 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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