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실에서 놀기::::수학과 사는 이야기

수학실에서 놀기

수학이야기/중학수학1 2021. 4. 11.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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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에만 있다고 중학교로 오고 나니 여러 가지가 낯설다. 중학교는 대부분 완전히 새로운 개념을 가르쳐야 하기에 이것저것 연구할 거리가 많다. 물론 고등학교 교육과정도 단원마다 새로운 개념이 등장하지만 자연수만 있는 상태에서 유리수를 넘어 무리수까지 확장하는 과정처럼 도약하지는 않는다. 게다가 수학적 증명으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서 마땅한 모델을 도입해서 설명해야 하는 것도 쉽지는 않다.

지난주는 수학실에서 수업을 해 보았다. 지난해 새로 만든 교실인데 안타깝게도 프로젝터가 없어서 수업을 하기 불편하다. 수업을 준비하면서 어떤 도구들이 있을까 붙박이 장을 훑어보았다. 예상대로 수학사랑 표 도구들이 많다. 고등학교 학생들을 가르칠 때는 수학사랑에서 만든 도구들을 볼 때마다 이게 수학적으로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중학교 학생들을 가르칠 때는 약간의 쓸모가 있기는 하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수학을 놀이로만 접근하는 것은 그 한계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은 퍼즐을 보자. 피타고라스 정리 $a^2 +b^2 =c^2$를 그냥 외우게 하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엄밀함도 없다. 이걸 문자로 엄밀하게 증명하는 일은 유클리드 증명보다 의미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게다가 이런 도구는 값이 아주 비싸다.

그래도 이미 사놓은 도구이니 많이 써먹어서 본전을 뽑아야 한다. 다음 시간엔 대수 막대로 곱셈 공식을 가르치려고 한다. 대수 막대가 학생 수만큼 확보되어 있지 않아서 모둠을 만들어야 하는데 요즘 팬데믹 상황이라 모둠 수업은 어렵다. 미리 칠판에 붙여 놓고 사진을 찍었다. 색종이를 오려 붙이게 할까 생각하고 있는데 학원을 다니는 학생들은 벌써 인수분해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 시시하게 여길 것 같다. 학원 다니는 아이들을 따로 챙길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신경은 쓰인다. 그나저나 중학교 수학을 미리 배우게 할 목적으로 학원을 보내는 학부모를 이해하기 어렵다. 시간과 돈이 아깝다. 오히려 학교 수업 시간에 배운 것을 점검하면서 복습을 시키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다. 곱셈 공식을 외우기는 하지만 제대로 써먹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아도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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