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클리드 원론 우리말로 옮기기
수학이야기/유클리드원론 2022. 11. 14. 14:242007년 4월 2일 첫 글을 쓴 이래 참 오랜 세월을 블로거로 살고 있다. 한창 블로그에 열중일 때는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처럼 뭔가 쓰려고 글감을 찾아 헤맸다. 블로그 이름은 '수학과 사는 이야기'이다. 수학 교사로 살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수학 이야기 $+$ 사는 이야기"가 주된 테마이다.
찾아보니 유클리드 원론을 우리말로 옮기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힌 것은 2012년이다. 무려 10년이나 된 꿈이 되어 버렸다. 댓글을 보면 어느 출판사 담당자가 같이 하자고 했는데 자신이 없어서 거절한 것이 못내 아쉽다. 누군가와 약속을 하고 돈까지 받아서 일을 진행했다면 아마도 끝낼 수 있었을까. 아니면 무능함을 만천하에 드러내고 원고 독촉에 시달리다가 포기했을 수도 있겠다.^^
수학 교육을 전공하고 수학을 가르치는 선생이지만 유클리드 원론을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다. 아마 수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도 유클리드 원론을 모조리 읽어본 사람은 드물 것이다. 필요한 대부분은 교과서에 실린 요약본이나 공식으로 만났을 것이다.
고대 그리스에 쓰인 책이니 그저 짧은 단행본쯤 되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무려 13권이나 된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 유클리드 원론은 그저 기하만 다루는 책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정수론과 대수까지 다양한 분야를 두루 다루고 있다. 물론 현대 수학만큼은 아니지만 엄밀하고 정교한 논리를 갖추고 있다. 수학을 공부하는 데 아주 좋은 지침서이다.
1권부터 4권까지는 금세 옮겼는데 5권은 중간에 멈춘 채로 아주 오래 방치해 두었다. 중학교 2학년을 가르치면서 비(Ratio)와 비율(proportion)의 차이를 명확하게 하려고 글을 적다가 사실은 나도 분명하게 구별하고 살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다시 원론을 들춰 보게 되었다.
유클리드는 비(ratio)와 비율(proportion)을 어떻게 정의했을까? 원론 5권에 적혀 있다.
Definition 3 A ratio is a sort of relation in respect of size between two magnitudes of the same kind.
비(ratio)는 같은 종류인 두 크기 사이의 치수에 관한 관계의 한 종류이다. 같은 종류라 함은 주어진 두 크기가 길이와 길이, 넓이와 넓이, 부피와 부피처럼 같이 양을 나타냄을 말한다. 오늘날엔 두 크기가 이루는 비를 쌍점을 써서 a:b와 같이 쓴다.
Definition 4 Magnitudes are said to have a ratio to one another which can, when multiplied, exceed one another.
크기는 어떤 것에 적당한 수를 곱해서 다른 것을 초과할 수 있다면 둘은 비를 가진다고 말한다. 길이가 무한한 직선이 있다면 유한한 길이를 늘려서 초과할 수 없고 한 없이 작은 길이를 가진 직선은 늘릴 수 없다. 따라서 이 정의는 크기가 무한소나 무한대인 것을 배제하고 있다.
Definition 6 Let magnitudes which have the same ratio be called proportional.
비가 같은 크기는 서로 비례한다고 한다.
뭔가 복잡해 보인다. 그런데 알고 보면 유클리드가 이렇게 정의한 까닭이 있다. 그저 몇 대 몇으로 정의해서 대충 쓰는 것보다 훨씬 낫다. 정의 6은 요즘은 수학적으로 비가 같다면 '비율이 같다.'라고 약속하고 있다.
요즘도 아주 바쁘고 영어 실력도 크게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에 유클리는 원론을 우리말로 옯기겠다는 꿈을 실현하려면 아직 멀었다. 기약은 없지만 그래도 당장 5권만이라도 번역을 마무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