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구구단 무턱대고 외우지 말자::::수학과 사는 이야기

제발! 구구단 무턱대고 외우지 말자

수학이야기 2023. 6. 26.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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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단을 언제 외웠는가? 정상이라면 아마도 초등학교 2학년 2학기에 배우고 외웠을 것이다. 그런데 가끔 의욕이 넘쳐서 학교에서 배우기도 전에 외우는 학생이 있다. 구구단에 흥미를 느끼는 초등학생은 거의 없을 것이므로 대부분 부모의 의욕이 넘쳐서 일 것이다. 고등학교 수학 교사의 눈에는 구구단을 미리 외우는 일만큼 쓸데없는 일이 없다. 어쩌면 의미도 모른 채 구구단을 외우면서 수학에서 오히려 멀어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도 있다. 물론 구구셈이 너무 느리면 수학을 공부하기 어렵다. 하지만 셈만 빠르고 의미를 모른다면 이 또한 부질없는 일이다.

인간은 언제부터 곱셈을 했을까? 옛날 사람은 어떻게 곱셈을 했는지 정리해 보자. 먼저 고대 이집트인은 린드 파피루스에 곱셈하는 기술을 정리해 두었다고 한다. 이집트 사람들은 구구단 없이 그냥 2단만으로 곱셈을 했다.

이집트 곱셈

곱셈은 덧셈을 간단하게 하기 위한 셈이다. 어떤 수를 두 번 더하는 일은 쉽다. 따라서 어떤 수에 2를 잇달아 곱하는 표를 만들어 보자. 달리 말하면 공비가 2인 등비수열을 만든다.

단계 곱하는 수 덧셈 곱셈
0 1 $$35$$ $$35\times1$$
1 2 $$35+35=70$$ $$35\times2$$
2 4 $$70+70=140$$ $$35\times4$$
3 8 $$140+140=280$$ $$35\times8$$
4 16 $$280+280=560$$ $$35\times16$$
5 32 $$560+560=1120$$ $$35\times 32$$
$$\vdots$$ $$\vdots$$ $$\vdots$$ $$\vdots$$
$$n$$ $$2^n$$ $$\overbrace{35+35+\cdots+35}^{2^n times}$$ $$35\times 2^n$$

위에 있는 표로 $35\times38$은 아래와 같이 할 수 있다. 먼저 $38=32+4+2$이다.

$$\begin{split}35\times 38&=35\times (32+4+2)\\&=35\times 32+35\times 4+35\times 2\\&=1120+140+70\\&=1330\end{split}$$

이제 곱셈은 어떤 수를 2의 거듭제곱인 수의 합으로 나타내면 해결된다. 과연 모든 수는 2의 거듭제곱인 수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을까? 당연하다. 알고리즘은 간단하다. 어떤 수를 $a$라고 하자. $a$보다 작은 2의 거듭제곱에서 최댓값 $b$을 찾는다. $a-b$에 같은 과정을 되풀이한다. 오늘날 컴퓨터가 쓰고 있는 2진법을 생각하면 된다.

예를 들면 $85=64+16+4+1$이다. 따라서 $$\begin{split}35\times 85&=35\times(64+16+4+1)\\&=35\times64+35\times16+35\times4+35\times1\\&=2240+560+140+35\\&=2975\end{split}$$

이제 $87\times 120$을 계산하자. $87=64+16+4+2+1$이다. 따라서 $$\begin{split}87\times 120&=(64+16+4+2+1)\times120\\&=(1+2+4+16+64)\times120\\&=1\times120+2\times120+4\times120+16\times120+64\times120\\&=120+240+480+0+1920+0+7680\\&=10440\end{split}$$

린드 파피루스는 기원전 1700년 무렵에 만들어졌다고 추측한다. 고대 이집트 서기관인 아메스가 썼다고 알려져 있다. 그 시절에 이런 계산을 했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은가? 오늘날 기준으로 보아도 이 정도를 척척해내는 초등학생은 영재로 부를 만하다.

$2^{10}=1024$이므로 $2^9=512$까지만 외우면 세 자릿수 곱셈은 모두 덧셈으로 해결할 수 있다. 

산가지로 계산하기

산가지(국립민속박물관 소장)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북아시아는 계산을 아주 잘했다. 우리 조상들은 산가지로 아주 빠르게 계산할 수 있었기 때문에 주판도 잘 쓰지 않았다고 한다. 산가지는 요즘 제품으로 나오기도 한다.

산가지를 이용한 계산을 연습하면 생각보다 아주 빠르게 계산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먼저 산가지는 바둑판 모양인 산판 위에 올려놓고 계산한다. 산판에는 가로축에 자릿수를, 세로축에는 숫자의 성격을 나타내는 표시를 해두었다.

산가지는 가로로 놓거나 세로로 놓거나 상관이 없으므로 자릿수를 구별하기 위해 번갈아 가면서 놓는다. 세로놓기로는 일·백·만 등의 자릿수의 숫자를 나타내고, 가로놓기로는 십·천·십만 등의 자릿수의 숫자를 나타낸다. 경우에 따라 가로놓기와 세로놓기의 자릿수를 서로 바꾸어놓기도 하였다. 

https://smart.science.go.kr/

 위와 같이 1, 2, 3, 4, 5를 놓는 방법에 따라 가로놓기와 세로놓기로 구분한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이 가로와 세로놓기를 번갈아 놓아 자릿수를 구별한다. 음수는 일의 자리에 가지를 하나 비스듬하게 놓아 나타낸다. 

https://smart.science.go.kr/

간단한 덧셈과 뺄셈은 그냥 하면 되지만 곱셈과 나눗셈은 형식이 필요하다. 곱셈은 처음의 수(맨 윗줄)-곱하는 수(셋째 줄)-계산결과(가운데 줄), 나눗셈은 처음의 수(가운데 줄)-나누는 수(셋째 줄)-계산 결과(첫째 줄)를 각 줄에 구별하여 나타냈다고 한다.

곱셈만 살펴보기로 하자.

먼저 $80\times37=2960$을 계산하여 가운데 줄에 일의자리를 비워두고 $2960$을 놓는다. 이때 37은 자리를 옮겨서 $8\times370$으로 생각하면 좋다.

다음으로 $6\times 37=222$를 계산한다. 

이를 더한 결과 $2960+222=3182$를 놓는다.

 덧셈은 낮은 자릿수부터 계산해서 올리면 된다. 어려울 것 같지만 연습만 조금 하면 아주 빠르고 정확한 셈을 할 수 있다. 

동양에서 옛사람들이 이렇게 쉽게 계산을 할 수 있었던 힘은 자연스럽게 0과 음수를 사용했음은 물론 자릿수를 매겨 단지 숫자 9개로 무한한 숫자를 모두 표현한 데서 나온다. 위에서 $80\times37$를 계산할 때 자릿수를 옮겨두고 $8\times37$을 계산하면 되는데 이때도 둘로 나누어서 $8\times7=56$과 $8\times30=240$을 따로 계산하면 된다.

$$86\times 37=(80+6)(30+7)=2400+560+180+42=3182\tag{1}$$

이른바 문살 계산법으로 불리는 방법도 함께 보자.

문살 계산법

문살 계산법은 위에 있는 계산을 아래와 같이 산가지를 놓거나 작대기를 그어서 계산하는 것이다.

숫자가 크다면 조금 더 복잡하지만 점을 세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초등학생일 때 산가지를 써서 곱셈을 연습하면 좋다. 점을 세는 것으로 시작하면 아주 자연스럽게 덧셈이 곱셈으로 바뀌는 과정을 터득할 수 있다. 아래와 같은 과정이 순식간에 머릿속을 스칠 때까지 연습하면 구구단을 외우지 않아도 수학을 아주 잘할 수 있다. 위에서 점을 셀 때, 다섯 개씩 끊어서 센다고 생각하면 도대체 어려울 것이 없다. 셈은 말 그대로 점을 세기만 하면 끝이다.

$$8+8+8=8+2+4+2+8=10+4+10=24$$

이런 과정을 통해 곱셈이 결국 넓이와 연결되는 것이 구구단을 외우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또한 자연스럽게 중학교에서 배우는 곱셈공식을 미리 맛볼 수 있다. 억지스러운 선행학습이 아니라 이렇게 자연스러운 만남이라야 수학 공부가 즐거워진다.

곱셈공식으로 계산하기 

중학교에서 배우는 곱셈공식이나 인수분해 공식도 잘 쓰면 계산을 쉽게 할 수 있다. 

일의 자리가 5인 수의 거듭제곱

$5\times5=25$와 `15\times 15=225`인 것은 외워서 알고 있을 것이다. 

`35\times 35=1225`는 외우고 있는가? 나는 100이하의 모든 5의 배수의 거듭제곱을 모두 암산으로 할 수 있다.

\begin{split}35\times 35&=(30+5)(30+5)\\&=30^2 +2\cdot 5\cdot 30+25\\&=30(30+10)+25\\&=1225\end{split}이다. 

훨씬 복잡해 보이지만 이래야 수학이다. 수학은 일반화가 핵심이다.

이것을 일반화해 보자. 

$$\begin{split}a5\times a5&=(a\cdot 10+5)(a \cdot 10+5)\\&=a^2 \cdot 10^2 +2\cdot 5 \cdot a \cdot 10+25\\&=\overbrace{a(a+1)}\cdot 10^2 +25\end{split}$$

이다. `75\times 75`는 먼저 `7\times 8`을 적고 마지막에 `25`를 적어 `5625`라고 계산한다. `95^2 =9025`이다. 

연습해 보자.

$45^2=$ 

$55^2=$

$65^2=$

$85^2=$

$105^2=$

$115^2=$

일의 자리의 합이 10인 수인 경우

눈치가 빠르면 알 수 있다. 일의 자리 수를 더한 값이 10이면 마찬가지다.

$$\begin{split}(10m+a)(10m+b) &=100m^2 +10m(a+b) +ab\\&=100\overbrace {m(m+1)}+ab\end{split}$$

이므로 일의 자리의 수를 더한 값이 10인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17\times 13=221$, $26\times 24=624$등과 같이 셈하면 된다. 

`26\times 24=(25+1)(25-1)=25^2 -1=224`와 같이 생각해도 된다. 

`37\times 33`은 `3\times 4=12` 그리고 `3 \times 7=21`이므로 `1221`이다. 재미있지 않은가? 

연습해 보자. 

`47\times 43= `

`58\times 52= `

$64\times 66=$

$73\times 77=$

`104\times 106= `

응용

잘 된다면 이번엔 `41\times 48`은 어떤가? 

먼저 `42\times 48=2016`한 다음 `48`을 빼는 것은 너무 힘들까?

$$41\times 48=(42-1)\times 48=42\times 48-48=1968$$

`(40+1)(50-2)=2000+50-80-2=1968`은 어떤가?

`72\times 68=(70+2)(70-2)=4900-4=4896`

`23\times 47=(20+3)(50-3)=1000+150-60-9=1081` 또는 `23\times 47=23(27+20)=621+460=1081`등으로 생각하여 암산하는 훈련을 해보자.

`42\times 68=`

`36\times 54=`

"아 머리 아프다!" 

"이것보다 더 복잡한 것은 어떻게 하나요?"

"그때는 계산기를 사용하자."

덧붙임

곱셈공식뿐만 아니라 인수분해 공식도  암산을 하는데 아주 유용하다.

`17\times 4+9\times17`가 암산이 되는가? 혹시 `68+153`으로 계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17`로 묶어내면 `17\times 13`답은 $221$.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ab+ac`는 `a(b+c)`로 계산하는 것이 간편하다.

`a^2 -b^2 =(a-b)(a+b)`도 잘 쓸 수 있다.

`12^2 -11^2 =`

`24^2 -22^2 =`

`46^2 -16^2 =`

곱셈공식이나 인수분해 공식은 계산을 편하기 위한 발명품이다. 현대 수학을 공부할 때 고도의 추상화가 필요하지만 때로는 지극히 실용적인 계산도 중요하다. 더군다나 중등학교 수준에선 빠르고 정확한 계산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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