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십갑자와 수학

수학이야기 2024. 1. 31. 16:40
반응형

아주 오래된 주역에 나오는 것이 있다. 천간은 10개이고 지지는 12개이다. 최소공배수는 60이다. 그래서 60 갑자가 나왔다.

  1 2 3 4 5 6 7 8 9 10 11 12
천간天干 갑甲 을乙 병丙 정丁 무戊 기己 경庚 신辛 임壬 계癸    
지지地支 자子 축丑 인寅 묘卯 진辰 사巳 오午 미未 신申 유酉 술戌 해亥

올해는 갑진년이다. 용띠 해라고 말하는 것은 지지에서 진에 해당하는 동물이 용이기 때문이다. 이게 살짝 최소공배수와 관련이 있어서 글을 남긴다. 10과 12의 죄소공배수는 60이다. 아래 표와 같이 갑자, 을축, 병인, 정묘, $\cdots$, 계해까지 60개의 갑자가 정해진다. 큰 달력에 보면 날짜에도 60 갑자가 정해진다. 사실은 연도에 갑자를 다는 것보다 날짜에 갑자를 다는 것이 먼저라는 이야기도 있다.

  자子 축丑 인寅 묘卯 진辰 사巳 오午 미未 신申 유酉 술戌 해亥
갑 甲 1   51   41   31   21   11  
을 乙   2   52   42   32   22   12
병 丙 13   3   53   43   33   23  
정 丁   14   4   54   44   34   24
무 戊 25   15   5   55   45   35  
기 己   26   16   6   56   46   36
경 庚 37   27   17   7   57   47  
신 辛   38   28   18   8   58   48
임 壬 49   39   29   19   9   59  
계 癸   50   40   30   20   10   60

지난해 2023년은 계묘년이니 올해 2023년은 갑진년이다. 다시 갑진년이 되는 해는 2083년이다. 이것을 회갑이라고 한다. 과연 그날이 올까 싶다. 환갑이 되는 해를 계산하고 싶다면 60으로 나눈 나머지를 생각하면 된다. 태어난 해를 60으로 나머지를 구하고 위에 있는 표를 이용하여 찾으면 된다.

가벼운 산수로 태어난 해의 갑자를 구해보자.

주기가 60이므로 갑자가 같은 해는 60으로 나눈 나머지가 같다. 당연히 띠를 나타내는 지지가 열둘이므로 12로 나눈 나머지가 같은 해에 태어났다면 띠가 같다. 나머지가 같은 걸 다루는 정수론이 있다. mod 60을 갑자를 다루는데 쓰면 된다.

나는 1969년 기유년 생이므로 다시 기유년이 되는 2029년이 환갑이다.  1969를 60으로 나눈 나머지는 49이다. 정수론에서 나머지가 같은 것을 합동이라고 하고 기호로 $\equiv$를 써서 아래와 같이 나타낸다.

$$1969\equiv 2029 \equiv49 \;\;(mod\;\;60)$$

참고
정수 $a,b,m$에 대하여, $m∣(a−b)$일 때 a는 법 $m$에 대하여 b와 합동(congruence)이라고 한다.
이때, 기호로 아래와 같이 쓴다. $$a\equiv b\;\;(mod \;\;m)$$ m을 합동의 법(modular)이라고 한다.

따라서 나머지가 같아지는 2029년에 환갑 잔치를 하면 되지만 요즘 환갑은 잔치를 하지 않는 분위기라 딱히 특별한 해로 느껴지지 않는다. 기유년에 일어난 사건을 찾아보니 프랑스 대혁명(1789년)이 나온다.

위에 있는 표에서 기유는 46번째이다. 그런데 60으로 나눈 나머지가 49인 해에 해당된다. 나머지가 1인 서기 1년은  $1-3\equiv-2\equiv 58\;\;(mod\;\;60)$이므로 58번째인 신유년이다. 갑자년은 서기 4년이 된다. 태어난 해의 서기 연도와 갑자는 3 차이가 난다. 이제 태어난 해의 갑자를 찾는 공식을 만들어 보자.

1969는 10으로 나눈 나머지는 9이고 12로 나눈 나머지는 1이다. 일단 천간 9번째인 임과 지지 첫번째인 자를 찾아 임자에서 3칸 앞으로 오면 기유가 된다.

이것도 복잡하다. 처음부터 10과 12로 나눈 나머지에서 각각 3을 뺀 6과 10을 찾으면 되는 것이다. 여섯 번째 천간 기와 열 번째 지지인 유를 더해 기유년이다.

$$2024\equiv 4\;\;(mod \;\;10),\; 2024\equiv 8\;\;(mod \;\;12)$$

따라서 2024은 첫 번째 천간 갑과 다섯 번째 지지 진을 합쳐 갑진년이다.

나머지 이야기를 조금만 더 해보자.

십진법을 쓰고 있으므로 10으로 나눈 나머지는 1의 자리만으로 쉽게 알 수 있다. 12로 나눈 나머지를 조금 더 빠르게 구할 수 있을까? $12=3\times4$이므로 3과 4로 나눈 나머지를 구해서 찾을 수 있다. 주어진 수는 각 자리를 더한 수와 mod 3에 대하여 합동이고 끝 두 자리 수와  mod 3에  대하여 합동이다. 

$$2024\equiv 2+0+2+4\equiv 2\;\;(mod \;\;3),\; 2024\equiv 24\equiv 0\;\;(mod \;\;4)$$

3으로 나눈 나머지가 2인 4의 배수는 8이다. 이렇게 구하면 조금 더 빠를까? 네자리 숫자는 그냥 나누는 것이 훨씬 간단하지만 아주 먼 훗날엔 이 방법을 쓰게 될 것이다. ㅎㅎ

연습문제: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있었다. 1988년의 갑자는 무엇일까요?

$$1988\equiv 8\;\;(mod \;\;10)$$

$$1988\equiv 1+9+8+8\equiv 1+0+2+2\equiv 2\;\;(mod \;\;3)$$

$$1988\equiv 88\equiv 0\;\;(mod \;\;4)$$

$$\therefore 1988\equiv 8\;\;(mod \;\;12)$$

따라서 다섯(8-3) 번째 천간인 무와 다섯(8-3) 번째 지지인 진인 무진년이다. 계산하고 보니 올림픽이 열린 무진년 생은 올해와 같은 용띠이다. 벌써 46세이다. 세월 참 빠르다.

우리나라 갑자의 시작은 언제일까? 

복희가 기원전 2637년을 갑자년으로 정하고 갑자가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있으며, 16세기 명나라의 만민영(萬民英)은 삼명통회(三命通會)에서 대요가 황제(黃帝)의 명을 받아 북두칠성으로 점을 쳐서 갑자를 정하니, 갑자년 갑자월 갑자일 갑자시에 칠요가 자방에 모였으므로 간지가 시작된다고 썼다. 우리나라에서는 세종대에 칠정산을 편찬한 것을 기념하여 세종 26년(1444) 갑자년을 기준으로 삼았다. 나무위키

천간과 지지의 개수는 어떻게 정해졌나

천간이 10개인 것은 손가락의 개수와 관련 있을 것이고 지지가 12개인 것은 작도와 관련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옛날엔 시간을 별을 관측해서 나누었을 것이다. 별은 밤하늘에서 원운동을 한다. 작도는 눈금이 없는 자와 컴퍼스만으로 도형을 그리는 일이다. 원을 컴퍼스만으로 등분을 할 때 같은 반지름으로 원둘레를 끊어나가면 6등분이 된다. 따라서 시간을 6의 배수인 12로 나누는 일이 10으로 나누는 일보다 훨씬 쉽다. 그래서 12지로 시간을 나타냈다고 생각한다.

아래 그림을 보자. 점 A가 중심인 원이 있다. 점 B에서 반지름의 길이가 같은 원을 그려서 점 C와 D를 찾는다. 점 C와 D를 중심으로 원을 그려서 점 E와 G를 찾고 마지막으로 점 E를 중심으로 원을 그려서 점 F를 찾는다. 이렇게 찾은 점은 원둘레를 6등분 하는 점이다. 이제 점선으로 그려진 원이 만나는 점을 잇는 직선을 그리면 12등분 하는 점을 찾을 수 있다.

모든 문명은 하루를 12등분하면서 시작했다. 특히 바빌로니아는 아예 60진법으로 수학을 만들었다. 시계를 보며 옛날에 쓴 글도 있다.

https://suhak.tistory.com/1393

 

시계는 왜 이 모양일까?

이제는 아는 사람만 아는 전설이 된 드라마 '모래시계'가 있다. '오징어 게임'의 이정재도 나온다. '모래시계'에 나온 의리남 이정재를 옛날 사람은 다 안다. 요즘 젊은 사람은 고현정을 어떻게

suhak.tistory.com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