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셈에서 곱셈으로::::수학과 사는 이야기

덧셈에서 곱셈으로

수학이야기 2024. 4. 1.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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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하나

어리석은 형제

어느날 아빠가 막내에게 마당에 쌓아 놓은 벽돌 개수를 알아 오라고 말했다. 한참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자 형에게 나가 보라고 했다. 동생은 마당에서 열심히 벽돌을 세고 있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cdots$,백 하나,$\cdots$"

"이런 어리석은 녀석, 그렇게 해서 언제 다 세냐!"

그리고 형이 벽돌을 세기 시작했다.

"둘, 넷, 여섯, 여덟, 열, $\cdots$"

초등학교에서 구구셈을 배우던 때를 기억하는가? 요즘은 초등학교가 아니라 유치원에서 배운 이도 제법 많을 것이다. 구구셈을 9단까지 외우면 우리는 곱셈을 제대로 이해한 것일까? 한때 19단까지 외우게 하려는 바람이 불었다.

“19단을 외워두면 계산력이 빨라지고 집중력과 암기력이 향상된다. 특히 수 개념이 확장돼 자녀들의 창의적 사고력과 경제적 관념을 심어주는 데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000교육청 아무개 장학사가 한 말이다. 발달 단계를 무시하고 구구셈을 암기시키는 일은 부질없는 짓이다. 더구나 19단이라니? 아홉 살도 되지 않은 아이에게 구구단을 외우게 하는 미친 짓은 좀처럼 없어지지 않고 있다. 나중에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조금이라도 수학을 잘 했으면하는 생각으로 선행학습을 시킨다. 훗날 아이를 수학자로 키울 생각으로 그러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곱셈이란 무엇인가?

수학과 교육과정을 펼쳐 본다. 곱셈구구는 초등학교 2학년 수학에서 처음으로 등장한다.

성취기준: [초등 2수 01-11] 곱셈구구를 이해하고 한자리 수의 곱셈을 할 수 있다.

교수 학습 방법 및 유의 사항: 곱셈의 의미는 배의 개념과 동수누가를 통하여 다루고 1의 곱과 0의 곱은 실생활과 관련지어 다룬다. 교육부 고시 제2015-74호 [별책 8] 9쪽

아주 분명하게 적고 있다. 곱셈은 같은 수를 누적해서 더하는 셈으로 시작해야 한다. 위에 나오는 어리석은 형제는 곱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다행스럽게 덧셈은 이해하고 있으로 곱셈을 이해하는데 걸림돌이 없다. 특히 형은 이미 구구셈을 하고 있다.

$$2+2=2\times 2=4$$

$$2+2+2=2\times 3=6$$

$$2+2+2+2=2\times 4=8$$

$$\vdots$$

이쯤에서 이집트 곱셈을 보면 좋지만 글이 너무 길어지므로 옛날에 쓴 글을 링크해 둔다.

 

 

제발! 구구단 무턱대고 외우지 말자

구구단을 언제 외웠는가? 정상이라면 아마도 초등학교 2학년 2학기에 배우고 외웠을 것이다. 그런데 가끔 의욕이 넘쳐서 학교에서 배우기도 전에 외우는 학생이 있다. 구구단에 흥미를 느끼는

suhak.tistory.com

우리가 구구셈을 배우며 덧셈에서 곱셈이 나왔음을 이해해야 아래와 같은 식을 쉽게 다룰 수 있다. 

$$a+a+a+a=a\times4=4a\tag{1}$$

$$4a+5a=9a\tag{2}$$

$$ax+bx=(a+b)x\tag{3}$$

중학교에서 문자로 수식을 나타낼 때부터 따라오지 못하고 뒤쳐지는 아이들 대부분 구구셈을 잘 외우고 있다. (3)쯤 되면 아주 많은 아이들이 어려워 한다. 곱셈을 제대로 이해한 학생은 친구들이 도대체 이걸 왜 이해하지 못할까 의아해 한다.

곱셈공식이 별 거냐!

중학교 3학년 수학에서 다루는 곱셈공식도 알고 보면 아주 쉽다. 물론 곱셈을 제대로 이해했다면 말이다.

$$(ax+b)(cx+d)=acx^2 +(ad+bc)x+bd$$

이렇게 쉬운 것을 이해하지 않고 익숙해 지려면 엄청나게 많은 계산을 반복해서 연습해야 한다.

$$\begin{split}42\times 34&=(40+2)\times(30+4)\\&=4\times 3\times 10^2+(4\times 4 +2\times 3)\times 10+2\times 4\\&=1428\end{split}$$

위에 있는 링크에 문살로 곱셈하는 법이 있다. 이 방법으로 계산을 하다 보면 아래 그림과 같이 곱셈은 모두 덧셈으로 계산함을 알 수 있다.

가끔씩 이미 잘 이해하고 계산도 익숙하게 잘 하고 있는 학생들이 학원 숙제로 주어진 지루한 계산 연습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본다. 요즘은 운동 선수도 공부가 먼저다. 이해하지 않고 기술만 익혀서는 뛰어난 성적을 거두기 어렵다. 하물며 수학을 이해하지 않고 단순 암기나 반복 훈련으로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어리석음을 뛰어 넘는다.

제발 꼬마 아이를 수학 문제 풀이로 지치게 하지 말자. 학교 보내면 선생님들이 알아서 잘 가르쳐 주신다. 아니 어쩌면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흥미만 잃지 않게 돕는다면 대부분 스스로 터득할 것이다. 고대 이집트 사람이 하던 일을 21세기 사람이 하지 못할 까닭이 없다. 굳이 선행학습을 할 생각이라면 제발 수학교육을 전공한 선생님에게 아이를 맡기시라 말하고 싶다. 수능 1등급을 받았어도 구구셈을 책받침으로 외우기만 했던 사람은 가르치는 학생이 도대체 왜 이걸 못하지라고만 생각할 수 있다. 선수 시절 그렇게 잘 하던 클린스만이 감독은 제대로 못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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