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는 언제쯤 한풀 꺾일까::::수학과 사는 이야기

더위는 언제쯤 한풀 꺾일까

사는이야기 2026. 8. 8.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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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서도역에서 만난 고양이는 처음엔 죽은 줄 알았다. 가까이 다가가니 너무 더워 널브러진 채 눈만 살짝 떴다가 도로 감는다. 살이 통통하게 오른 것을 보니 굶주린 길양이는 아니다. 이 녀석은 잘못도 없는데 기후 위기 폭탄을 제대로 맞은 듯하여 안쓰럽다.

요즘 더워도 너무 덥다. 덥다는 말보다 뜨겁다는 말이 어울린다. 자전거 타다가 프레임에 맨살이 닿으면 화상을 입을 정도다. 동해에는 호우에 가까운 비가 온다고 했는데 아직까지 하늘이 파랗다. 

어제 8월 7일은 입추였다.입추(立秋)는 24 절기 중 13번째 절기로 태양의 황경이 135도에 이르는 때이다.  입추가 지나도 더위는 계속된다는 뉴스가 있다. 사실 이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시작된다(立)'는 뜻이지만 사실 이때 더위가 한풀 꺾이지는 않는다. 아직 말복이 남았다. 말복은 입추가 지나고 처음 돌아오는 경일이라고 한다.

음양오행설에서 경(庚)은 금(金, 쇠)의 기운이자 서늘한 가을의 기운을 상징한다. 불(火)의 기운이 극에 달하는 한여름에 가을의 쇠(金) 기운이 찾아오면, 불길에 쇠가 녹아내리듯 가을의 서늘한 기운이 여름의 열기에 눌려 기를 펴지 못하고 엎드린다(伏)고 보았다. 그래서 '복날'의 복(伏) 자는 '엎드릴 복' 자를 쓴다. 여름철 가장 뜨거운 기운에 가을의 기운이 세 번 엎드린다고 해서 삼복(초복·중복·말복)이라 부르며, 그 기준이 되는 날을 가을 기운을 뜻하는 경일(庚日)로 잡은 것이다.

찾아보니 올해는 8월 13일이 말복인데 개학날이다. 갑자기 슬퍼지려고 한다.^^

하늘에서 태양이 지나가는 길을 '황도'라고 부른다. 24절기는 이 황도를 360도로 놓고, 15도씩 24개로 고르게 나누어 각 지점에 태양이 도착할 때마다 이름을 붙인 것이다.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정확히 365일이 아니라 365.2422일쯤 되다 보니, 양력 달력으로는 매년 절기가 들어서는 날짜가 하루이틀 정도 차이가 난다.

동양의 농경 사회에서 절기를 파악하는 일은 단순한 날짜 계산을 넘어 국정의 핵심이었다. 씨를 뿌리고 수확할 때를 정하는 하늘의 시간표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옛날 동아시아에서는 중국의 천자(황제)만이 달력을 만들어 포개는 권한(제력, 帝歷)을 가졌다. 제후국은 중국의 달력을 받아 써야만 했던 시절이다.

그러나 중국과 우리나라는 위도와 경도가 달라 절기와 절기 사이의 실제 기후나 일출·일몰 시각에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이를 바로잡은 이가 바로 세종대왕이다. 세종대왕은 한양의 위도를 기준으로 한 독자적인 역법서인 《칠정산(七政算)》을 펴냈다.

칠정산은 수성·금성·화성·목성·토성의 5행성과 태양, 달까지 일곱 정체(七政)의 운동을 한양을 기준으로 세밀하게 계산해 낸, 당대 세계 최고의 역법서 중 하나였다. 기하학적 원리로 나누어 놓은 하늘의 길에 비로소 우리 땅에 맞는 시계바늘을 맞춘 셈이다.

## 봄 (春)

* 입춘 (立春 / 2월 4일경): 봄의 시작. 한 해의 첫 번째 절기.
* 우수 (雨水 / 2월 19일경): 눈이 녹아 비가 되고, 얼음이 녹아 물이 되는 때.
* 경칩 (驚蟄 / 3월 5일경):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시기.
* 춘분 (春分 / 3월 21일경):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날.
* 청명 (清明 / 4월 5일경): 날씨가 맑고 화창하여 봄 농사를 준비하는 때.
* 곡우 (穀雨 / 4월 20일경): 농사비가 내리고, 온갖 곡식이 윤택해지는 시기.



## 여름 (夏)

* 입하 (立夏 / 5월 5일경): 여름의 시작. 산과 들에 푸른 기운이 번짐.
* 소만 (小滿 / 5월 21일경): 만물이 자라 가득 차기 시작함. 모내기 준비.
* 망종 (芒種 / 6월 6일경): 까락(까시) 있는 곡식(보리, 벼)의 씨를 뿌리는 때.
* 하지 (夏至 / 6월 21일경): 낮의 길이가 1년 중 가장 긴 날.
* 소서 (小暑 / 7월 7일경): 작은 더위. 본격적인 여름 더위의 시작.
* 대서 (大暑 / 7월 23일경): 큰 더위. 장마가 끝나고 폭염이 기승을 부림.



## 가을 (秋)

* 입추 (立秋 / 8월 7일경): 가을의 시작. 절기상 가을이나 더위는 계속됨.
* 처서 (處暑 / 8월 23일경): 더위가 물러나고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함.
* 백로 (白露 / 9월 7일경): 밤기온이 내려가 풀잎에 이슬이 맺히는 시기.
* 추분 (秋分 / 9월 23일경): 낮과 밤의 길이가 다시 같아지는 날.
* 한로 (寒露 / 10월 8일경): 찬 이슬이 맺히기 시작하며 단풍이 드는 때.
* 상강 (霜降 / 10월 23일경): 서리가 내리기 시작함. 가을 단풍의 피크.



## 겨울 (冬)

* 입동 (立冬 / 11월 7일경): 겨울의 시작. 김장을 담그는 시기.
* 소설 (小雪 / 11월 22일경): 얼음이 얼고 첫눈이 내리기 시작함.
* 대설 (大雪 / 12월 7일경): 눈이 가장 많이 내린다는 절기.
* 동지 (冬至 / 12월 22일경): 밤의 길이가 1년 중 가장 긴 날 (팥죽을 먹는 날).
* 소한 (小寒 / 1월 5일경): 작은 추위지만, 우리나라에서는 1년 중 가장 추운 때.
* 대한 (大寒 / 1월 20일경): 큰 추위. 겨울의 마지막 절기.



기억하기 쉬운 포인트
* 4립(立): 입춘, 입하, 입추, 입동 (계절의 시작)
* 2분(分): 춘분, 추분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날)
* 2지(至): 하지, 동지 (낮/밤이 가장 긴 날)
 

이쯤에서 궁금하지 않은가? 왜 24 절기일까? 결국 하루를 24시간으로 나눈 까닭과 같다. 옛것이 10진법이 아니라 12진법을 따르는 까닭은 중학교 수학 시간에 배우는 작도와 깊은 관련이 있다. 아래 그림에서 A를 중심으로 하는 검은 원을 황도라고 하자. 이것을 3등분하는 방법은 유클리드 원론에 명제 1로 나온다.

원주 위에 있는 한 점 B를 중심으로 반지름이 같은 원을 그리면 각 CAB는 120도가 된다. 이등분을 계속해 나가는 일은 매우 쉽다. 따라서 3, 6, 12, 24 등분은 매우 이른 시기에 발견했을 것이다. 원주를 5등분하는 작도도 가능하지만 상당한 기술이 필요한 일이다. 인류가 정오각형을 작도할 때까지 상당한 세월이 필요했을 것이다. 정오각형을 작도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면 당신은 작도에서 상당한 고수이다. 혹시 중고생 자녀가 있다면 물어보시라. 요즘 교육과정에선 중요하게 다루지 않으니 별로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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