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인가 조례인가
사는이야기 2026. 9. 18. 08:56교무부장이라 담임을 맡지 않아서 조종례를 할 일이 없는데 육아시간을 쓰시는 담임 선생님을 대시하여 금요일 조례를 맡게 되었다. 날마다 하는 것보다 일주일에 한 번 챙기기가 더 어렵다. 벌써 여러 차례 깜박하고 빼먹었다. 모니터에 금요일 조례라고 써 붙여 놓고 주위에 있는 선생님께도 금요일엔 조례를 해야 함을 일깨워 달라고 부탁해 두었다. 요즘 조회라고 잘못 말하는 이들이 있다.
학급 단위로 아침에 담임교사와 학생들이 교실에서 모이는 시간은 조례(朝禮)라고 하는 것이 맞다. 두 단어는 쓰임새와 규모에 따라 다음과 같이 구분한다.
조례(朝禮): 아침에 각 학급에서 출석을 확인하고 하루 일과나 공지사항을 전달하는 일상적인 모임이다. 일과를 마칠 때 하는 종례(終禮)와 짝을 이루는 단어다.
조회(朝會): 전교생이 운동장이나 강당에 모이는 행사(전교 조회, 애국 조회)나, 교직원 전체가 모이는 회의(직원 조회) 등 비교적 규모가 큰 공식적인 집회를 뜻한다.
부담임이라 그냥 출석만 확인하고 나오면 되지만 그래도 뭔가 한마디 건네고 싶을 때가 있다. 예전에 담임을 할 때 들먹이던 한문을 떠올렸다. 고등학교 다닐 때 우연히 보았는데 워낙 '나 잘난 맛'에 살던 때라 아주 강력하게 기억에 남았던 구절이다. 나를 알아주지 않는 세상을 비웃을 때 여기저기에 적어 두던 글이라 사십 년이 넘어서도 기억하고 있다.
龍游淺水遭蝦戲 (용유천수조하희)
虎落平陽被犬欺 (호락평양피견기)
得志貓兒雄似虎 (득지묘아웅사호)
落毛鳳凰不如雞 (낙모봉황불여계)
용이 얕은 물에서 놀면 새우에게 희롱당하고,
호랑이가 숲을 떠나 평야로 내려오면 개에게 업신여김을 당한다.
뜻을 얻은 고양이는 위세가 호랑이 같고,
털 빠진 봉황은 닭만도 못하다.
영웅이 때를 만나지 못해 초라한 처지가 되거나, 반대로 보잘것없던 이가 때를 만나 위세를 부리는 세상사를 빗댄 말이다. 비슷한 구절들이 중국의 통속문학과 처세 격언을 통해 여러 형태로 전해져 왔다.
어릴 땐 앞에 있는 두 줄이 좋더니, 선생이 되고 나선 뒤에 있는 두 줄이 더 마음에 든다. 특히 뜻을 얻은 고양이란 말이 참 좋다. 내가 보았던 책에서 마지막 구절은 '敗翎鸚鵡不如鷄(패령앵무불여계): 깃털을 잃어버린 앵무는 닭만도 못하다.'라고 적혀 있었는데 제미나이가 찾아 준 글보다 더 좋게 느껴진다. 아마도 오래되어 정이 든 까닭이리라.

이제 와 생각하니 뭔가 조금 아는 것으로 잘난 척하기를 좋아하는 나는 선생이 되기를 참 잘했다. 어디 다른 데서는 꼰대 소리 듣기 십상인데 그래도 학교에서 애들 가르치고 있으니 좀 잘난 척 해도 욕은 덜 먹는다. 다음 주에 써먹으려 했는데 추석 연휴라 금요일은 쉬는 날이다. 그다음 주는 시험기간이고 다음 주 금요일은 한글날이다. ^^ 꽤나 오래 기억해 두어야 써먹을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