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와 공리 그리고 정리

수학이야기 2014. 9. 1.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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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에는 정의(Definition)와 공리(Axiom) 그리고 정리(Theorem)가 있다. 공리(Axiom) 그리스말 ἀξίωμα에서 비롯된 말이다.  수학책의 모범으로 생각하는 유클리드 원론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원론은 먼저 점, 선, 면, 원과 같은 것을 정의한다. 다음으로 5개의 공준과 5개의 공리를 쓰고 그 아래 이어지는 명제를 하나씩 차례로 증명하고 있다. 앞에 증명된 명제로만 증명할 수 있도록 순서를 매겨 놓았다. 2300년쯤 전에 이런 책을 쓸 수 있었다는 것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힐베르트(David Hilbert, 1862.1.23~1943.2.14)

원론이 나온 다음부터 수학을 공부하는 이는 모두 유클리드를 따랐다. 정의를 내리고 공리를 정하고 정리를 이끌어 낸다. 공리는 서로 모순이 없어야 하고 다른 모든 정리를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 수는 적을 수록 좋다. 이를 공리계를 세운다고 하는데 유클리드는 기하학의 공리계를 세웠다.

그러나 기록은 깨지기 마련이다. 훗날 힐베르트는 원론에서 전개한 논리에 숨겨진 헛점을 찾았다. 공리로 들지 않고 참임을 증명하지도 않은 명제, 없어도 되는 정의를 찾았다. 힐베르트는 이러한 헛점을 없애기 위해 무정의 용어(점, 선, 면)과 무정의 관계(놓여있다(lie on), 사이(between), 합동(congruence) 따위)를 만들고, 유클리드 공리를 대신해 힐베르트 공리 21개를 세워 유클리드 기하학의 완전한 논리체계를 세웠다.

힐베르트의 이후에 다른 수학자들도 비슷한 작업을 하여 유클리드 기하학에 대한 수많은 공리계들이 나타난다. 힐베르트는 한발 더 나아가 기하를 넘어 수학에 있는 모든 명제를 증명할 수 있는 완벽한 공리계를 세울 수 있다고 믿었다. 그는 꿈의 공리계를 엠(M)공리계로 불렀다. 직관을 버리고 오로지 연역 논리에 의한 기하, 나아가 오늘날 공리에 의한 추상 수학은 힐베르트가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아래에 힐베르트가 했던 말을 보면 그가 얼마나 뛰어난 수학자였는가 알 수 있다.


우리는 우리의 내부로부터 끊임없이 들려오는 ‘여기에 문제가 있다’는 외침을 듣는다. 그것의 답을 찾자. 우리는 이성으로 답을 찾을 수 있다. 왜냐하면 수학에서 우리가 알 수 없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공리의 보기를 보자. 실수와 같은 구조를 가진 집합을 체(field)라고 정의하자. 아래와 같은 공리는  참인 것으로 생각한다.

  1. $\forall\;a,b\in F,\;\;\;a+b\in F,\;\;a\cdot b \in F$. 
    두 이항연산( binary operations ) 덧셈(+)과 곱셈($\cdot$)에 대하여 닫혀있다.
  2. $\forall\;a,b,c\in F,\;\;\;(a+b)+c=a+(b+c),\;\;(a\cdot b)\cdot c=a\cdot(b\cdot c)$
    결합법칙이 성립한다.
  3. $\forall\;a,b\in F,\;\;a+b=b+a,\;\;a \cdot b=b\cdot a$
    교환법칙이 성립한다.
  4. $\forall a\in F$에 대하여 $a+0=a,\;\;a\cdot 1=a$인 $0, 1 \in F$이 존재한다.
    덧셈과 곱셈에 대한 항등원이 존재한다.
  5. $\forall a \in F$에 대하여 $a+(-a)=0, \;\;a\cdot a^{-1} =1$인 $-a, a^{-1}$이 존재한다.
    역원이 존재한다.
  6. $\forall\;a,b,c\in F,\;\;\;a\cdot(b+c)=(a\cdot b)+(a\cdot c)$
    분배법칙이 성립한다.

이제 $(-a)b=-ab$를 보자. 공리는 아니므로 위에 있는 공리로부터 이끌어 낼 수 있다.

왼쪽은 $a$의 덧셈에 대한 역원에 $b$를 곱한 것이고 오른쪽은 $ab$의 덧셈에 대한 역원이다.

$(-a)b+ab=\{(-a)+a\}b=0\cdot b=0$
$\therefore (-a)b=-ab$

여기서 $0\cdot b=0$도 공리는 아니다. $0\cdot b=(0+0)\cdot b =0\cdot b+0\cdot b$이므로 $0\cdot b=0$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모든 명제를 증명할 수 있는 완벽한 공리계를 세우려던 힐베르트의 꿈은 이룰수 없는 꿈임을 훗날 괴델이 증명했다. 그러나 여전히 수학자는 모순이 없는 완벽한 체계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꿈을 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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