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런하면 모든 것이 풀린다

사는이야기 2014. 9. 14.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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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를 듣다가 우연히 정약용이 제자 황상에게 남긴 편지글을 들었다. 황상(黃裳, 1788~1863?)은 다산 정약용이 귀양 갔을 때 가르친 제자이다.

어느날 다산이 황상에게 책을 하나 건네며 공부를 권하자 황상이 망설이며 말했다.
"선생님! 제가 세 가지 병통이 있습니다. 첫째는 너무 둔하고, 둘째는 앞뒤가 꽉 막혔으며, 셋째는 답답한 것입니다."

다산이 말했다.
"배우는 사람에게 큰 병통이 세 가지 있다. 네게는 그것이 없구나. 첫째, 외우는 데 민첩한 사람은 소홀한 것이 문제다. 둘째, 글 짓는 것이 날래면 글이 들떠 날리는 게 병통이지, 세째, 깨달음이 재빠르면 거친 것이 폐단이다. 대저 둔한데도 계속 파고드는 사람은 구멍이 넓어지게 되고, 막혔다가 뚫어내면 흐름이 거세진다. 답답한데도 꾸준히 연마하는 사람은 빛이 난다. 파고드는 방법은 무엇이냐? 부지런함이다. 뚫는 것은 무엇이냐? 부지런함이다. 갈고 닦는 것은 무엇이냐? 부지런함이다. 부지런함은 무엇으로 지속하는가? 마음을 확고하게 다잡아야 한다." 

삼근(三勤)계로도 불리는 이 가르침을 받은 황상은 훗날 이렇게 적었다.

 "산방에 처박혀 하는 일이라곤 책 읽고 초서하는 것뿐입니다. 이를 본 사람은 모두 말리면서 비웃습니다. 하지만 그 비웃음을 그치게 하는 것은 나를 아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선생님께서는 귀양살이 20년 동안에 날마다 저술만 일삼아 복사뼈가 세번이나 구멍났습니다. 제게 삼근(三勤)의 가르침을 내려주시면서 늘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나도 부지런히 노력해서 이것을 얻었다.' 몸으로 가르쳐주시고 직접 말씀을 내려주신 것이 마치 어제 일처럼 귓가에 쟁쟁합니다. 관뚜껑을 덮기 전에야 어찌 그 지성스럽고 뼈에 사무치는 가르침을 저버릴 수 있겠습니까?"

역시 그 스승에 그 제자이다. 뼈에 새길 좋은 가르침은 아무 스승과 제자 사이에 나오는 것이 아닐 것이다. 이런 것도 다 인연이 닿아야 이루어지는 것이리라. 복사뼈가 구멍나도록 앉아서 공부를 하다니 몸이 따르지 않는 말로는 이룰 수 없는 가르침이 바로 삼근이 아닐까 여겨진다.

삼근계 더 자세히 읽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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