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만화를 보다

사는이야기 2019. 1. 12.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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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화를 보았다. 아니 읽었다. 그림보다 글이 눈에 더 들어오는 만화다. 절판되었던 책인데 소설가 김영하 님이 알쓸신잡에서 추천한 다음 다시 나왔다고 한다. 아내가 주문한 책이라 그다지 관심은 없었다. 무심코 읽기 시작했는데 새벽이 올 때까지 4권 중반까지 읽고 아침에 일어나 마저 읽었다. 말 그대로 단숨에 읽었다. 예전에 '고래가 그랬어'에서 보았던 그림이라 눈에 익는다. 그때는 이렇게 재밌는 이야기인 줄을 몰랐다. 꾸며낸 이야기가 아닌 진짜배기 이야기가 가진 힘을 느꼈다. 책을 읽는 내내 우리 어머니 생각을 했다. 고향도 다르고 나이도 다르지만 삶이 기구하기는 마찬가지다.

책 속 어머니는 딸 많은 집 셋째 딸이고 우리 어머니도 딸 많은 집 셋째 딸이다. 다른 점은 위 외가는 딸이 다섯이고 첫째가 아닌 막내가 아들이다. 노름하지 않았지만, 술 좋아하신 아버지는 집안에 큰 힘이 되지 못하셨다. 38선이 가로막지는 않았지만 먹고 사는 일이 바빠서 친정엔 해를 걸러 들러야 했다. 국민학교도 다니지 못한 어머니는 공장 노동자로 젊음을 바쳐 애들 뒷바라지에 힘썼다. 아직도 자식들을 물가에 내놓은 꼬마 아이처럼 여기시며 별별 걱정을 다 하신다. 나도 어머니께서 살아낸 삶을 기록하고 싶다.

'어머니와 박근혜'란 글을 블로그에 적었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대선 운동이 한창일 때였다. 가난하고 불쌍한 삶을 사는 이들이 '박근혜 불쌍하다.' 외치고 있었다. 공주나 다름없는 삶을 살아온 박근혜가 불쌍하다니 어이가 없고 답답했다. 역사는 박근혜가 아니라 우리 어머니와 책 속 어머니와 같은 이들의 삶이 모여서 만든다.

[내 어머니 이야기]가 많이 읽혀서 한국 근현대 여성과 남성의 삶, 남과 북의 삶을 사람들이 알게 되면 좋겠다. 또 세계로 뻗어나가 근현대 한국의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2019년 1월 김은성

이 책은 어린 사람보다 이제 막 오십 줄에 들어선 사람이 읽으면 좋을 듯하다. 어머니께 진 빚은 많지만, 아직 하나도 갚지 못한 사람은 꼭 읽어야 한다. 박근혜보다 자신의 어머니를 더 불쌍하게 여기는 사람이 읽으면 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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