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definition)와 정리(theorem)

수학이야기 2007. 4. 3.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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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무엇인가?”, “ 삶이란 무엇인가?”, “과연 신은 존재하는가?”라는 물음에 만족스러운 답을 하기는 어렵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런 물음들 속의 사랑, 삶, 신이라는 것에 대한 누구나 인정하는 명확한 약속이 없다. 이러이러한 것을 사랑이라고 하자 약속하지 않았으므로 다른 사람을 때리거나 괴롭히면서도 사랑하기 때문이라 말하는 이들이 생기는 것이다.

수학은 약속으로 이루어져있다. 수학의 정의는 사물에 이름을 붙이는 것과 비슷한 의미를 가진다. 태초엔 어둠만 있었다. 빛이 있으라 하시매 빛이 생겨났다. 어둠이 아닌 것은 모두 빛인 것이다. 이 약속은 정의(Definition)라고 부른다.

정의를 내리고 나면 정의에 따르는 많은 정리들이 생겨난다. 이런 정리들은 당연한 듯 보이는 것도 증명의 과정을 거쳐야 수학적으로 의미를 가진다. 달리 표현하면 정리(Theorem)는 증명을 통해 참임이 밝혀진 명제이다. 고등학교 수학은 중학교보다 더욱 엄밀한 증명이 요구된다. 현대 수학은 집합의 개념으로 새롭게 정의하고 증명하는 과정이다. 정리와 혼동하기 쉬운 공리라는 용어도 있다. 보통 정리는 다른 정리를 써서 증명한다. 그런데 자꾸 거슬러 오르다 보면 출발점이 되는 명제가 있을 것이다. 증명하지는 못하지만 참이라고 인정해야 하는 명제가 있다. 이렇게 스스로 참인 명제가 바로 공리(Axiom)다.

자세히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수학이 어렵게만 느껴지는 것은 수많은 증명들 속에 들어있는 논리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떤 집합에서 정의된 연산 `*`에서 임의의 원소 `a`에 대하여 `a*e=e*a=a`인 원소 `e`를 연산`*`에 대한 항등원이라 하자. `a*x=x*a=e`인 $x$를 연산`*`에 대한 `a`의 역원이라고 하자.

이것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약속 바로 정의다.

실수 집합에서의 연산 `+`에 관하여 생각해 보자.

`a+0=0+a=a `이므로 `0`은 덧셈(`+`)에 대한 항등원이다. `a+(-a)=(-a)+a=0`이므로 `-a`는 `a`의 덧셈(`+`)에 대한 역원이다.

위의 것은 정의에 따라 성립하므로 굳이 따로 증명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a)b=-ab`, `(-a)(-b)=ab `등은 정리이므로 당연해 보이지만 증명해 보는 것이 좋다.

`(-a)b+ab=ab+(-a)b=0 `이므로 `(-a)b` 는 `ab` 의 덧셈(`+`)에 대한 역원이다. 이것은 `a`의 덧셈(`+`)에 대한 역원인 `-a`와 `b` 의 곱은 두 수의 곱 `ab`의 덧셈(`+`)에 대한 역원 `-ab`와 같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기호 `-`는 음수를 의미한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덧셈(`+`)에 대한 역원을 나타내는 기호로 이해하는 것이 좋다. `-`를 음수의 기호로만 생각하여 음수와 양수를 곱하면 음수이다. 음수와 음수의 곱은 양수이다. 등으로 이해하려 하기 때문에 증명하기 어려워하는 학생들을 자주 본다.

수열의 예를 보자.

어떤 규칙에 따라 늘어 놓은 수의 열을 수열이라고 한다고 정의하기보다 자연수 전체의 집합 `N`을 정의역, 실수 전체의 집합 `R`을 공역으로 하는 함수 즉, 함수 $f:N\rightarrow R$이라고 정의하는 것이 조금 더 엄밀한 정의라고 할 수 있다.

$a^{\frac{m}{n}}=\sqrt[n]{a^m}$ 이라고 정의한다. 이것은 `a>0 `이고 `m, n`은 정수 특히 `n`은 `2`이상의 양의 정수일 때만 정의된다. 따라서 $\sqrt [n]{0}=0$이지만 $0^{\frac{1}{n}}$ 등은 정의되지 않으므로 의미 없는 것이다.

유클리드 원론은 정의로 시작해서 공준과 공통관념을 적은 다음 정리를 차례대로 증명해 나가고 있다. 현대 수학만 아니라 그리스 수학도 엄밀함을 추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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