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_창작자의 나라

사는이야기 2019. 5. 2.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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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산 책 가운데 두 번째를 읽었다. 이미 블로그에서 읽었던 부분이 많아서 생각보다 짧은 시간에 읽을 수 있었다. 출판사를 통하지 않고 찍어낸 책으로 알고 있는데 맨 아래에 '홀로깨달음'이라고 쓰인 것이 이채롭다. 이 책을 사서 읽어야 할 까닭은 저자가 직접 블로그에 쓴 글을 보면 더 잘 알게 된다. 돈이 없다면 블로그에서 직접 읽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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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리나라 창작자들이 왜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가를 밝히고 있다. 어떤 대안을 마련해야 하고 그러면 어떤 세상이 되고 있는가를 짚고 있다. 아이티 분야에서 상당한 전문성을 쌓은 저자가 말하는 분석에 아주 크게 공감한다.

가장 큰 문제로 통신사의 횡포를 지적하고 있다. 이제까지 나도 잘 몰랐다. 어떤 사이트에 접속이 원활하지 않으면 책임은 사이트를 운영하는 쪽에 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창작물을 보기 위해 사용자가 이미 비용을 지불하고 있기 때문에 창작자가 아니라 통신사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유튜브보다 아프리카 티브이가 잘 나가지 못하는 까닭이 통신사 때문이라니 놀랍다. 역시 구글이 하면 뭔가 다르다며 감탄만 하던 일이 살짝 부끄러워진다. 국내 통신 3사가 우리나라 업체에는 엄청나게 비싼 망 사용료를 받아 가면서 구글에게는 망을 공짜로 주는 것을 넘어 원활한 접속을 위해 중간 데이터 저장 서버(캐시 서버)까지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통신사가 페이스북이 있는 자리에 싸이월드가 있을 수 있는 기회를 막아버렸다.

한국의 통신사는 국내 인터넷 망 사용료와 국제 인터넷 망 사용로를 분리해서 받습니다. 한국의 인터넷 서비스에 외국 사용자들이 많이 접속하면 국제망 요금이 발생하는데 이 요금은 국내 통신사가 국제망을 소유한 외국 통신사에게 지불해야 할 비용이 됩니다. 때문에 국내 통신사는 한국 인터넷 사이트에 외국 사용자가 과도하게 몰리지 않도록 강제로 속도 제산을 걸어 놓고 있습니다. 

인터넷은 전 세계가 연결되어 있으므로 어느 나라 누구라도 한국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통신사는 한국의 인터넷 업체에게 인터넷 망 사용료를 받고 있으므로 전 세계 누가라도 한국 사이트에 원활하게 접속하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통신사가 국제망에 속도 제한을 걸어 두었기 때문에 한국 인터넷 사이트는 외국에서 접속이 원활하지 않습니다. 만약 강남스타일을 국내 서버에 두고 서비스했다면 제한적인 국제망 속도 때문에 싸이가 국제적인 인기를 얻지 못했을 것입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으므로 나도 창작자다. 비록 게으르지만 수업시간에 필요한 수학 이야기뿐만 아니라 사진과 시사에도 관심이 많다. 교사로 일하고 있어서 블로그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없다. 그래도 호기심때문에 구글 애드센스는 달아 놓았다. 하루 평균 천여 명이 방문하고 있다고 집계되는데 수익은 거의 없다. 수학이 엄청나게 잘 팔리는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오마이뉴스에서 운영하는 블로그에도 오랫동안 글을 쓰기도 했는데 기사로 채택되어 받은 수익이 대부분이다. 아무리 짧은 글도 한 시간은 훌쩍 넘는 시간을 매달리게 된다. 수익이 전혀 없다면 블로그에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이 줄어들 것이다. 한때 전문가가 넘쳐나던 블로그 열기가 빠르게 식어 버린 것도 창작에 대한 보상이 없기 때문임이 분명하다.

 

저자는 통신사 비판을 넘어 국유화를 주장한다. 적극 찬성이다. 물론 가능성이 아주 희박하다는 걸 저자도 알고 있다. 국유화라면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를 들먹이며 쌍심지를 켜고 반대하는 세력이 차고 넘친다. 그러나 저자말대로 적어도 망 중립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문 용어가 많이 나오지만 아주 쉽게 쓰려고 노력한 책이라 생각보다 아주 쉽게 읽을 수 있다. 

우리나라 창작자여 단결하라! 우리가 잃을 것은 쇠사슬이요. 얻을 것은 전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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