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왜 머리를 깍는가?
사는이야기 2019. 9. 17. 10:29흔히 스님이 되는 것을 '머리 깎고 산으로 간다'라고 말한다. 불교에서는 머리카락을 무명초(無明草)로 부른다. 머리카락이 번뇌를 일으킨다고 생각한 싯다르타는 칼을 빼서 머리카락을 자르고 출가하였다. 스님은 한 달에 두 번 삭도로 머리카락을 자른다고 한다. 스님에게 삭발은 거룩한 의식이다.
효경에 이르기를 신체발부 수지부모 불감훼상 효지시야(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敢毁傷 孝之始也)라고 했다. 몸, 털, 살갗은 부모님께 받았으니 감히 함부로 상하지 않게 하는 것이 효도의 시작이다. 단발령에 맞서 머리는 잘라도 머리카락을 자를 수 없다며 목숨을 버린 선비가 많은 까닭이다. 이랬던 우리나라에서 삭발 투쟁이 나타났다. 신기한 일이다.
삭발 투쟁은 죽기를 각오했다는 뜻을 밝히는 것이다. 군부독재에 맞선 대학생과 투쟁에 나선 노동자가 머리카락을 자른 것은 죽음을 각오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언론의 주목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죽기를 각오하지 않고 머리만 자르는 일은 명절 앞두고 하는 이발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삭발하는 싯다르타로 구글링하면 황교안 삭발 사진도 같이 나온다. 가장 큰 야당 대표가 삭발했다. 까닭이 궁금하다.
군대 갈 때도 삭발을 한다. 그는 지독한 담마진으로 군대를 가지 못했다. 아마도 중고등학생 때 이후로 처음 삭발을 했을 것이다. 근데 이건 일제의 잔재다. 조국 본인도 아닌 딸이나 아내 혹은 5촌 조카 때문에 한 삭발이지만 다행스럽게도? 어색해진 짧은 머리가 나름 잘 어울린다. 자한당 의원들이 잇달아 삭발을 한다니 국회가 열리면 정말 우스운 장면이 나올 듯하다. 외모에 제법 신경 쓰는 나경원 대표도 삭발을 할까 궁금하다. 조심스럽게 '하지 못한다.'에 한 표를 걸어 본다. 아니면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