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에 지난날을 되돌아본다
사는이야기 2020. 5. 15. 15:32수업을 하고 돌아오니 택배로 꽃이 배달되었다. 보낸 이는 올해 졸업한 학생이니 김영란법 위반은 아니다. 이것도 개인정보 유출일까 싶어서 이름을 지웠다. 000아 고맙다.^^ 옛날엔 몰랐던 당연한 사실. 꽃은 항상 사람을 기분 좋게 한다.
어제 쓴 글에서도 밝혔듯이 선생님들 대부분은 스승의 날을 기다리지 않는다. 수업 시간마다 아이들이 부르는 스승의 날 노래를 듣고 서 있는 일은 무척 민망한 일이다. 그나마 김영란법 덕분에 부담 백배인 선물이 사라져서 정말 좋다.
갑자기 과연 나는 '스승'으로 불릴 자격이 있나 걱정스럽다. 젊은 시절 체벌했던 학생도 있으니 일단 자격 미달이다. 다행스럽게도 전교조를 알고 조합원이 되었기에 그나마 좀 봐줄 만한 선생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1999년 전교조가 합법 노조가 되기 몇 달 전에 조합원이 되었다. 한때 수많은 선생님들 가슴을 설레게 했던 '참교육'을 이젠 일베 따위 벌레들이 비아냥거리며 더럽히고 있다. 이제 방송 자막으로 나오는 '참교육'이란 말이 농담처럼 들려 기분이 좋지 않다. 하지만 전교조는 여전히 내게 자랑스러운 조직이고 참교육은 내가 가야 할 길이다.
전교조가 해직교사 아홉을 조합에서 내치지 않았다는 까닭으로 법외 노조 통보를 받은 지도 벌써 6년이 지났다.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5월 20일 공개 변론이 열린다. 조합에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홍보를 하고 탄원서를 조직하고 있다. 박근혜 일당이 법외 노조 통보를 했을 때 우리 조직이 박근혜 일당보다 더 오래갈 것을 확신했다.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 퇴진을 외치며 촛불을 들었고 마침내 일당이 감옥에 가는 걸 지켜보았다. 하지만 몰랐다. 촛불 혁명으로 바꾼 정권에서도 원상 복귀가 어렵다는 걸 말이다. 통보로 법외 노조가 되었으니 통보로 원상 복귀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의지가 없을 뿐이다. 말로만 진보를 외치는 세력에 대한 기대를 접은 지 이미 오래다.
대법원 판결이 어떻게 나든지 조합 활동을 하다가 해직된 교사를 내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