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불행할까?

사는이야기 2020. 6. 19.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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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세월은 화살같이 빠르다. 2004년에 태어난 아들이 고등학생이 되었다. 중학교와 많이 달라서 적응하기 힘든 고등학교 생활을 시작하는 이때 코로나-19로 세상이 아주 어지럽다. 원격 수업을 듣다가 등교하여 수업을 단 1주일 받았는데 정기고사를 보았다. 어제는 연합 학력평가도 보았다. 예상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다. 아이가 커가면서 학원을 보낼까 고민도 했었지만 밖에서 사교육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내 아이를 학원에 보내기는 꺼려진다. 그렇다고 사교육을 죄악시하지는 않는다. 이제까지 아들은 합기도와 피아노 학원에 다닌 적이 있고 오빠보다 욕심이 많은 둘째는 스스로 원해서 피아노와 영어 학원을 다니고 있다.

어제 아들과 함께 학력평가 문제를 풀면서 느낀 바를 적는다. 예전에 수학만큼은 늘 높은 점수를 받았던 나는 "열심히 해도 수학이 어렵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게으른 자의 변명이라고만 생각하기도 했다. 교단에서 수학을 가르치면서 서서히 아이들은 이해하기 시작했다. 이제 아들이 고등학생이 되어 50점에도 못 미치는 점수를 받고 시무룩해진 모습을 보니 더 잘 이해하게 된다. 수학 선생인 내 눈에 어제 1학년 수학 시험은 아주 쉬웠지만 말 그대로 교과서 문제만 충실했던 아들 눈에는 마냥 어려운 시험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4점짜리 몇몇 문제는 정확하게 이해하고 상당한 부분까지 풀어냈다는 점이다.

오래된 의문이 있다.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해 이리저리 꼬인 문제가 과연 수학 실력을 기르는데 도움이 될까? 오히려 수학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AP 미적분학을 가르치고 있는데 대학 교재엔 우리나라 고등학생이 푸는 배배 꼬인 문제는 거의 없다. 정의와 정리를 이해하고 어떻게 활용하여 실제 문제를 해결할까에 관심이 있다. 그래서 나도 변별을 위해 문제를 따로 만들어 내지 않는다. 1, 2학년 때는 점수가 낮았지만 3학년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학생이 나오는 까닭이다. 수학을 잘한다고 자부하는 학생들은 문제가 너무 쉽다고 불만을 터뜨린다. 하지만 아무리 쉽게 내도 학생들에겐 여전히 어렵다. 

김누리 교수가 쓴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를 읽었다. 텔레비젼 프로그램 '차이 나는 클래스'에서 한 강연을 책으로 엮었다. 독일과 우리나라 교육울 비교하고 있는데 잘 모르는 사람이 읽는다면 엄청난 충격을 받을 내용이 많다. 독일 학생은 대학 입학 자격시험인 아비투어를 통과했다면 원하는 대학을 원하는 때에 갈 수 있다고 한다. 평준화된 대학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아무 때나 갈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독일에서 인기가 많아 정원이 제한되어 있는 의대도 3년 정도만 기다리면 입학할 수 있다고 한다. 더 믿기 어려운 것은 인기가 많은 의대도 추첨으로 뽑다가 점수를 반영하게 되었는데 비중은 20%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이 책은 우리나라가 왜 지옥으로 불리고 있는가를 일깨워 준다. 대한민국을 지옥인 된 까닭은 일부에서 신처럼 떠받들고 있는 박정희 때문임을 알게 된다. 아들이 사는 세상은 달라야 하기에 새로운 꿈을 꾸어야겠다. 예전에 국립대학 통합 네트워크 운동을 접했을 때 상당히 진보적이라고 자부하는 나도 이게 가능한 일일까 의심했다. 옛날 국립사대는 수업료를 내지 않았다. 이런 제도가 없었다면 대학을 가지 못했을 테니 선생이 되지도 못했을 것이다. 가난한 학생들 재능을 사장시키고 잘 사는 학생들 재능만 살려주는 국가는 있어야 할 의미가 없다. 대학 등록금이 없음은 물론이고 생활비까지 지원하는 독일만큼은 어렵더라도 반값 등록금만큼은 지금 당장 실행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아들에게 한마디 "아들아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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