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시 거부 의대생 구제해야
사는이야기 2020. 9. 9. 10:22국가고시를 거부한 의대생이 무려 86%에 이른다고 한다. 연대가 생명인 투쟁에서 의사가 이긴 비결이다. 엄청난 응집력에 박수를 보낸다? 자본주의 세상에선 어떤 명분보다 실리가 우위에 있음을 새삼스레 깨닫는다. 적어도 의사들은 앞으로 노동자의 투쟁에도 연대까지는 아니더라도 비난을 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정부는 노동조합의 파업을 불법으로 몰아세우지 않고 끈기를 가지고 기다리고 대화로 풀어나갈 것으로 믿겠다.
정부는 이미 시험을 미루고 접수기간도 연장한 바 있으므로 원칙대로 한다고 말했다. 이대로라면 올해 6학년인 의대생 대부분 의사 자격을 얻지 못하게 된다. 속마음으로는 공권력이 살아 있음을 보여달라고 말하고 싶지만 국시를 거부한 의대생을 구제해야 된다고 적는다. 어차피 이들을 구제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파업 사태에 어설프게 정책을 추진한 정부 책임도 적지 않다. 지난 역사를 살펴보면 의사 파업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 잘은 몰라도 졸업한 다음 의무 복무 기간 몇 년 두는 정책으로 공공의료를 확대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한다. 제대로 된 공공의료를 실현하려면 정책을 조금 더 세밀하게 가다듬어야 한다.
1995년과 1996년 치른 국가고시에서 그간 90%를 넘던 합격률이 각각 64.2%, 74.8%로 낮아졌다. 의대생은 추가 시험을 요구하며 동맹 휴업을 벌였고 결국 추가 시험을 보게 되었다.(참고) 이번에도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을 자신이 없다면 하루라도 빨리 구제 방안을 마련해서 갈등을 없애야 한다. 어쨌든 의대생은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인재들이고 당장 내년에 인턴이 부족해지면 상당한 문제가 생길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의대 정원을 늘릴 수 없다면, 의대와 의전원 학생에게만 열려 있는 국시 응시 기회를 넓히는 방안도 생각해야 한다. 자격시험을 제대로 관리하면 능력이 모자라는 이가 시험을 통과하는 일은 충분히 막을 수 있다. 의사를 만드는 공부가 쉽지는 않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 꼭 학교에서만 배우라는 법은 없다. 물론 옛날 문제가 되었던 '사법고시 낭인'처럼 의사 공부에만 매달리는 낭인을 만들 위험은 있다. 하지만 의학 공부는 열심히 했으나 의사가 되지 못한 사람이 기자도 되고 변호사도 되고 검사도 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적어도 오늘날 문제 되고 있는 의료 분쟁을 조금은 더 쉽게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나저나 수학 선생이 왜 이런 걱정을 하고 살아야 하나 싶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모두가 힘겹고 의료계는 의사 파업으로 어지러울 때, 어이없게 추미애 장관 아들 병역 문제나 물고 뜯고 늘어지는 한가한 자들이 많아도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