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 사는 즐거움::::수학과 사는 이야기

지방에 사는 즐거움

사는이야기 2020. 9. 29.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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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느리게 살고 싶지만 쉽지 않다. 내가 사는 원주는 강원도에서 가장 큰 도시답게 사람도 많고 복잡하다. 충분히 모르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바쁘게 살아간다. 게으름을 찬양한다던 러셀을 좋아한다. 좀처럼 서둘지 않는 느긋한 내게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가 잘 맞지 않는다. 가끔 모든 걸 훌훌 털어버리고 떠나고 싶다.

아주 가끔이지만 서울을 갈 때마다 힘들다. 웬만하면 차를 가지고 가지 않는다. 서울에 가면 내비게이션도 불친절해진다. 대중교통도 힘들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다음 열차를 기다리다 보면 원래 있었던 사람보다 더 많은 사람들로 가득 찬다. 모르는 사람과 몸을 맞대고 서 있는 일도 불쾌한 일이다. 환승역에 내리면 바쁘게 뛰는 사람들에 휩쓸려 나도 모르게 걸음이 빨라진다. 걷는 일도 쉽지 않다. 도로는 왜 그렇게 넓은지 천천히 걷다간 신호가 바뀐다. 시끄럽고 답답하고 뒷골목은 무섭기도 하다. 재래시장 뒷골목은 폭력과 살인이 벌어지는 영화 속 풍경과 너무 닮았다.

나와 달리 주위에 서울에서 살고 싶어 하는 이가 많다. 특히, 서울이 고향이거나 서울에서 대학을 나온 사람은 지방을 유배지로 생각하기도 한다. 원주에 만든 혁신도시에 있는 직장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서울에서 힘들게 출퇴근하는 사람들은 절대로 포기하지 못하는 뭔가가 있을 것이다. 살아보지 않았으니 서울에서 사는 삶이 어떤지 모른다. 하지만 헉 소리 나는 집값만으로도 서울에서 행복하게 산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깨닫는다. 영혼까지 끌어 모아 빌린 돈을 갚기 위해 통장을 스치는 월급으로 빠듯하게 살아서 겨우 아파트 하나 남는 삶을 살고 싶지 않다. 일찌감치 용필이 형은 빌딩 속을 헤매다 초라한 골목에서 뜨거운 눈물을 먹는다고 노래했다.

꿈 노래 조용필

화려한 도시를 그리며 찾아왔네. 그곳은 춥고도 험한 곳
여기저기 헤매다 초라한 문턱에서 뜨거운 눈물을 먹는다.
머나먼 길을 찾아 여기에 꿈을 찾아 여기에
괴롭고도 험한 이 길을 왔는데
이 세상 어디가 숲인지 어디가 늪인지 그 누구도 말을 않네.
사람들은 저마다 고향을 찾아 가네
나는 지금 홀로 남아서 빌딩 속을 헤매다
초라한 골목에서 뜨거운 눈물을 먹는다.
저기 저별은 나의 마음 알까? 나의 꿈을 알까?
괴로울 땐 슬픈 노래를 부른다.
슬퍼질 땐 차라리 나 홀로 눈을 감고 싶어. 고향의 향기 들으면서

우리나라는 서울과 수도권이 아니면 지방이다. 조만간 추석을 쇠러 고향으로 가는 행렬이 사라질 것이다. 시골이 고향인 사람이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마을이 사라지고 읍면을 넘어 군까지도 사라질 위기를 맞고 있다. 조만간 지방에 있는 대학은 대부분 문을 닫아야 할 것이다. 80%는 서울과 경기도에 살고 20%만 지방에 사는 때가 오지 않을까 싶다. 가끔 지도를 보다가 서울을 향해 촘촘하게 뻗은 도로를 본다. 지방에 있는 양분을 빨아올리는 굵은 뿌리처럼 보인다.

수도권에는 100대 기업 본사의 95%가 몰려 있고 정부 투자기관의 89%와 예금의 70%가 몰려 있다. 2019년에는 기어코 수도권 인구가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어섰다. 우리나라 인구 5184만 9861명 가운데 50.002%(2592만 5799명)가 수도권에 살고 있어 비수도권보다 1737명이 많다.(2019년 1월 기준). 1970면 28.7%였던 것이 50년 사이 두 배(50.002%)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슬기로운 뉴 로컬생활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에서 서울 밖에서 답을 찾는 로컬탐구 보고서 <슬기로운 뉴 로컬생활>를 펴냈다. 글쓴이는 ‘지방’이란 말에 담긴 ‘변두리’란 뜻이 싫어서 ‘로컬’로 쓴다고 적었지만 영어가 중심이고 우리말을 변두리로 여기는 것처럼 느껴진다. 변두리면 어떤가? 변방이 무너지면 도성도 버티기 힘들 것이다. 이 책은 무너지는 변방을 지키기 위해 애쓰고 있는 사람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우연히 들렀던 속초 칠성 조선소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었다. 작은 책방과 술집은 나중에 은퇴하고 하고 싶은 일 목록에 올려두기로 했다. 추천사를 쓴 사람도 마음에 든다.

목차

추천사 (이재명 경기도지사) 추천사 (모종린 연세대학교 교수)
프롤로그 - 새로운 삶의 패러다임, 로컬
협력과 연대의 공동체로 섬과 세상을 잇다 - 강화 청풍 협동조합
지금, 우리가 함께 할 시점 - 강화 책방 시점
우리가 살고 싶은 마을을 빚다 - 시흥 월곶 빌드
생산자와 소비자가 어우러진 라이프스타일 생태계 - 광주 무등산 브루어리
공간에 깃든 역사와 자연의 가치를 지키다 - 속초 칠성 조선소
순창에서만 만날 수 있는 세상 하나뿐인 그 무엇 - 순창 방랑싸롱
세상의 중심에서 로컬을 외치다 - 남원 사회적 협동조합 지리산 이음
청년, 고향의 품에 안기다 - 목포 괜찮아 마을
섬과 같던 청년 사업가들이 모여 군도를 이루다 - 군산 로컬라이즈 군산
잊히고 사라지는 것들을 기억하고 기록하다 - 수원 더 페이퍼 & 잡지 사이다와 행궁동 골목박물관
북성로 시간과 공간의 재생 그리고 사람 - 대구 북성로 사회혁신 클러스터
촌에서 배우는 로컬의 미래 - 청주 촌스런 낭만 가족의 제주살이 - 서귀포 솔앤유 독립출판사 & 어썸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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