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군면제?

사는이야기 2020. 10. 6.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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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도 군대스러운 방탄소년단 군면제를 추진하는 국회의원이 있다. 참 한가한 의원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갑론을박하고 있는 모양이다. 별 관심은 없으나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 병역법이 좀 더 나아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몇 마디 보태려고 한다.

방탄소년단 트위터에서 https://twitter.com/bts_bighit

1991년 1월 8일은 결코 잊을 수 없는 군대 갔던 날이다. 102 보충대를 거쳐서 저주를 제대로 받아야 갈 수 있다는 악명이 높은 27사단 신병교육대로 갔다. 여기 자랑스러운 이기자 용사 제274 기 수료기념사진이 있다. 다들 잘 살고 있으려나 궁금하다. 이제 27사단이 해체된다니 조금 더 그립기도 하다. 비슷한 나이인데 위에 있는 소년단과 아래 있는 소년단이 달라도 너무도 다르다.

제대할 무렵, 우리 중대에 결혼을 하고 아이까지 있는 신병이 들어왔다. 우리 소대가 아니라서 가깝게 지내지는 않았지만 볼 때마다 짠했다. 이름도 생각나지 않지만 "야, 애 아빠!"하고 부르면 "예 이병 아무개"를 외치던 모습은 떠오른다. 어떤 날은 눈에 눈물이 맺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다행인 것은 그는 나이가 아주 어렸다. 애 아빠에 나이까지 많았으면 슬픔이 두 배였을 것이다.

그때 물음이 생겼다. '굳이 애 아빠까지 군대에 끌고 와야 하는가?', '부대도 많고 많은데 하필이면 이기자에 보내야 했나?' 그 시절 병력 자원은 남아 돌아서 절반은 방위를 가던 시절이다. 여유 있는 집은 이런저런 방법으로 면제도 쉽게 받아내는 그런 시절이었다. 이름만 대면 아는 정치인 아무개 씨 아들은 179cm-45kg으로 군면제를 받았다가 나중에 아버지 발목을 잡고 말았다. 6개월 방위는 신의 아들 면제는 신 그 자체라는 우스개 소리도 있었다.

나라의 위상을 높인 이들을 위해 군면제를 추진하겠다는 뜻은 알겠으나 나는 반대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이들이 군입대로 인해서 피해를 입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특별하게 불거지는 사람이 있을 때만 병역을 빼주는 것에 반대한다. 방탄소년단이 국가를 대표해서 뭔가를 이룬 것은 아니다. 그저 자기 일을 열심히 해서 좋은 성과를 거두었고 그에 대한 보상도 충분히 받았다. 빌보드 차트 몇 위까지가 면제인가를 정하기도 어렵다. 영화 기생충도 아카데미 상을 받았으니 출연진 모두에게 군면제 혜택을 줄 수는 없지 않은가 말이다.

차라리 폭넓게 대체복무를 허용해주는 것이 좋겠다. 방탄소년단처럼 재능이 뛰어난 이들이 나라를 위해 정해진 기간만큼 일하도록 하면 어떨까 싶다. 총을 들고 철책을 지켜야 제대로 병역을 이행하는 것이라고 따지면 군대 갔다 온 사람 가운데도 할 말이 없는 사람이 많다. 축구선수는 축구로 가수는 노래로 사회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다. 당연히 엄격한 기준을 마련하고 철저한 관리를 해야 공정을 해치지 않을 것이다. 요즘 같은 시절엔 애를 낳는 일도 나라를 위해 큰일을 하는 것이다. 제발 애 아빠들은 군면제로 가정을 제대로 지키게 하자. 애 아빠를 굴리는 선임도 민망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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