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알을 낳았대
사는이야기 2020. 10. 6. 12:08이제는 서비스를 중단한 오마이블로그에 썼던 글이다.
사는 이야기 2009/02/04 08:59 이야기꾼
읽을 때마다 조금 쑥스러워지는 그림책 제목이다. 자기 전엔 꼭 책을 한두 권씩 읽어달라고 조르는 아이가 어젯밤 들고 왔다.
"자, 얘들아. 이제 너희들도 알아야 할 때가 되었어. 아기가 어떻게 생기는지 말이야."라며 시작한다. 우리네 어머니 아버지들처럼 다리 밑에서 주워온다는 식으로 엄마와 아빠가 이야기한다.
"엄마가 소파 위에 알을 낳았는데 말이야. 그 알이 $\cdots$ 터지더니, 너희들이 튀어나왔지.""히히히 하하하 호호호! 엄마 아빠, 엉터리!"
그다음은 아이들이 엄마 아빠에게 그림으로 가르쳐 주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런데 그 그림이 사뭇 적나라하다. "엄마는 몸속에 알이 있어요. 요기, 뱃속에요."
"아빠는 몸 바깥쪽에 씨앗이 가득 든 주머니가 있고요."
"아빠한테는 씨앗을 뿌릴 튜브도 있어요. 그러니까, 아빠의 씨앗이 이 튜브를 통해서 바깥으로 나오는 거예요."
"저 튜브는 엄마한테 있는 조그만 구멍으로 들어가요. 그러면 씨앗들이 꼬리를 흔들며 엄마 뱃속으로 들어가지요."
"엄마랑 아빠는 이렇게 서로 힘을 합치는 거예요."아무튼 읽을 때마다 옆에서 "아빠 고추"하며 추임새까지 넣는 아이들 때문에 웃으면서도 괜히 쑥스러워진다. 다른 나라(영국)에서는 아이들에게도 이렇게 가르치는구나 놀랍기도 하고 어쩌면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도 하면서 책을 읽는다. 여러 번 읽다 보니 처음보다는 쑥스러움도 덜어진다.
그런데 어느 날 어머니와 아이들이 이야기하다가 아기 이야기가 나왔는가 보다. 당돌한 우리 아들 할머니께 그림책 속의 아이처럼 아기가 어떻게 생기는지 설명했단다. 퇴근해서 돌아오니 놀란 어머니께서는 현수가 별걸 다 안다고 걱정스럽게 말씀하셨다.
지금 새로 읽어도 재밌다. 찾아보니 아직도 팔리고 있다. 얼마 전에 여성가족부가 추천한 책이 외설 시비에 휘말렸다. 무려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문제를 제기했다. 이 책도 읽어보고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시길 바란다.^^ 참고로 고등학생이 된 우리 아들은 아무 문제가 없다는 점 밝혀둔다.